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원의 국토이야기>건설업의 선구자 조정구 회장
<김의원의 국토이야기>건설업의 선구자 조정구 회장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8.12.24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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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4 15:11 입력
  
김의원
경원대학교 명예교수
 
 
고 조정구 회장은 건설공제조합을 비롯해 해외건설협회와 건설기술교육원 등을 창설, 우리 건설업계의 초석을 다진 분이다.
 

1916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경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했고 1936년 학교 졸업과 동시에 경기도 내무국 회계과에 적을 두었다. 10년 후인 1946년에 영선계장으로 승진한 다음 이듬해 3월에 관직을 그만 두고 회사를 설립했다.
 
고향의 형제들을 서울로 불러올려 중구 주교동에 조그마한 집에 간판을 내걸었는데 그 이름이 우리나라 건설업 면허 제1호인 삼부토건이었다.
 
이때부터 조정구 회장은 대림의 이재준 회장, 현대의 정주영 회장과 더불어 건설계의 삼두마차로 업계를 이끌었다.
 
특히 조정구 회장은 1963년에서 1972년까지 10년간 6차에 걸쳐 건설협회장직을 맡아 원만한 성격으로 무탈하게 건설업계를 이끌었다.
 
건설협회장을 맡은 10년간은 5·16후 개발연대를 맞은 건설업계의 춘추전국시대였다. 건설수요의 증가와 건설회사의 증가 속에서 정치권력을 업고 날뛰는 자들의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이런 과정에서 정작 본인의 몫을 챙기지 못해 건설업 면허의 1호인 삼부토건이 도급한도액 순위 28위까지 쳐지고 말았다. 5·16 주체세력과 가까운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정치권력을 사업에 이용하지 않았다.
 
조정구 회장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돌다리를 두드리고도 안 건너가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용의주도하고 치밀한 성격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치밀성과 신중성이 있었기에 건설협회장 재임 기간에 굵직굵직한 업적을 남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설공제조합을 만들 때의 일이다.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박정희 의장의 자문관으로 계시던 고 주원 전건설부 장관께서 필자를 부르시기에 최고회의에 가봤더니 조정구 회장이 와 계셨다. 사연인즉 건설부에서 〈건설공제조합법안〉을 빨리 만들어 최고회의에 올리라는 것이었다. 공제(共濟)란 뜻을 잘 몰라 되물었더니 조회장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건설업은 산업분류상 산업으로 인정을 못받고 있다. 그러니 은행에서는 융자 코드도 없으므로 건설업자들이 영세함에도 불구하고 은행 융자를 얻을 길이 없다. 혹 융자를 받는다 해도 업주 개인의 능력으로 융자를 얻는 수밖에 없으니 말하자면 건설은행을 하나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데 은행이란 용어를 쓰면 재무부 소관이 될테니 ‘공제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해서 건설부 산하에 주는 것이 좋겠다”
 
당시 주원 선생도 자유당때 건설협회 이사장(회장) 직을 지낸 분이시기에 누구보다도 건설업계의 사정을 잘 아는 터라, 당시의 입법은 최고회의만 통과하면 되었으니까 별 시비없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지금 막대한 자금을 통해 건설업계를 받치고 있는 건설조합을 보면 그때 조정구 회장의 강렬한 소망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건설업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정구 회장의 좌우명은 ‘성실과 신용’이다. 그래서 “여하한 경우이던 덤핑은 하지 않는다. 하자를 줄여라. 부정공사를 하는 소장은 모가지다. 밑져도 부실공사는 않는다”는 품질 제1주의를 표방했다. 공사현장에서는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네까진 놈이 무슨 대학을 나왔어” “가구도 없는 소리하지 마라”가 그것이다. 가구란 말은 부여 사투리로 말도 안되는 소리란 뜻이다.
 
조정구 회장님은 한때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있다. 11대 국회다. 그때 국회의원이 된 감상을 묻는 주위사람들에게 “정치세계란 본의 아니게 자꾸 거짓말을 해야 하는 일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평생 성실과 신용을 신조로 살아온 회장님으로서 정치세계의 풍토가 역겨웠었다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 국토가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가를 이해하기 위해 기획했던 ‘김의원 교수의 국토이력서’ 연재는 이번호를 끝으로 마감합니다. 연재를 허락해 주신 김의원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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