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개발 조합장의 죽음(18) - 매몰비용 청구 소송
어느 재개발 조합장의 죽음(18) - 매몰비용 청구 소송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4.10.0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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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주민총회가 끝나고 제3차 추진위원회의가 개최되었다. 안건은 선정된 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하는 건이었다.


정비업체, 설계업체, 도시계획업체와 체결할 계약서가 회의자료로 배포되었고 모두 가결되었다.


다음날 오후 김현수 추진위원장과 각 업체 대표이사들이 추진위 사무실에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위원장님 오늘 저녁은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저희랑 술 한잔 하셔야죠. 이따 차를 보내겠습니다.”


6시쯤 되자 민익선이 보낸 차가 추진위 사무실 앞에 멈춰서고 현주피엠씨 서 주임이 추진위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위원장님, 가시지요. 회장님께서 저에게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민익선의 차는 종로경찰서 뒤에 있는 취원루로 향하였다. 전통 한옥집이었다.


‘이게 뭣이여. 이것이 말로만 듣던 요정집인갑네.’


서 주임이 익숙하게 김현수를 안내한다. 대문안으로 들어가니 얼핏보기에도 귀해 보이는 기암괴석과 나무들로 꾸며진 정원이 시야에 들어온다.


‘히야, 멋지구만. 옛날에 잘 나가던 대감집을 개조한 것 같구먼!’


서 주임이 안내하는 방으로 가니 민익선과 업체 사장들이 먼저 와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맞이한다.


“아이고, 위원장님. 어서 오십시오.”


민익선이 김현수를 비워진 상석으로 안내한다. 김현수는 위축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난생 처음 오는 곳이라 저절로 눈이 돌아가고 주눅이 들었다.


“아! 예. 고맙습니다.”


모두 자리에 앉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회장님. 오셨어요. 오늘 귀한 손님 오신다고 하여 특별히 준비해 두었습니다.”


“어 그래 이 마담. 여기 김현수 위원장님께 인사드려. 오늘 특별한 날이니까 각별히 신경 써 줘야돼.”


“안녕하세요. 이미현이예요. 잘 부탁드려요.”


김현수가 이미현이 내미는 명함을 받아들고 엉거주춤하니 인사를 한다. 민익선이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자 그럼 식사부터 하지.”


“네. 금방 나올거예요. 일단 제가 맥주 한잔 올릴게요.”


이 마담이 맥주병을 들어 김현수의 잔부터 채워나간다.


“위원장님. 저 한잔 주세요.”


네 사람의 잔을 다 채운 이 마담이 김현수에게 병을 건네며 잔을 들어 올린다. 김현수가 얼른 맥주병을 들어 채워준다.


1주일 뒤.


민익선이 이동호를 불렀다.


“네, 회장님. 부르셨습니까?”


“어, 이과장. 이리 앉지?”


이동호가 소파에 앉자 민익선이 담배를 꺼내 권한다.


“한대 피우지?”


“제가 어떻게 회장님과?”


“아냐, 괜찮아. 내가 피우고 싶어서 그래.”


“예, 그럼.”


요즘 들어 민익선은 이동호를 매우 신임하고 있었다. 민익선의 입장에서 이동호는 현주피엠씨의 보물이었다. 처음 채용할 때만해도 별 기대는 없었는데 날이 갈수록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다.


“이번에 시공사 선정과 관련하여 도시정비법이 개정되었는데 알고 있나?”


“네? 금시초문인데요.”


“그래, 아마 그럴거야. 나도 며칠 전에 협회에 갔다가 들은 이야긴데. 자 한번 읽어보게나.”


민익선이 이야
기를 마치며 종이 한 장을 건네준다.


제11조 (시공자의 선정) ① 주택재건축사업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여야 한다. 


② 주택재건축사업조합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시공자를 건설교통부장관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선정하여야 한다.


“재건축의 경우에는 사업시행인가 후에 시공자를 선정하라고 되어 있네요. 재개발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 없네요?”


“한 장 넘겨 봐.”


제8조 (주택재개발사업 등의 시행자) ① 주택재개발사업은 제13조의 규정에 의한 조합(이하 “조합”이라 한다)이 이를 시행하거나 조합이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시장·군수, 주택공사 등,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의 규정에 의한 건설업자(이하 “건설업자”라 한다), 「주택법」 제12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건설업자로 보는 등록사업자(이하 “등록사업자”라 한다)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요건을 갖춘 자와 공동으로 이를 시행할 수 있다. 


“건설업자를 공동시행자로 뽑을 수 있다는 말인 것 같은데요?”


“그래 바로 그거야. 도시정비법 제정 당시 재건축이고 재개발이고 모두 사업시행인가 후에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으로 했는데, 재개발 현장은 아예 돌아갈 수가 없다고 해서 아예 시기 제한을 없애고 공동시행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는구만. 건설회사들이 국회에 로비를 많이 했다데.”


조합과 시공사가 공동시행을 하는 것이 생소한 것은 아니었다. 도시정비법 제정전 주택재개발사업은 도시재개발법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었는데, 도시재개발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시재개발법 제8조 (토지등의 소유자의 시행) ① 재개발사업은 재개발사업구역안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이하 “토지등의 소유자”라 한다) 또는 그들이 설립하는 재개발조합(이하 “조합”이라 한다)이 이를 시행한다.


② 토지등의 소유자 또는 조합은 건설업법에 의하여 면허를 받은 건설업자 또는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하여 등록한 주택건설사업자와 규약 또는 정관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동으로 재개발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이번 도시정비법 개정은 과거의 사업방식을 복원시키는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하는 방식이 두 가지로 이원화된 것이다.


조합이 단독시행을 하면서 단순 도급업자로서 시공자를 선정하는 방식과 조합이 시공사와 공동시행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전자는 도시정비법 제11조에 의하여 규율되고 후자는 제8조에 의하여 규율되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전자는 도급제에 의하여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 후자는 지분제에 의하여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에 유사하다.


“그렇군요. 그럼 우린 땡큐지요. 바로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해야겠는데요?”


“그래. 바로 그거야.”


민익선이 이 과장을 지그시 쳐다보며 담배에 불을 붙인다.


‘말귀도 잘 알아듣는 단 말이야.’


정비업체들에게는 여간 희소식이 아니었다.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사가 선정될 때까지 조합에 대여금이 얼마나 들어갈 지 알 수 없는데, 공동시행사 형태로 시공사가 선정되면 더 이상 현장에 대여를 해 주지 않아도 되고, 그때그때 기성금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4차 추진위원회의가 개최되고 주민총회에서 시공사를 선정하기로 하는 건이 가결되었다.


민익선은 부지런히 시공사들을 접촉하고 있었다. 다행히 시공사들도 안암6구역이 사업성이 좋은 현장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부동산 시장이 좋다는 점도 시공사들의 열의를 복돋우고 있었다.


공동사업시행자 선정 입찰공고가 나가고 현장설명회가 개최되었다. 도급순위 10위권 이내 포진되어 있는 건설업체들이 다수 현장설명회에 참여하였고 월 일 사업참여제안서 접수가 마감되었다.


마감된 다음 날 제5차 추진위원회의가 개최되었다. 총회에 상정할 시공사를 두 개로 압축시키기 위해서였다. 추


진위원회의에서는 조합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백두건설과 장백건설 두 회사가 최종 상정 업체로 결정되었다. 이어 두 업체간 열열한 홍보전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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