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피플 박세희 대표>“1기 신도시 리콜시대… 정책 애프터서비스 도입 검토해야”
<하우징피플 박세희 대표>“1기 신도시 리콜시대… 정책 애프터서비스 도입 검토해야”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0.10.28 0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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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8 09:39 입력
  
대대적인 리모델링으로 그린시티 만들어야
첨단기술·녹색성장·도시재생 3박자 갖춰야
 

박세희
㈜지안건축사사무소 대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정부기관 및 자치단체로 확산되고 있다. 국토해양부를 비롯해 국회, 경기도, 성남시 등 자치단체들의 대책 마련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 이 관심은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도 이어졌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지난 5월 아파트 리모델링에 대한 현황조사에 나섰다. 위원회는 국내 주요 건축 정책을 심의하고 관계 부처의 건축정책을 조정하는 기능을 갖는 정부기구다. 물론 아직까지 리모델링 안건을 공식 회의 안건으로 채택한 적이 없을 정도로 초기 단계다. 하지만 위원회의 이번 현황조사 착수는 리모델링에 대한 주변의 인식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세희 대표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현황조사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로 참여했다. 이곳에서 박 대표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정책 효과 등에 대한 의견을 위원회 측에 전달했다.
 
박 대표는 현행 리모델링 정책의 초점은 1기 신도시에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 과거 200만호 주택공급 정책에 의해 지어진 1기 신도시 지역에 대한 정책 애프터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리모델링 제도개선 정책은 이번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0년 초반부터 아파트 리모델링에 대해 관심이 높았던 그는 현재까지 한국리모델링협회 기술위원회 수석간사와 대한건축사협회 친환경 리모델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대학강단에서도 리모델링 공학을 후학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그가 제안하는 장기적인 리모델링 정책 방안을 들어봤다.
 
▲1기 신도시에 정책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이유는=과거 정부 정책에 대한 애프터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과거에 추진했던 정책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단시간에 대규모 물량이 지어진 우리나라의 신도시는 정부 정책이 아니라면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도시다. 그렇게 만들어진 1기 신도시 전체가 최근 급속히 쇠퇴하고 있으니 그에 대해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게 맞다.
 
▲현재의 1기 신도시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1기 신도시의 경우 90년대 초반에는 살기 좋은 곳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1기 신도시의 녹지율이 높다고 자랑하지만 실상은 중앙공원이 넓어 계산상으로만 높을 뿐이다. 중앙공원에 가까운 아파트는 높은 녹지율이 피부와 와 닿겠지만, 중앙공원에서 멀리 떨어진 아파트 단지는 그렇지 않다. 게다가 1기 신도시의 녹지율은 최근 지어지는 다른 지역들과 비교해 볼 때 그렇게 높은 수치가 아니다. 지금은 최신 도시계획 기법이 도입된 3기 신도시까지 나왔으니 이런 곳들과 비교해 볼 때 1기 신도시는 계속해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주택의 노후화가 심해지면서 주거단지로서의 매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1기 신도시에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리모델링 방안은=리모델링으로 명품 그린시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시 차원의 거시적 시각으로 리모델링을 도입해야 한다. 개별 아파트 단지 차원이 아니라 1기 신도시 전체 차원에서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연구 용역도 계속해서 진행시켜야 한다. 현재 국토부에서 리모델링 제도개선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지만 이번 연구로 끝나서는 안된다. 장기적으로 리모델링 제도의 안착을 위해 보다 개선된 내용을 계속 연구하고 정책에 반영해 나아가야 한다. 리모델링을 통해 도시 환경 수준도 높여야 한다. 도시의 하천과 단지 내부의 녹지 축을 연결하며 리모델링 단지 간의 연계성을 감안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적용되면 도시 전체 차원에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도시 전체의 가치 상승은 분명히 해당 주택의 자산 가치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세대수 증가가 이슈화되고 있지만 세대수 증가는 하지 않거나 최소화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자산가치를 향상시키는 방안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 단지 내부의 과도한 밀도 증가는 결국 단지의 가치를 낮추는 악영향을 초래한다. 
 

▲그린시티 조성이 가능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점은=지금 곧바로 움직여야 한다. 1기 신도시가 20여년이 됐다는 것은 위기이면서도 기회다. 이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1기 신도시를 만들었다는 책임과 함께 새로운 도시 조성 방안으로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리모델링은 최근 정부에서 추진 중인 친환경 녹색성장과도 부합해 정부 차원의 사업추진 명분이 확실한 분야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사회 전체적인 이해를 구한다면 사실상 걸림돌이 없다. 사회적 분위기만 조성된다면 리모델링 정책이 어느 날 갑자기 급물살을 탈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기대 효과는=1기 신도시 지역은 리모델링을 통해 고층화되는 재건축 단지와 차별화되는 기존에 없던 독특한 특색을 가진 도시를 만들 수 있다. 12~15층 위주의 주택, 지하주차장과 지상 조경 공간으로 이뤄진 대규모 공간이 조성되는 것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진행된 고층화 재건축 정책에 대해서는 실패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고층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독특한 색깔의 리모델링 기법을 활용해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첨단 기술과 녹색성장, 도시재생이 어우러진 친환경 리모델링 도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도시를 재생한 세계 최초의 그린시티가 만들어지며 그렇게 만들어진 노하우를 세계로 수출할 수도 있다. 세계 도처에 도시 전체 차원의 리모델링 수요는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정부 정책적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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