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개발 조합장의 죽음(24) - 매몰비용 청구 소송
어느 재개발 조합장의 죽음(24) - 매몰비용 청구 소송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4.12.2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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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수가 추진위원장을 노리고 있는 것 아냐? 만약 박두수가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박두수는 미래씨엠씨 송기호 회장과 연관된 사람이다. 가칭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현주피엠씨는 김현수를, 미래씨엠씨는 박두수를 추진위원장으로 내세웠고 천신만고 끝에 김현수가 추진위원장, 박두수가 부위원장이 되었었다.


‘정비업체 선정할 때도 정말 힘들었지.’


미래씨엠씨의 송기호가 입찰에 들어오는 바람에 까딱하면 죽 쒀서 개 줄 뻔했었다. 송기호는 이쪽 업계에서 악바리로 소문났을 정도로 끈질 긴 사람이었다. 절대 그냥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 연임으로 몰고 가지. 운영규정에 연임이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으니, 기존 추진위원장과 감사는 연임을 묻는 것으로 하고, 추가 지역에서 감사 한 명하고 추진위원 34명을 더 선출하는 것으로 분위기를 끌고 가보자고.”


만약 박두수가 뜻이 있다면 연임에 반대하고 나올 것이다. 그때 가서 대비책을 마련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회장님. 추가 구역 동의서 받는 것은 어떻게 할까요?”


“걷어야지. 윤서희 사장 연락해 봐.”


관에서는 촉진지구 지정 당시 추가된 지역이 있는 경우, 추가 구역에서 추진위원회 설립동의서를 50% 이상 징구하고, 추진위원을 더 뽑아 추진위원회 변경승인을 받으라고 행정지도하고 있었다.


민익선은 추진위원회 설립동의서 걷는 일은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재건축재개발 현장이 각광받으면서 구역지정을 받지 못해 안달난 지역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다음날 오후 추진위원회 사무실.


“이게 임기가 이미 만료된 상태라 연임을 묻는 것은 안 될 것 같은데, 임기가 끝나기 전이라면 몰라도 임기가 이미 지나가 버렸잖아?”


김현길, 박두수, 박현길, 김순례, 이동호가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6월 말인데 벌써 날씨가 후덥지근하다. 이동호 과장이 막 연임의 건에 대해 설명하고 나자 박현길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하는 말이다.


도시정비법은 추진위원회의 공정한 운영을 위해 국토교통부장관으로 하여금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을 만들어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도시정비법 제15조 (추진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 ② 국토교통부장관은 추진위원회의 공정한 운영을 위하여 다음 각호의 내용을 포함한 추진위원회의 운영규정을 정하여 관보에 고시하여야 한다.


1. 추진위원회 위원의 선임방법 및 변경에 관한 사항
2~5. 생략
6. 그 밖에 추진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5조(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법 제15조제2항제6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이라 함은 다음 각호의 사항을 말한다.


1,2. 생략
3. 그 밖에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추진위원회가 운영규정에 포함하여 정하여야 하는 사항


이 규정에 따라 2003년 7월 1일 국토교통부 고시 제2003-165호로 ‘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제정되었고, 이후 몇 차례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었다.
지금은 추진위원회 임원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임원을 선출하여야 하는 것으로 개정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현행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제15조 (위원의 선임 및 변경) ④ 임기가 만료된 위원은 그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하고, 추진위원회에서는 임기가 만료된 위원의 후임자를 임기만료 전 2개월 이내에 선임하여야 하며, 위 기한 내에 추진위원회에서 후임자를 선임하지 않을 경우 토지등소유자 5분의 1 이상이 시장·군수의 승인을 얻어 주민총회를 소집하여 위원을 선임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제20조 제5항 및 제6항을 준용한다.


이번 기회에 박두수를 추진위원장으로 옹립할 계획을 세워둔 박현길의 입장에서는 연임으로 가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만 했다. 박현길은 내색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을 택했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어차피 추가구역에서 감사와 추진위원을 새로 뽑아야 하는데, 혹시 추가구역에서 추진위원장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박현길이 또 다른 이유를 대며 김현수와 김순례를 쳐다본다. 김순례 총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친다.


“그러게, 박 사장님 말도 틀린 말은 아녀.”


당황한 것은 이동호였다. 이동호는 연임으로 가자는 건에 반대가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참석한 사람들 모두 추진위원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찬성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박현길 사장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게다가 박 사장의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벌써 임기가 끝난 지 4달이 넘어버린 것이다.


“추가구역에서 감사1명, 추진위원 35명 입후보 받고 투표하고 그러려
면 일이 많을텐데요. 거기다가 기존 구역까지 하려면 너무 번거롭지 않을까요?”


이동호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박현길을 바라본다.


“글쎄 그렇긴 한데, 우선 연임으로 가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부터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 구청에 물어보면 되겠네. 어차피 변경승인도 구청에서 받아야 하니까 잘 됐네.”


이동호의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박두수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박현길을 바라본다.


“회장님, 구청에서도 연임으로 가면 안된다고 하는데요?”


“그래?”


민익선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되묻는다. 마치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표정이다.


“연임의 건으로 가자고 했을 때 박두수의 반응이 어떻던가?”


“부위원장님요? 별 말씀 없으셨는데요. 박현길 사장님이 몇가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혹시 모르니 구청에 문의해보자고 하셨을 뿐입니다.”


“그래? 박현길이 그랬단 말이지?”


민익선이 생각에 빠져든다.


‘박현길은 박두수 사람이다. 박현길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분명 뭔가 있는거다.’
며칠 뒤 안암6구역 추진위원회 사무실 담 옆에 설치되어 있는 추진위원회 게시판에 추진위원 입후보자 모집공고문이 나붙었다.


추진위원회 임원 및 추진위원 입후보자 모집공고


안암6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추진위원회 임원 및 추진위원 입후보자를 모집하오니 토지등소유자님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다 음


1. 입후보 자격

안암6재정비촉진구역내 토지등소유자로서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제16조 제1항의 결격사유가 없고, 추진위원회 설립에 동의한 자로서 ① 피선출일 현재 사업시행구역 안에서 3년 이내에 1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자 (거주의 목적이 아닌 상가 등의 건축물에서 영업 등을 하고 있는 경우 영업 등은 거주로 본다) 또는 ② 피선출일 현재 사업시행구역 안에서 5년 이상 토지 또는 건축물을 소유한 자


2. 선출 대상 

추진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 감사 2인, 추진위원 95명 


3. 입후보 서류 교부 및 접수장소

추진위원회 사무실 내 선거관리위원회


4. 입후보 기간
2007년 7월 20일 ~ 7월 30일 18:00 까지 

안암6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선거관리위원장 김득수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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