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 추진위원장 “예정구역 해제 땐 명확한 기준 마련을 제2의 제기7구역 또 나오지 않았으면”
김태연 추진위원장 “예정구역 해제 땐 명확한 기준 마련을 제2의 제기7구역 또 나오지 않았으면”
  • 심민규 기자
  • 승인 2011.09.07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1-09-07 15:50 입력
  
행정청의 행정행위에 주민의사 잘 반영하는지 의구심 갈수록 커져요
 
 
김태연
제기7구역 전 추진위원장
 
제기7구역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추진위가 구성돼 재개발사업이 추진됐던 곳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 4월 정비예정구역 해제하겠다고 밝힌 32곳에 제기7구역을 포함시켰다. 정비예정구역 해제대상지는 주민들의 사업추진 의사가 없는 곳을 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과적으로 해제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과반수가 사업에 참여할 뜻을 밝힌 제기7구역이 해제대상에 포함된 것은 의문이었다.
 

제기7구역의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주민단체인 정비계획 지정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태연 전 추진위원장은 “행정청의 행정행위에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우리구역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비예정구역 해제검토지역을 지정됐던 이유는=모르겠다. 우리구역은 재개발을 희망하는 주민들이 많다. 그래서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약 52% 동의를 받아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확보해 줄 것을 구청에 요청했다. 구청에서도 동의서와 노후도 등을 검토해 요건이 충족되면 예산반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에 동대문구로부터 정비예정구역 해제지역으로 지정됐다는 통보를 받아 당황스러웠다.
 

▲해제지역 기준에 맞았던 것은 아닌가=절대 아니다. 서울시가 정비예정구역을 변경·해제하기 위해 마련한 기준은 정비사업 추진 움직임이 미흡한 지역, 노후도 등 정비구역 지정요건이 2012년 이후에 충족되는 지역 중에서도 추진위 미설립 구역, 구청장이 향후 휴먼타운으로 선정 예정인 지역 등이다. 하지만 우리 구역은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조합원 과반수가 사업 추진에 찬성하는 상황이며 노후도 등 정비구역 지정요건도 맞는다. 또 구청장이 직접 동대문구에서는 휴먼타운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청이 정비예정구역 해제를 신청한 이유는 무엇인가=특별한 답변도 없어서 더 답답한 상황이다. 대법원에서 추진위원회 취소 판결을 내린 것이 이유라면 추진위만의 잘못이 아니다. 대법원도 구청이 보완명령을 내렸어야 했다고 판결했다. 구청에도 일정부분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구청에서는 재개발에 반대하는 요청이 들어와서 서울시에 정비예정구역 해제를 요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반대하는 토지등소유자는 136명이었고 사업에 찬성하는 토지등소유자는 359명이었다.
 

▲해제검토구역에서 어떻게 철회했나=원래부터 해제검토구역으로 지정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철회를 하기까지 너무나 힘이 들었다. 구청에서는 이미 해제검토구역으로 신청했기 때문에 철회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시에서는 구청에서 검토를 마쳤기 때문에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책임 떠넘기기 핑퐁게임을 한 것이다. 권익위원회와 감사원에도 민원을 신청했지만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주민들과 함께 구청에 항의도 하고 구청장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너무 힘든 과정이었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는가=정비예정구역 해제와 관련해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이 한 이유인 것 같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이 단순히 사업 추진이 미흡한 지역, 노후도 미충족 지역, 향후 휴면타운 선정예정 지역 등과 같이 포괄적인 기준으로 선정을 하다보니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고 본다. 정비예정구역이 해제되면 다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우리구역과 같은 고통을 겪는 구역들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해제검토구역에서 철회된 후 사업추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정비구역이 지정돼야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구청이 정비구역을 지정하지 않는다면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구역은 주민들의 과반수 동의를 받아 구역지정을 요청한 상황이지만 구청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언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주민제안형으로 정비구역을 지정할 수 있지 않나=물론 법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다. 정비계획을 입안하려면 우선 시·도 조례에서 정한 비율만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2/3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동의율이 과반수인데 정비구역을 지정하기 위해서는 조합설립에 맞먹는 동의를 받으라는 것이다. 여기에 정비계획을 입안하기 위해서는 정비계획도서나 계획설명서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비계획도서와 같은 자료를 어떻게 작성하란 말인가. 가칭 추진위에서 정비업체와 설계자를 선정하는 불법을 저지르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책 입안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다=행정청은 명확한 법과 기준에 따라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마구잡이식으로 업무를 이행하면 주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 목소리 큰 사람의 요구를 들어준다는 것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민원을 요청한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본 것이다. 만약 행정청이 앞으로도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의 요청을 받아준다면 우리도 절차보다는 물리력으로 민원을 제기하겠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