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위기극복 및 활성화 방안 좌담
정비사업 위기극복 및 활성화 방안 좌담
  • 박노창 기자
  • 승인 2009.01.07 0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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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7 17:44 입력
  
냉·온탕 정책에 조합·기업들만 ‘골병’… 정부가 자초한 꼴
용적률 상향·상한제 폐지 등 특단 대책 빨리 내놔야
영세한 정비업체 자금지원 가능한 금융기법 개발 '절실'
재개발·뉴타운도 '꽁꽁' 묶인 규제 풀어야 사업 활성화
 
 

 
 
이춘욱 
정우그룹 회장
 

황금알 낳던 시대는 ‘옛말’
주거환경개선 취지 살려야
 
 
 
 
 
 
고기영 
현대건설 상무
 

재개발·재건축 비리차단
업계 자구 노력 뒤따라야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수익성 떨어지는 정비사업
정부가 기반시설 지원해야
 
 
 
 
 
 
이종규 
하우징헤럴드 편집국장
 

미분양·현금청산 증가로
지방사업 사실상 ‘올스톱’
 
 
 
 
 
 
최태수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사무국장
 

조합·임직원 근로개선 시급
신뢰·단합이 불황극복 열쇠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도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불황 속 터널을 탈출하기 위한 업계의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아질 기미는 요원한 실정이다. 사업포기나 사업지연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정비사업의 위기 극복 및 활성화를 위해 각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서면좌담회를 실시했다. 이번 신년 좌담회에는 고기영 현대건설 상무,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이춘욱 정우그룹 회장, 최태수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사무국장이 참여했다.
 
 
■ 불황, 탈출구가 안보인다
▲이종규 편집국장=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금융위기는 국내 금융기관의 부실화는 물론 건설경기의 침체를 불러 왔다. 최근 경제상황을 두고 IMF 구제금융 당시 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 같은 최악의 경제상황은 재건축·재개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업계를 대변해서 위기상황의 현 주소에 대해 말씀해 달라.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일들을 예로 들면 좋겠다.
 

▲고기영 상무=국내 건설사들의 경우 미분양 적체 및 금융기관의 PF 규제 강화 등으로 최악의 경기를 맞고 있다. 이미 PF 부담 및 분양리스크가 높은 개발사업이나 도급사업 부문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했지만 진행중인 현장에 대한 PF만으로도 상당한 금융비용 압박을 받고 있다.
 

주택의 한 부분인 재건축·재개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현금청산 증가나 미분양 우려로 지방의 경우 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거기에 신규물량은 급감하고 ‘일단 따고 보자’는 식의 덤핑수주나 과열경쟁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국내 굴지의 한 건설회사는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금융기관이 이주비 지급을 보류해 조합원 이주를 못 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사들이 미분양 물량 해소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없이는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태수 국장=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지방의 모 재개발사업장을 예로 들겠다. 이 사업장은 조합원 이주는 물론 철거공사까지 완료된 곳이다. 하지만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수개월간 방치되다가 1년간 착공을 유예키로 결정했다. 미분양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대구의 한 재건축사업장의 경우 사업시행인가를 받고도 수년째 시공자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선정된 시공자가 사업포기 의사를 밝혀올까 노심초사하는 곳도 있다. 조합원 이주가 완료된 상황에서 시공자의 사업포기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지방 사업장은 이제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관리처분을 목전에 둔 사업장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업을 유보시키고 있다. 사업추진을 강행하자니 미분양이나 현금청산이 우려되고, 사업추진을 유보하자니 사업비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건설사들은 분양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자고 주장하지만 늘어난 사업비 금융비용에 대한 책임은 조합이 떠맡아야 하는 게 현실이어서 소송 등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선덕 소장=재건축·재개발시장은 주택시장의 일부이기 때문에 침체된 부동산시장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재건축·재개발·뉴타운 등에 투자를 한 사람들은 큰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재건축·재개발은 주변 시세가 하락하면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올라가게 돼 있다. 수익성이 떨어지면 분쟁이 많아지고 조기 청산 요구도 커지게 된다. 지방의 현실이 바로 그렇다. 또 현재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이들로부터의 자금지원은 더욱 더 힘들어질 것이다. 사업지연이나 포기 등의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던 건설사의 자금난과 부도 우려, 금융권의 자금지원 감소, 금리 상승 등으로 어느 해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춘욱 회장=앞서 몇 분이 언급했지만 지방의 경우 대규모 현금청산과 미분양에 대한 우려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일정을 최대한 늦추려고 한다. 하지만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자 한다. 결국 입장이 다른 조합과 시공자간의 법적 소송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사업시행인가를 받거나,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에서 건설사가 철수하는 예는 다반사가 됐다. 심지어 조합장도 현금청산을 원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IMF 당시에는 절대 완화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분양가상한제나 전매제한 등의 규제책도 과감히 폐지됐다. IMF 보다 더 어렵다는 데 공감을 하면서도 결단을 못 내리는 정부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 지방사업 안 하는게 낫다
▲이 국장=지방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차라리 사업을 안 했더라면’ 하는 후회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분양 증가나 현금청산 증가로 인한 사업 리스크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사업포기 의사를 밝히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선정된 시공사나 정비업체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손을 놓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지방 정비사업에는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김 소장=지방의 정비사업에는 정부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시세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과 연관된 각종 부담금을 낮춰야 하고, 용적률을 상향 조정해 수익성을 보전해 줘야 한다.
 

또 기반시설에 대한 정부의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일례로 재정비촉진지구의 경우 기반시설에 대한 순부담률을 낮춰서 조합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영세한 정비업체가 많은 게 현실이기 때문에 추진위나 조합에 대한 자금지원도 공공부문에서 검토해야 한다.
 

▲최 국장=사업추진을 위해서는 협력업체의 용역비 지급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용역비는 커녕 조합의 운영비조차 대여받지 못하는 곳이 늘고 있는 추세다. 부산, 대구, 광주, 전주 등 지방의 얘기만이 아니다.
 
그나마 안전지대였던 수도권도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면서 버려지는 사업장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이미 대전, 천안, 청주 등에서 이 같은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이 곳들에 대해서는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그나마 법에서 의무로 정하고 있는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을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
 

▲고 상무=엄청난 미분양으로 건설사들이 신규 수주를 기피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장 기존 현장조차도 표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지방의 경우 대부분 주택보급률이 100%를 상회하고 있는데 수요가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분양이 당장 해소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대체수요라도 있어야 하는데 주택을 소비할 수 있는 중산층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해답이 없는 형국이다.
 

지방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라는 미시적인 접근법 보다는 지방경기 활성화를 위해 기업과 인재를 육성하는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정부가 강력하게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 지방경기 부양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회장=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이야말로 모범답안이다. 하지만 이는 이상적인 답일 뿐이다. 역대 정권이 명운을 걸고 인위적으로 시도한 균형발전이 시장논리에 의해 곧 빛을 잃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결국 재건축·재개발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투자나 재테크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본래 목적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집을 새로 짓는데 본인이 자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을 분명히 가져야 된다는 말이다. 어떻게 자신의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새 집을 얻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과거처럼 무상으로 평수를 늘리면서 청산금까지 돌려받는 재건축·재개발은 더 이상 없다고 단언한다. 재건축·재개발이 이뤄지면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인식하는 사고가 계속된다면 지방 재건축·재개발의 활로는 찾을 수 없다고 본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 냉·온탕 정책 더이상은 NO
▲이 국장=MB정부가 탄생하면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참여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집값 상승이라는 여론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소극적인 규제완화에 그쳤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MB정부도 ‘선 이익환수, 후 규제완화’라는 큰 틀에서 정책을 입안했고, 그래서 절차 간소화 등에 초첨을 맞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어떤 조치들이 있어야 된다고 보나.
 

▲최 국장=정부는 지난해 11월 3일 용적률 상향 등을 골자로 한 경제위기 종합극복대책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용적률을 일괄적으로 상향해 준 조치다. 그동안 용적률을 규제수단으로만 사용해 오던 방식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크게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용적률 상향 등의 규제 완화책들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도정법〉 개정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층수가 동반 해제되지 않는다면 ‘하나 마나’한 정책으로 전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간거리, 사선제한 등 〈건축법〉 관련 내용도 함께 개정돼야 정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조항 등은 없애기로 발표했다가 개정안에 슬며시 원상복구되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강남 3구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폐지가 됐다지만 정부 정책의 신뢰성 면에서 금이 가게 됐다.
 

▲고 상무=최근 들어 소극적인 규제완화에서 다소 적극적인 완화로 바뀌었다. 하지만 재건축 규제완화로는 냉각된 시장의 상황을 단숨에 반전시키기는 힘들다고 본다. 용적률 상향, 소형주택의무비율 등 나올 수 있는 카드도 거의 다 나왔다. 이제는 완화정책이 성공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최대한 속도를 내는 게 중요하다.
 

행정절차상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최대한 빠르게 절차를 진행시켜야 할 것이다. 법이나 시행령이 아무리 개정된다고 하더라도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에 하달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되는 것도 선행돼야 한다. 시장이 다시 과열될 경우 규제카드를 꺼내 냉·온탕을 오가는 ‘사후약방문’식의 처방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이 회장=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골프용품 제조에 첨단기술이 접목되면서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기존 드라이버와 비교해서 몇 m 이상은 더 나간다고 꼭 광고를 한다. 광고내용을 모두 더 하면 현재의 드라이버는 최소한 1천m 이상은 나가야 된다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의 활성화 조치도 모두 합하면 지금은 사업추진 과정에 고민이 없어야 될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문제는 규제를 완화하겠다면서 입법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개악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반대로 필요한 조항이 삭제되기도 하는 등 많은 문제를 보였던 게 사실이다. 절차 간소화에 이어 실질적인 규제 완화를 담은 이번 〈도정법〉 개정안 역시 공공의 진입장벽을 허물어 주는 특혜조항이 대폭 삽입됐는가 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들도 많이 첨가돼 있다. ‘그릇을 깰 우려가 있으니 아예 설거지를 하지 말라’는 식으로 그동안 재건축·재개발은 규제를 많이 받아 왔다. 이제는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사업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은 하루 속히 걷어내야 한다.
 

▲김 소장=지난 참여정부는 재건축·재개발을 억제하는 대신 주로 신도시 개발에 치중했고, 이로 인해 도심 공동화 현상은 심해졌다. 공동화 현상은 슬럼화로 이어지게 됐고, 구도심의 재정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인 명제로 대두되면서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기대심리로 가격이 폭등하면서 참여정부 내내 무차별 규제가 가해졌다. 메가톱급 규제가 남발된 결과 재건축·재개발사업은 고사위기로 내몰리게 됐다.
 

사실 재건축·재개발은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추진되기 어렵다. 정부 입장에서도 별도의 국비 지원없이 도로나 공원 등 기반시설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장려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국비로 모든 기반시설을 충당해야 한다.
 

결국 지속적으로 재건축·재개발이 진행될 수 있도록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대해서는 보조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 상한제 등 추가완화 시급
▲이 국장=정부도 최근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분양가상한제 폐지나 전매제한 폐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재건축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 선정 등을 골자로 한 〈도정법〉 개정안이 현재 국토해양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 단계에 와 있다.
 

▲최 국장=절차 간소화, 규제 합리화, 투명성 강화 등을 목적으로 취해진 이번 〈도정법〉 개정은 가히 전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 퇴보한 조항도 있어 우려된다.
 

우선 조합원들의 임원해임을 위한 총회 소집요건의 완화는 오히려 분쟁과 갈등을 조장하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 재건축 조합설립을 위한 동별동의율 요건에서 의결권의 일부 완화(2/3→1/2) 조치는 환영하는 바이다. 하지만 동별동의율을 악용하는 알박기에는 여전히 속수무책이어서 매한가지다. 일부 투기꾼들의 알박기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동별동의율 요건은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안산 등 공동주택 재건축단지들은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100%에 가까운 동의를 얻었지만 상가동의 단 몇 세대 동의를 얻지 못해 사업이 올스톱된 상황이다. 소수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동별동의율 요건을 뒀지만 오히려 법률적으로 이를 악용하는 투기꾼들의 놀음에 놀아나는 형국인 것이다.
 

▲이 회장=분양가상한제나 전매제한 폐지 등은 현재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폐지에 대한 충분한 명분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과거 IMF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IMF 보다 더 어렵다면서 IMF 때 취한 분양가 자율화를 지금 취하지 않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다.
 

또 〈도정법〉은 지난 2002년 12월 제정돼 이듬해 7월부터 시행됐는데 정부 입김에 따라 그동안 너무 많이 바뀌면서 누더기가 돼 버렸다. 그나마 시행된지 6년 만에 첫 번째 대수술에 들어간 이번 개정안은 사업추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고 상무=〈도정법〉에 대한 큰 문제점들은 어느 정도 개정됐다고 본다. 문제는 개정 자체보다는 개정된 내용이 올바르게 시행되고 있는지, 다른 악영향은 없는지 등에 대해 피드백을 거친 후 차기 개정에 그런 부분들이 반영돼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재건축도 조합설립 후 시공자 선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행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에 대해서는 공사비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제도보완이 시급하다. 사업조건이 아닌 다른 내용, 즉 상식 밖의 이사비용 등에 현혹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조합원들을 속이는 그릇된 행동은 제도가 막아줘야 한다.
 

또 여건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단독주택재건축과 재개발을 명확히 구분하거나 통합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고 본다.
 

▲김 소장=지난해는 부동산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오히려 입법이 따라가지 못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하반기부터 정부정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법 개정에 상당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향후 재건축·재개발의 추가완화 조치에 대해서 지금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11·3 대책에서 언급된 재건축 규제완화 조치들이 재개발에도 적용이 가능하도록 개정돼야 한다. 이밖에 지방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가 현금청산인데,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청산 규정도 변경해야 한다.
 
 
■ 비리 오명 벗기 위한 자구 노력
▲이 국장=재건축·재개발은 도심지내 주택공급의 유일한 통로라고 전문가들은 정의한다. 또 낙후된 구도심의 활성화, 공동화 현상 방지, 직주근접형 주택 공급 등의 순기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은 언제나 비리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 이런 오명을 벗기 위해 어떤 자정노력이 필요한가. 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회장=기존 구도심을 방치하고 신도시 건설 위주로 도시개발을 하는 것은 한 마디로 달콤한 유혹에 빠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곧 기형적인 도시형태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서울의 강남이나 상해의 푸동, 동경의 주변부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면 동경을 벗어난 거주자가 동경시내로 들어오기 위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의 손실을 지불하는 이런 시스템은 이미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우리나라도 서울에서 천안까지 연결된 수도권의 도시구조가 멀지 않아 이같은 현상을 초래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구도심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의 비리 문제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다만 비리 차단을 위해 사업자체를 막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경우 재개발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철거나 이주 등은 정부가 직접하고 나대지 상태의 토지를 개발상에서 입찰을 통해 매각하는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비리는 차단될지언정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게 됐다.
 

▲김 소장=재건축·재개발사업은 조합원들의 현물출자로 진행되는 민간중심의 사업이다. 집행부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제고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도 크고 조합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도 쉽지 않다. 일반 조합원들이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는 것도 힘든 부분이다. 그에 비해 조합 집행부는 그나마 전문지식을 갖고 있다. ‘잘 모르는’ 일반 조합원들은 조합 집행부에 대해 의심을 하기 마련이고, 이는 각종 송사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일부 조합 집행부의 경우 시공자 등 협력업체와의 유착이나 뒷거래 등이 현실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재건축·재개발은 복마전이란 오명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도정법〉이나 〈건설산업기본법〉 등에 제어장치는 물론 강력한 처벌조항도 마련돼 있다.
 

▲최 국장=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특성상 사업을 진행하는 주체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협력업체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당연하다. 일반 회사도 처음 설립하고 난 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듯이 조합도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합리적이지 못한 판단과 결과가 때로는 비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어느 한 집단의 자정노력이라든지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어렵다. 정비사업과 관련된 모든 집단의 자정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또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재건축·재개발 비리는 〈도정법〉 이전에 사업을 추진하던 곳으로, 〈도정법〉이 제정된 이후에는 그런 경우가 많지 않다고 본다. 조합원들도 자기 재산이 걸린 중차대한 사업인만큼 조합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건전한 비판세력이 돼야 한다고 본다.
 

▲고 상무=일단 추진위나 조합의 파트너인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일부 정비업체의 경우 전문성이 떨어지고 자금력이 결여돼 있다 보니 사업진행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해집단과 결탁하는 비리를 낳게 된다.
 

물론 정비업체의 등록기준을 강화해 차별화된 업체를 선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비업체에게 적극적인 자금지원을 해 줄 수 있는 금융기법이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본다. 상식적인 선에서 이윤이 보장된다면 다른 이권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어려울수록 합심만이 살 길
▲이 국장=새해 정비사업에는 어떤 변화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또 기대나 포부 등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관련 종사자나 조합원들에게 한 마디씩 부탁드린다.
 

▲김 소장=올 상반기에는 거시경제의 침체가 확대되면서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될 것이다. 국내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 각 산업별 구조조정과 함께 실업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특히 건설업과 조선업은 구조조정의 시범산업으로 다른 산업보다 피해가 더 클 것이다. 자금순환의 어려움은 현재보다 더할 것이다. 또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매물이 크게 증가하면서 전국적으로 주택 및 토지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하반기에는 각 국의 경기부양 효과가 어느정도 나타나면서 수출도 회복되는 추세를 보일 것이고 부동산 가격도 급락 추세에서 약보합으로 변할 것이다. 재건축·재개발도 상반기 중에는 답보 또는 지연사례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완화 정책이 구체화되는 하반기부터는 그나마 사업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사업추진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고 조합과 조합원간, 조합과 시공자간 원활한 소통이 필수적이다.
 

▲이 회장=일명 컨설팅으로 분류되던 정비업체는 〈도정법〉 제정 이후 제도권으로 흡수됐지만 도입 취지와 상반되는 역효과를 낳았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자금력도 영세한 정비업체가 난립하면서 과당경쟁·출혈경쟁이 이어졌고, 이같은 악순환은 지금까지도 거듭되고 있다. 우선 당장 사업비 지원을 받기 위해 정비업체를 선정하는 현 상황은 주객이 전도됐다. 대부업체로 전락해 버린 정비업체의 현실에 대해서는 한번쯤 되돌아봐야 한다. 전문성이나 경험 등은 도외시되고, 운영비를 많이 주는 업체가 경쟁력을 가지게 되는 이런 모순은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 이 같은 구조가 비리의 씨앗을 잉태한다고 본다. 다만 현재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재건축·재개발이기에 향후 2~3년 내에 필연적으로 정비업체의 재편이 있을 것으로 본다. 적자생존이라고 할 수 있다. 모범적인 초우량 정비업체 탄생도 기대되고 있다.
 

▲최 국장=많은 전문가들은 2009년 역시 경기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역시 정부의 규제완화책에 다소간 탄력을 받을 수도 있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기 마련이다. 최소 7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준비하는 데는 오히려 최적기를 맞았다고 볼 수도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지혜와 힘을 모아 파고를 넘어서야 한다. 의심 보다는 신뢰를, 비난 보다는 칭찬을, 분열 보다는 단결이 더욱 필요한 시기다.
 

▲고 상무=사업성이 양호한 지역에 대한 신규 수주가 확대될 것이다. 동시에 선택과 집중 현상도 심화될 것이다. 건설사간의 우량 사업지에 대한 쏠림현상도 더욱 두드러져 치열한 수주전도 벌어질 것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현장에 집중할 것이고, 조합원 역시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해 몇몇 건설사에 집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량 사업지, 우량 건설사 편중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또 이번 〈도정법〉 개정을 시작으로 빠르고 투명한 사업진행이 기대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침체돼 있는 재건축·재개발시장의 활성화도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 도심재생 근간은 정비사업
▲이 국장=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주제에 상관없이 한 마디씩 해 달라.
 

▲최 국장=일생 동안 한 번이라도 재건축·재개발사업을 경험한다는 게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관련 법규나 실무내용에 대한 이해는 일부 전문가들의 몫일 뿐이다. 그런데 조합원들은 조합장이라면 모두 다 알아야 한다고 다그친다. 그래 놓고 조합장들이 우리 협회처럼 전문가 그룹에서 실시하는 교육에 참가하려 하면 사비를 들여서 참석하라고 하니 참으로 인색하기 그지없다. 적게는 몇백억원에서 크게는 수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면서도 급여는 대졸 초임연봉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업무는 CEO급 무한책임을 요구받으면서도 대우는 신입사원인 것이다. 조금이라도 급여를 올리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 마냥 빈정거림을 받는 게 일쑤다. 이러한 처지를 이용해 일부 업체들은 이권에 개입하려 한다. 조합장이나 상근임직원들의 근로조건 개선이 시급하다고 본다.
 

▲김 소장=재건축·재개발사업은 중요한 주택공급원이면서 수요자인 조합원을 확보하고 진행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불황기 극복을 위한 중요한 사업이다.
 

부동산 불황기에는 신도시 사업보다는 도심재생사업이 수요가 분명한 사업이기도 하다. 공공주도로 신도시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청약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올해 민간건설 경기는 재건축·재개발과 뉴타운 등 도심재생사업이 이끌고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의 건설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 도심재생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재건축 규제 완화정책만 이뤄지고 있는데 재개발과 뉴타운사업에도 동일한 규제완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재개발과 뉴타운의 경우 재정착률이 낮기 때문에 정부가 추진중인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준하는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 회장=조합 집행부나 협력업체 등은 국가만이 할 수 있는 공익사업이나 도시계획사업을 대신해 도시를 정비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질 충분한 자격이 있다. 다만 높은 도덕성과 전문성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공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 오랜 공직경험과 정비업체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그래도 재건축·재개발사업은 보람이 크다는 것이다. 기축년 새해에는 정비사업이 힘차게 비상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고 상무=새해에도 세계적인 경제 침체로 인해 국내 주택경기를 비롯한 모든 업종에서 어려운 시기를 맞이할 것이다. 특히 중소·중견건설사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관계자 모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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