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원의 국토이야기>지하도시 개발의 역사
<김의원의 국토이야기>지하도시 개발의 역사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8.10.15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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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5 12:10 입력
  
김의원
경원대학교 명예교수
 
 
도시는 모든 것에 우선해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먹을 물(상수도)’과 ‘오수와 우수의 처리(하수도)’ 시설이다. 도시의 지하공간 이용은 상수도를 위한 도수터널과 하수를 위한 하수거(下水渠)가 시초이다. 여기에 더하여 비상시에 대비한 식량의 지하비축, 지하묘지, 반지하 구조의 주거 등이 주축을 이룬다.
지금은 철도나 도로, 주차장 등의 교통시설과 수도와 전기케이블 등의 공공시설 및 쓰레기와 하수처리장, 창고와 지하상가, 공장의 지하화가 세계 각국의 대도시에서 추진되고 있다.
또한 창문이 필요없는 건물, 이를테면 극장, 공회당, 도서관, 박물관, 체육관, 실험실, 회의장의 지하화도 검토되고 있다.
 

아크로폴리스라 불리우는 그리스의 고대도시는 방위목적으로 주택가를 언덕위에 건설하고 성벽을 둘러쌓았기 때문에 먹을 물은 구릉이나 계곡에서 구할 수밖에 없었다.
 
6년만에 건설한 아테네 터널=그리스문명 발상지인 미케네 유적에는 계곡의 안벽에 있는 우물에서 계단이 설치된 긴 갱도가 성안까지 연결돼 있다.
 

솔로몬왕이 완성한 예루살렘의 고성은 동쪽에 위치한 게데론계곡의 기본우물에서 역시 갱도를 통해 성내에 물을 공급했다.
 

앗시리아왕국의 수도였던 니네베는 길이 80㎞의 운하를 파서 상수를 공급했고 아테네는 24㎞의 도수터널을 6년만에 건설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1800년후인 1925년에 미국의 건설회사가 이 수도를 보수해서 현재의 아테네시 급수체계를 완성했다. 아테네가 예술과 더불어 영원함을 자랑하고 있는 기초는 지하에 구축한 옛날의 상·하수도망에 있다 할 것이다.
 
 
로마의 하수도 종말처리장=하수도의 종말처리를 하지 않고 하천에 방류해 먹을 물을 잃고 질병으로 고통받은 최초의 도시는 로마이다. 또한 이 문제의 해결에 사상 최고의 투자를 한 것도 로마이다.
 

로마의 5대왕 프리스크스는 저습지였던 지금의 로마 철도 종착역 부근에서 디베레강까지 배수터널을 건설했다.
 

마차가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배수터널이 완공되므로 해서 기원전 7세기부터 로마는 고대 세계 최고의 위생도시가 됐다.
 

이리하여 프리스크스 제왕 치하의 38년간 로마는 인구 26만명의 대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다.
로마가 상수도 공급체계를 완비한 것은 BC312년인데 로마 남쪽 25㎞지점에서 길이 16.5㎞의 도수관을 포설하는데서 비롯한다.
 

이 앗피아 수도를 기점으로 AD109년까지는 10개의 대수도관이 건설됐는데 본선 총연장이 500㎞에 이르렀고 배수지관은 2천80㎞에 이르렀는데 그 구조는 터널공법을 주로 썼다. 이 당시 1일 113.4만톤의 물을 공급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지금의 대도시 급수량의 3~4배에 해당한다. 로마라는 고대세계 최대의 문명을 꽃피운 것은 70%이상의 연장을 지하에 매설한 풍부한 물의 힘이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계 제1의 지하도시 몬트리올=이뿐 아니라 로마는 로마시내에 산재해 있던 묘지를 정리하기 위해 시의 남쪽 저지대에 지하 7~20m의 깊이로 계단과 횡갱(橫坑)으로 연결된 폭 1m, 높이 2m 정도의 회랑터널을 파서 그 양쪽 벽에 규칙적으로 시신을 정리했다.
 

2.4㎞에 걸쳐 여러층 수백열(數百列 )로 판 터널로 된 아파트식 지하묘지에 수백만의 시체를 납골함으로써 시내 환경은 크게 향상됐다.
 

세계 주요도시 가운데 기후조건이 나쁜 도시중에는 몬트리올이 포함된다. 눈이 많이 오는 이 도시의 중심부에는 ‘홀(Hall)’이라 불리우는 땅이 있다. 캐나다 국유철도의 급탄장이 그것이다. 1956년에 캐나다 국철회사로부터 개발계획 용역을 받은 MIT대학의 페이 교수와 도시계획가 빈세트폰티는 42층 건물을 제안했다. 이들은 이곳에 단순한 42층 건물만 세울 것이 아니라 눈과 비에 대응할 수 있는 전천후 지하상가 건설을 제안했다.
 

이것이 시민의 호응을 얻자 시당국은 나무뿌리가 번져가는 것처럼 점차 도심부 전역으로 확대해 갔다. 20여년전에 이미 그 면적은 100만평에 이르렀으니 가히 짐작할만 하다.
 
 
지하도시와 연계한 캠퍼스=몬트리올에 있는 퀘백대학에는 주차장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몬트리올 중심부에 위치한 이 대학은 지하도시와 연계한 캠퍼스 계획을 세웠는데 지하철에서 바로 연결시킨 것이 특징이다.
 

댄스홀, 극장 같은 것은 지하에 설치돼 있다. 지하1층이 대학의 연결복도로 돼 있다. 모든 교실은 이 복도와 연결됐다. 지하2층에 있는 도로는 대형트럭이 달릴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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