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현 감정평가사-- 국·공유지 감정평가 ‘또 다른 진실’
이철현 감정평가사-- 국·공유지 감정평가 ‘또 다른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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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1.10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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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0 15:53 입력
  
“지자체의 ‘아전인수’ 실무 관행부터 개선해야”
 
 
조합과 감정평가사가 진실을 감추고 왜곡하는
주범인양 몰아가는 소수 언론보도 행태 유감
 
 
이철현
하나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이사
 

최근 모 일간지에 ‘재개발·재건축,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하의 연속 기사가 게재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불편한 진실’이라는 타이틀이 상징하는 것처럼 ‘재개발·재건축의 진실은 그리 맑은 모습은 아니다’는 확신 하에 심층 탐사보도를 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달의 보이는 면이 밝은 것만큼 보이지 않는 어두운 면이 있듯이 기사화된 것이 전부가 아니다’는 생각에 몇 가지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신문기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공유지의 대부료·변상금 관련 부분도 여러 반론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다른 분들이 해주실 거라 생각하고 이하에서는 국공유지 감정평가 부분에 한정하기로 한다.
 
 
1. 가격시점의 문제
기자가 적절히 지적하듯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이전 구 ‘주택건설촉진법’(이하 주촉법)으로 진행되던 재건축사업의 경우 구역 내 국공유지의 처리방향은 거의 대부분 매각이었으나 매각 감정평가의 가격시점(가격산정의 기준시점)에 대해 당시 〈주촉법〉은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
 
그러므로 〈국유재산법〉이나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등 국·공유재산 관련 법규와 감정평가에 관한 일반법적 지위에 있는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의 위임을 받은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제7조에서 정한  ①의뢰인이 특정 일자를 제시하고 그 일자의 가격조사가 가능한 경우는 그 일자가 가격시점이 되지만 ②그렇지 아니한 경우는 가격조사완료일이 가격시점이라는 규정에 따라 통상 가격조사 완료일 당시 현재시점을 가격시점으로 하여 국·공유지 매각감정이 행해졌다.
 
하지만 〈도정법〉 시행과 동시에 상황은 변하였는데, 〈도정법〉 제66조제6항 규정에 따라 국·공유지 무상양도·매각감정의 가격시점은 (기자가 적절히 지적하듯)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이 되었어야 했으나 〈도정법〉 시행 초기에는 ①국·공유지 무상양도를 위한 감정평가서가 사업시행인가 신청서류에 첨부되어야 한다는 〈도정법〉 시행령 제41조제2항제11호 규정으로 인해 부득이 사업시행인가 신청 전에 감정평가가 완료되어야 하는 기술적 이유 ②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을 기준으로 하여 행하며…”라는 〈도정법〉 제66조제6항의 해석에 대한 다툼(後述 참조) ③사업시행인가 신청 전에 행해질 수밖에 없는 사정상 최소한 2~3개월 후 未來인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을 가격시점으로 하여야 하는데, 이 경우 未來시점 감정평가 가능 여부에 대한 감정평가 이론상의 문제점 등으로 인해 감정평가 실시시점이나 사업시행인가 신청(예정)시점을 가격시점으로 하여 행해졌다.
 

그러나 이를 가지고 기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위법을 넘어 무법상태라 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으며 특히나 위 2번째 사유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를 무법으로 치부하는 것은 거의 ‘왜곡’ 수준에 가깝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단골로 등장하는 서초구와 반포주공2단지 및 3단지의 국·공유지 무상양도, 대부료, 변상금, 부당이득금 등의 각종 소송 진행경과를 보면 우선 서초구청은 당시 기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도정법〉 규정에 따라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이 가격시점이라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정비기반시설이 국가·지자체에 무상귀속되는 시점인 준공인가 통지시점이 가격시점이라고 주장(서울행정법원 2006.5.24. 선고 2006구합8143판결 참조)했다. 그러나 제1심 판결에서도 이 주장은 부정되었고 결국 대법원(2007.9.6. 선고 2007두10907) 판결로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이 가격시점으로 확정되었다.
 
이 사건의 경우 정비기반시설 무상양도 감정평가는 원고인 반포주공2단지조합의 의뢰로 2004년 6월 15일을 가격시점으로 한 반면, 사업시행인가는 2004년 12월 31일자로 행해져 약 6개월의 시차가 발생하나, 대단지의 사업시행인가를 함에 있어서 거쳐야 할 각 부처협의 등의 사정과 상기한 법률적·이론적 문제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조합이 자의적으로 가격시점을 앞당긴 것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이 보다 먼저 판결이 선고된 서울시 강서구 화곡1주구재건축조합 사례를 보면, 이미 2004년도 제1심 당시부터 조합은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일을 기준으로 하여 감정평가가 행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 행정자치부는 상당수 구청에서는 〈도정법〉 규정을 무시하고 〈국유재산법〉이나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규정만을 쫓아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감정평가를 실시하는 시점 現在가 가격시점이라고 주장하여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임을 주장하는 조합 측과 갈등을 빚다가 결국 법제처 법령해석(안건번호 07-0247, 2007. 9. 14)을 통해서야 비로소 가격시점 문제가 정리되었다.
 
이렇게 지난한 과정을 거쳐 최근에서야 비로소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에 가장 근접한다고 할 수 있는) 사업시행인가 ‘예정일’이 가격시점으로 정착되어 〈도정법〉 규정에 부합하는 감정평가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물론 〈도정법〉 시행 초기 가격시점 관련 규정에 대한 명확한 법해석이 부재한 상황에서 조합이나 행정청 모두 서로 유리한 방향으로 주장을 한 면이 없지는 않으나 조합만이 일방적으로 가격시점을 왜곡하여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것은 결코 아니라 할 것이다. 오히려 행정자치부 및 일선 구청은 지속적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감정평가를 실시하는 시점 現在가 가격시점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전후사정을 무시하고 마치 조합이 일방적으로 가격시점을 부당하게 왜곡한 것처럼 보도한 것은 ‘탐사’가 심층적이지 않았거나 이러한 사정에 대한 의도적 눈감음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2. 일방적으로 조합에 유리한 것인가?
기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부동산가격 상승시에는 몇 개월의 시차에 따른 평가차액이 상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유재산법〉 등 관련 규정에 어차피 1년이 지나면 재평가하도록 되어 있고, 인가권자인 구청이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였다면 (서초구청처럼)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을 기준으로 한 재평가 등의 방법으로 적절히 통제가 가능하였음에도 그러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조합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불편하게 하는 주범인 양 보도하는 것은 유감이라 할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 만약 당시에 현재처럼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였다면 사업시행인가 예정일과 실제 사업시행인가 고시일과의 시점차이에 상응하는 평가차액을 이유로 (구청이 아니라) 조합이 재평가를 요구했다면 구청은 이를 수용할 것인가? 이에 대해 그렇다고 장담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위에서 언급한 화곡1주구재건축조합은 〈도정법〉 시행 전 구 〈주촉법〉에 따라 2002년 5월 6일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으나 〈도정법〉 시행 후인 2004년 3월 30일에 가서야 약 325억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되었으며 매각 감정은 사업시행인가(예정)일이 아니라 매매계약 체결일 직전 시점을 가격시점으로 하여 행해졌다.
 
 
따라서 매매계약 체결일과 사업시행 인가일과는 약 2년의 시차가 발생하는 데 이 기간 동안 서울시 강서구 주거지역 지가상승률은 17%를 상회한다. 단순계산으로도 수십억의 차액이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서야 조합 주장이 대부분 인용되어 이와 다른 결론을 내린 원심판결이 파기되었다. 대법원은 구역 내 기존 정비기반시설인 국공유지의 유상매매계약은 강행규정인 〈도정법〉 제65조제2항 후단 규정에 위반되므로 무효라고 하여, 계약이 유효하다고 한 원심을 파기하였고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므로 17%라는 숫자는 파기환송심의 결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 즉 조합이 새로이 설치하는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 범위 내에서는 17%가 아니라 100%일 수도 있을 것이다.)
 
 
3. 국공유지 처리의 ‘불편한 진실’의 ‘또 다른 진실’
정비사업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개발사업 전체에서 예기치 않은 사소한 문제가 사업의 성패를 크게 좌우할 수 있는 데, 그 대표적인 유형중의 하나가 바로 국·공유지 문제이다. 특히나 정비사업은 이해관계인이 엄청나게 많은 반면 이를 규율하는 법령은 상대적으로 허점투성이라고 많은 비판을 받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와 관련된 언론보도는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기자가 모르는 ‘또 다른 진실’이 많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①대법원(2009.11.12. 선고 2008다98006 부당이득금) 판결을 보면 “당초 위 사업계획 승인조건에서는 원고가 이 사건 주변도로 편입지를 무상양수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는데 그 후에 이를 유상양도하는 것으로 정하여 사업계획승인 변경고시를 한 것은 사후부담으로서 위법하고 그러한 하자는 중대하고 명백한 것이어서 당연 무효이며, 이 사건 아파트의 준공검사 등이 임박한 상태였다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와 같은 사후부담이 무효임에도 피고가 이 사건 주변도로 편입지를 대금 11억538만원에 원고에게 양도한 것은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므로 피고(대구광역시장)는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써 위 양도대금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한 원심이 적법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구광역시장으로서도 이렇게 당초의 부관을 전면 부정하는 행정행위를 할 때는 법률자문 등 상당한 검토를 거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국·공유재산 관련 규정은 이렇게 해석에 따라 너무나도 황당한 일이 적법한 줄 알고 행해지는 영역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또 ②국·공유지 매매는 사법상 계약인 바 “그 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고 이를 사후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해져 있으면 족한 것이고, 이 경우 그 약정된 기준에 따른 대금액의 산정에 관하여 당사자 간에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정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2.7.12. 선고 2001다7940 판결)
 
여기서도 국·공유지 매입·매각의 문제는 (이번 신문보도에서 언급된) 가격시점 뿐 아니라 매각시기에 대한 법률상의 규정이 없는 문제 등으로 인해 매입협의부터 매입대금 완납에 이르기까지 항상 분쟁의 소지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국·공유지 매각을 위해서는 거의 모든 경우에 감정평가가 행해지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가격결정에 대립되는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제3자의 입장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가격결정을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기자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공유지의 가치는 낮추고 공사비를 부풀린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익명을 요청한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것이 마치 사실인 양 몰아가고 있는데, 정비구역 내 국공유지 무상양도·매각관련 감정평가실무를 진행하는 감정평가사의 입장에서 이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답답할 따름이다. 감정평가사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후일에 있을 행정청의 감사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공유지의 가격을 의도적으로 낮춘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인데 어떻게 이런 보도가 가능한지 참으로 궁금하다.
 
 
4. 마치며
정비구역 내 국·공유지 무상양도관련 판결, 국·공유지 매각감정의 가격시점 관련 분쟁을 보면 1, 2심 판결과 대법원 판결이 모두 다른 경우도 있을 만큼 복잡다기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지 채 2년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동일 사안에 대해 대법원 판시와는 다른 취지의 하급심판결이 나올 정도로 현재진행형인 사건들이 많다.
 

이번에 중점 보도한 사용료·대부료 문제만 해도 (기자가 보도한 것처럼)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중이다. 따라서 기자가 보도한 것처럼 “재개발·재건축 개발이익을 눈 뜨고 날리는 것”인지 아닌지는 아직 미확정인 상태에서 조합 및 감정평가사가 진실을 감추고 왜곡하는 주범인 것처럼 몰아가는 이번 보도는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자가 좀 더 투철한 기자정신을 발휘하였다면, 이러 일에 신경 쓰는 대신에 결론이 이미 확실하게 나 있는 상황인데도 현실은 그 결론대로 흘러가지 않는, 좀 더 확실한 ‘특종감’이 될 만한 소재도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예를 들면 정비기반시설 무상양도금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용적률 인센티브 상당액을 공제하여 결과적으로 ‘무상양도대상 축소=유상매입금액 증액’을 초래하는 실무지침과 실무관행이 위법하다고 대법원 및 많은 하급심법원이 수회에 걸쳐 지적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관행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많은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을 다루면 좀 더 멋있는 기획보도가 되지 않을까?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도 많이 쌓여 있어 ‘진실’이 무엇인지, 누가 ‘진실’을 불편하게 하는 지 헷갈릴 염려도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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