어느 재개발 조합장의 죽음(15) - 매몰비용 청구 소송
어느 재개발 조합장의 죽음(15) - 매몰비용 청구 소송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4.08.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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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추진위원회가 무사히 끝난 다음날 오후, 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김현수와 이동호가 주민총회 개최 건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드디어 주민총회 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주민총회는 몇 명이나 출석해야 하나?”


“운영규정에 따라야 합니다. 규정을 한번 보시지요.”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제22조 (주민총회의 의결방법) ① 주민총회는 법 및 이 운영규정이 특별히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추진위원회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한 토지등소유자(동의하지 않은 토지등소유자를 포함한다)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② 토지등소유자는 서면 또는 제13조 제2항 각호에 해당하는 대리인을 통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출석으로 본다.

 

“추진위원회 설립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 과반 이상 출석해야 한다고 되어 있네. 그럼 몇 명이 나와야 되는 건가?”


“추진위원회 승인받을 때 동의자가 378명이었습니다. 절반이 189명이니까, 190명 이상 출석해야 합니다.”


“190명이나? 그렇게 많이 나올까?”

 

“당연히 어렵지요. 그래서 서면결의서가 있는 겁니다.”


“서면결의서?”


“네. 추진위원회 회의처럼 주민총회에서도 서면결의서를 걷어야 합니다.”


“서면결의서를 누가 걷어?”


“오에스를 써야죠.”


“오에스를 또?”


“그럼 위원장님이 걷으실 거예요?”


“오에스 쓰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잖아. 그것도 결국 다 토지등소유자 부담인데.”


“할 수 없지요. 혹시라도 성원이 안 되고 무산되면 더 큰 돈이 깨지잖아요. 이걸 한번 보세요. 주민총회 예산안입니다.”


이동호가 출력해 놓은 용지 한 장을 건네준다.


“아니 뭐가 이렇게 많이 들어?”


“꼼꼼히 보세요. 뭐 하나 허투루 들어간 것이 있는지. 꼭 필요한 항목들만 해도 이 정도라니까요.”


김현수가 하나하나 꼼꼼히 뜯어본다.


“이거 경호는 뭔가?”


“당일 총회장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해 경호요원들을 동원해야 하거든요?”


“그런게 필요한가?”


“그럼요. 총회장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고, 그날 이것저것 허드레 일 할 사람도 있어야 하잖아요.” 


김현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문제는 오에스였다.


오에스를 쓰지 않자니 총회가 무산될 수 있고, 쓰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이 과장 이거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돈이 이렇게 많이 들어서야 토지등소유자들이 좋아하겠어?”


“네. 저도 방법을 찾아볼께요.”


“아. 거 오에스업체 있잖아. 거기 한번 들어오라고 해봐. 내가 좀 물어봐야겠어.”

“믿음컨설팅요?”

 

“어. 그래. 믿음컨설팅이었지.”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위원장님, 업체 선정을 위해 입찰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요.”


“입찰?”


“네. 이번에 정비업체, 설계업체, 도시계획업체를 뽑아야 하잖아요?”


“그렇지.”


“업체 선정도 운영규정에 따라 뽑아야 합니다.”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제28조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및 계약) ①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은 일반경쟁입찰 또는 지명경쟁입찰방법으로 하되, 1회 이상 일간신문에 입찰공고를 하고 현장설명회를 개최한 후 참여제안서를 제출받은 다음 주민총회의 의결을 거쳐 선정한다. 다만, 미응찰 등의 이유로 3회 이상 유찰된 경우에는 주민총회의 의결을 거쳐 수의계약할 수 있다.


제29조 (용업업체의 선정 및 계약) ① 제28조 제1항의 규정은 제5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건축사사무소의 선정과 관련하여 이를 준용한다. 이 경우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건축사사무소”로 보며, 단서 중 “3회”를 “2회”로 변경한다.

② 그 밖에 제5조의 규정에 의한 추진위원회 업무범위 내에서의 사업추진을 위한 용역업체의 선정 및 계약방법은 추진위원회가 정한다.


제5조 (추진업무 등) ② 추진위원회는 제1항 제3호의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거축사사무소 등과 용역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 경우 계약기간은 제7조의 운영기간을 초과하지 아니한다.

 

김현수가 규정을 반복하여 읽어보지만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다. 뭐가 이리 어려운거야?


“정비업체도 입찰로 뽑나?”


“네.”


“그럼 현주피엠씨는 어떡하고?”


입찰로 진행할 경우 다른 업체가 선정될 것을 염려한 질문이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선정되는 것은 저희가 다 알아서 할 거니까요.”


이미 일할 업체는 정해져 있다. 입찰 절차는 어디까지나 구색일 뿐이다. 입찰 공고를 보고 다른 업체가 들어올 수도 있지만 그것은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된다. 민익선이 다 알아서 교통정리할 것이다.

 

“회장님, 얘기 다 끝났습니다. 내일 모래 입찰공고 나갈 겁니다.”


“그래. 공고문은 다 만들어졌나?”


“아직요. 곧 완성될 겁니다.”

“네.”
“그래, 다 만들어지는 대로 가져와봐.”

입찰공고, 현장설명회, 입찰마감 등의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문제는 미래씨엠씨였다.

 

“송 회장님. 이거 약속이 틀리지 않습니까.”


“약속이 틀리다니요?”


현장설명회에 미래씨엠씨가 출석했을 때만해도 별 의심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입찰마감일날 미래씨엠씨가 입찰참여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동호로부터 보고를 받자마자 민익선이 송기호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추진위원회 설립동의서를 많이 받은 쪽이 안암6구역을 담당하기로 했잖아요?”


“언제요? 입찰에 참여하지 말자는 내용은 없지 않았나요?”


송기호가 오히려 무슨 말이냐는 듯 되묻는다. 민익선은 할말이 없었다. 그 부분을 분명히 하지 않는 것이 불찰이었다.

 

“그때 합의한 내용이 그 내용 아닙니까? 진쪽이 양보한다는 것 아닙니까?”


“민 회장님,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이 현장은 제가 관리하는 현장이 아닙니다. 본부장이 관리한다고 했잖아요. 본부장이 합의서상 입찰을 포기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반드시 입찰에 참여하겠다는데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구요.”


‘이런 능구렁이 같은 새끼.’


민익선이 이를 갈며 전화를 끊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른 업체는 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현주피엠씨와 미래씨엠씨가 경합하는 현장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으니 다른 업체가 낄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주민총회에 상정할 업체를 확정하는 제2차 추진위원회의가 개최되었고 각 선정부문별로 총회에 상정할 2개 업체가 결정되었다. 즉시 주민총회 책자가 만들어졌다.

“총회책자는 얼마나 찍어야 하나?”


“보통 토지등소유자의 1.5배수로 찍습니다. 우리는 1천부 정도 찍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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