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혁경 대표-- ‘살고 싶은 도시’와 디자인 시티
윤혁경 대표-- ‘살고 싶은 도시’와 디자인 시티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0.09.1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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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6 10:49 입력
 
윤혁경
에이앤유디자인그룹㈜ 도시부문 대표
 

우리나라의 도시는 한마디로 말하면 급조된 도시다. 도시는 연륜이, 역사가 배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40년 동안 국민소득 100달러에서 2만달러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도시이기 때문에 품격이 다소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만 바빴을 뿐, 도시다운 도시를 만들 기회를 갖지 못했다. 도시는 외연적으로 공중으로 급팽창하면서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에 이른다.
 

1990년 중반을 지나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더 이상 이렇게 방치할 수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와 제도가 보완되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는 국토·도시관리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있었다. △지속가능한 개발 △환경친화적인 개발 △선계획 후개발이라는 정책의 틀을 제시하면서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겪어야만 했다. 〈도시계획법〉과 〈국토이용관리법〉을 통합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그동안 주택공급을 위해 큰 역할을 한 〈주택건설촉진법〉을 폐지하는 대신 주택관리정책을 더 중요시한 〈주택법〉이 제정되었다. 그리고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재생을 위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소위 뉴타운법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는 등 엄청난 변화를 경험했다.
 
또한, 각종 개발사업은 지구단위계획과 연계하도록 하였고, 2007년에 제정된 〈경관법〉과 〈건축기본법〉은 경관의 중요성과 건축가들에 대한 자세전환을 요구하게 된다. 환경관련 기준, 건축성능기준에 관한 규정도 속속 새롭게 제정하게 된다. 올해부터 시행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은 앞으로 녹색건축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기성도시를 반성하자는 일종의 다운시프트 방식의 제안이다. 좀 더 천천히, 앞뒤좌우를 살펴보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자는 의미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도시가 좋은 도시인가, 좋은 도시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런 도시를 누가 만들어야 하는가?
 
‘건축물이나 도시구조물이 중심이 되는 도시’, ‘경제논리를 우선으로 삼는 도시’는 좋은 도시가 아니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람을 중심으로 삼는 도시가 좋은 도시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시는 웅장하고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성장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보행소통보다는 차량소통을 우선시하고, 감성적인 접근방법 보다는 기능위주의 도시를 좋은 도시로 착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도시 디자인에 대한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장애인, 여성,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이 편리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도시가 되도록 해야 한다. 무장애도시·방범도시·디자인도시·경관도시·친환경도시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도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선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을 결정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누구냐에 따라, 그들의 선택이 좋은 도시를 만들 수도 있고, 나쁜 도시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정책의 지속성도 담보돼야 한다. 시장·군수·구청장을 비롯하여 대통령이나 정치지도자가 설령 바뀌더라도 그 정책이 실행될 수 있는 담보가 마련되어야 한다.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도시·주거환경정비계획’을 수립하고, ‘경관계획’과 ‘도시디자인계획’도 수립했다. 뿐만 아니라 개성있는 다양한 건축물을 유도하기 위한 ‘건축심의 기준’의 마련과 무장애 1등급과 친환경기준 등을 지구단위계획에 반영시켜 실현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작게는 ‘살고 싶은 마을만들기 사업’, ‘경관협정사업’, ‘휴먼타운 조성사업’ 등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선도적인 사업도 발굴, 진행시키고 있다.
 
사람이 주인공인 도시가 말처럼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역주민들이 먼저 원해야하고, 개발이익을 포기할 수 있는 더 큰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전문가는 오만과 편견을 버리고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현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자가 진정한 전문가인 것이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단기간에 해결하려는 욕심도 버려야 한다. 공공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될 때 우리의 도시는 살고 싶은 도시, 다시 찾고 싶은 도시, 기억에 남을 도시가 될 것이다.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이뤄낸 결정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디자인할 때 온전한 도시, 바람직한 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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