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개발 조합장의 죽음(27) - 매몰비용 청구 소송
어느 재개발 조합장의 죽음(27) - 매몰비용 청구 소송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5.02.1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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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호 안건 추진위원 선출의 건과 관련해서는 총 98명의 후보자가 입후보하였고, 각 후보자에 대하여 찬반을 묻도록 되어 있었다.


출석 과반 이상 찬성을 얻으면 당선되는 것이다. 강치호 변호사가 98명에 대한 투표 결과를 일일이 발표한다. 98명의 입후보자 모두 출석 과반 이상 찬성을 얻어 당선되었다.


“의장께서는 오오순외 97명의 추진위원이 당선되었음을 선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안암6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재발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으로 오오순외 97명이 당선되었음을 선포합니다. 탕, 탕, 탕.”


이제 제3호 안건 추진위원회 제2기 임원 선출의 건에 대한 투표 결과 발표만 남았다. 추진위원장과 부위원장, 감사로 출마한 후보자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감사 선출부문은 별 문제될 것이 없었다. 두 명을 선출하는데 두 명이 입후보하였고, 결과는 모두 당선이었다.


“다음은 부위원장 선출부문입니다. 부위원장 1명을 선출하는데 두 분이 출마하셨습니다. 개표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총회에 출석한 553명의 토지등소유자 중 기호 1번 김순례 283표, 기호2번 박현길 261표, 기권 및 무효 9표로 기호 1번 김순례 후보가 당선되었음을 의장께 보고드립니다. 의장께서는 기호 1번 김순례 후보가 당선되었음을 선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안암6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에 기호 1번 김순례가 당선되었음을 선포합니다. 탕, 탕, 탕.”


“다음은 추진위원장 선출 부문입니다. 역시 두 분이 입후보하셨는데요. 결과를 보겠습니다. 기호 1번 김현수 295표, 기호 2번 박두수 243표, 기권 및 무효 15표로 기호 1번 김현수 후보가 당선되었음을 의장께 보고드립니다. 의장께서는 기호 1번 김현수 후보가 당선되었음을 선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강치호 변호사가 결과를 발표하자 김현수를 지지하는 토지등소유자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선거관리위원장이 김현수의 당선을 선포한다.


“안암6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에 기호 1번 김현수가 당선되었음을 선포합니다. 탕, 탕, 탕.”


박두수의 표정이 싸늘하다.


‘이럴 리가 없어. 뭔가 잘못된게 틀림없어.’


새마을금고 이사장인 박두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참담한 결과였다. 더군다나 부위원장으로 입후보한 박현길보다 더 큰 표 차이간 난 것이다.


“자, 그럼 오늘 당선되신 분들의 감사인사를 청해 듣겠습니다. 추진위원장, 부위원장, 감사 당선자분들께서는 모두 단상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큰 박수로 격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강치호 변호사의 멘트에 토지등소유자들이 손바닥이 부서져라 박수를 치고 당선자들이 단상 앞으로 걸어 나온다.


“뽑아 주신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토지등소유자 분들게 인사드리겠습니다. 일동 차렷, 경례.”


사회자의 멘트에 당선자들이 정중히 90도로 인사하고 박수 소리가 터져나온다.
“자, 그럼. 대표로 추진위원장 당선자께서 감사와 포부의 인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강치호 변호사가 마이크를 건네주자 김현수의 떨리는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온다.


“토지등소유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변변치 못한 저를 믿고 다시 추진위원장으로 뽑아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촉진계획이 나오면 조합설립동의서를 걷어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본격적으로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게 될 것입니다. 우선 촉진계획이 나와야 하는 만큼 하루 속히 촉진계획이 나오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아무쪼록 이 한 몸 다 바쳐서 토지등소유자님들의 재산을 지키고 증식하는데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현수가 고개 숙여 인사하자 다시 한번 박수가 터져나온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총회의 의장이신 김현수 추진위원장께서는 단상 앞으로 올라 와 주시고 나머지 분들은 자리로 돌아 가셔도 되겠습니다.”


“이번에는 선거관리위원장님과 선거관리위원분들을 단상 앞으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자 이쪽으로 오시지요.”


강치호 변호사의 멘트에 김득수 선거관리위원장과 네 명의 선거관리위원들이 단상 앞으로 나란히 선다.


“오늘 총회를 위해 가장 노심초사하셨을 분들입니다. 오늘 총회가 무사히 잘 끝나서 무척 홀가분하실 거라 생각하는데요. 그동안 선거를 공정하게 운영하시느라 마음고생이 심하셨을 것입니다. 고생하신 선거관리위원장님과 선거관리위원들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강치호 변호사의 멘트에 토지등소유자들이 박수를 치고 선거관리위원장과 선거관리위원들이 인사를 하고 자리로 들어간다.


“이렇게 해서 오늘 총회의 모든 순서가 끝났습니다. 의장께서는 오늘 총회의 폐회를 선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암6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주민총회의 폐회를 선언합니다. 감사합니다. 탕, 탕, 탕.”


박두수와 박현길이 다시 얼굴을 맞댄 것은 월요일의 일이었다. 목요일의 대참사 이후 4일만이다.


“이건 분명 뭔가 야료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저야 그렇다고 쳐도 이사장님이 진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게다가 제가 22표 차인데, 이사장님께서 53표 차이라니요? 이건 말도 안됩니다.”


박현길이 박두수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제가 그동안 많이 생각해 봤습니다. 이건 홍보요원들 때문에 진겁니다.”


“홍보요원들 때문에 지다니?”


“이번 총회도 믿음컨설팅에서 홍보를 맡았잖아요. 믿음컨설팅이 누구 편을 들었겠습니까?”


박현길의 이야기에 박두수가 생각에 잠긴다.


‘그래 그거 말고는 내가 질 이유가 없지.’


“아니 생각해 보세요. 토지등소유자들이 새마을금고 이사장하고 중학교 선생 출신 중에 누굴 더 선호하겠습니까? 뭔가 수작이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게 증거가 없잖아?”


“증거가 없긴 왜 없습니까?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니까 홍보요원들이 대놓고 1번 찍으라고 했다는데요.”


“뭐야? 정말이야?”


“그렇다니까요. 우리만 모르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더라니깐요.”


“그럼, 이거야말로 명백한 부정선거잖아?”


“바로 그겁니다. 정비업체랑 컨설팅이 똘똘 뭉쳐 김현수와 김순례를 밀어 준 겁니다. 다 한통속이잖아요. 만일 우리가 당선되면 정비업체나 컨설팅도 일하기가 껄끄러울 거라고 생각했겠지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가 이대로 물러나면 제놈들끼리 다 해 먹으려고 할 겁니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아 견제를 해야 합니다.”


선거 전까지만 해도 박두수는 부위원장이고 박현길은 추진위원이었다. 하지만 선거에 출마하여 떨어지고 난 이상 이제는 추진위원회조차 참석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서대문구에서 조합장이 업체들로부터 수억원을 받아먹고 구속되었다는 뉴스 못 보셨어요. 우리도 그 짝 나지 말란 법이 어딨습니까?”


박현길의 이야기에 박두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한다.


제2기 임원으로 선출된 김현수 추진위원장과 김순례 부위원장은 동네 한쪽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한 채 추진위원회 변경승인을 받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었다.


개정된 운영규정과 새로 선출된 추진위원 및 임원 명단이 첨부된 추진위원회 변경승인신청서가 접수되었고 2007년 11월 20일 추진위원회 변경승인이 이루어졌다.


“이제 다 되었습니다. 앞으로 촉진계획만 고시되면 됩니다.”


행정업무를 처리하느라 성북구청 계단이 다 닳도록 들락날락 뛰어다닌 이동호 과장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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