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법 위반죄에서 ‘총회의결’의 의미
도시정비법 위반죄에서 ‘총회의결’의 의미
  • 홍봉주 대표변호사 / H&P법률사무소
  • 승인 2018.09.12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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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제45조 제1항 제4호에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한 취지는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으로 보장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조합의 임원이 사전 의결 없이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로써 도정법 제137조 제6호를 위반한 범행이 성립한다.

그러나 정비사업의 성격상 조합이 추진하는 모든 업무의 구체적 내용을 총회에서 사전에 의결하기는 어려우므로, 위 도정법 규정 취지에 비추어 사전에 총회에서 추진하려는 계약의 목적과 내용, 그로 인해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될 부담의 정도를 개략적으로 밝히고 그에 관하여 총회의 의결을 거쳤다면 사전 의결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총회 의결 없이 조합의 부담이 늘어나는 계약을 체결해 조합원의 이익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면서도, 기존 총회 의결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부담 정도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된 상태에서 장차 그러한 계약이 체결될 것을 의결한 경우에는 사전 의결을 거친 것으로 보아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조화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한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자.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①조합은 2014년 임시총회에서 총 사업비를 4천256억원으로 추산하고, 이주비와 위와 같은 사업비를 금융기관 등을 통하여 차입할 것을 의결했다.

②위 임시총회에서 의결한 관리처분계획상 사업비추산표에는 이주비를 차용함으로써 조합이 부담해야 할 이자 총액 201억원이 금융비용으로 포함되어 있다(이주비는 조합원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용하고 조합은 이주비의 이자만 사업비로 부담한다).

③한편 조합은 위 임시총회에서 시공사와의 공사도급계약 체결을 의결했는데, 공사도급계약에는 조합이 시공사를 통해 사업비 2천30억원과 조합원들이 대출받을 이주비 1천170억원을 차용할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

④조합은 2015년도 임시총회에서 조합이 차용할 이주비와 사업비의 이율을 CD금리+3% 이내로 정하고,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금융기관을 선정해 자금을 차입할 권한을 대의원회에 위임했다.

⑤조합장은 그 후 시공사와 사이에 사업비 1천999억원 및 이주비 1천434억원을 차용하기로 하는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⑥조합장은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 시공사, 은행, 조합 사이에 은행이 조합원들에게 총 1천434억원의 이주비를 이율 연 2.98%로 대출하기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조합은 임시총회를 통해 장차 이주비의 차입을 위한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할 것과 그 금액의 한도는 금융비용이 CD금리+3% 이내의 연 이율로 총 201억원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을 밝혀 조합원은 이주비 대출로 인하여 201억원 범위 내에서 금융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조합장이 비록 위 소비대차계약에서 기존 총회에서 예정한 1천170억원보다 264억 원을 초과한 총 1천434억원의 이주비를 대출받는 것으로 약정했더라도 그로 인한 총 이자가 총회에서 의결한 이주비의 금융비용 201억원을 넘지 않음은 계산상 명백하다.

오히려 조합장이 총회에서 의결한 예상 이율보다 훨씬 낮은 연 이율 2.98%로 이주비를 대출받음에 따라 그로 인한 이주비의 총 금융비용 역시 총회에서 예상한 금액보다 감소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따라서 이주비의 대출금액이 얼마이든 그로 인한 조합의 부담은 이자에 국한되고, 그 이자의 총액과 이율의 한도를 이미 총회에서 의결한 후 그 이자와 이율의 한도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주비를 차용한 이상, 조합장으로서는 조합원의 부담이 될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미 도정법 137조 제6호에서 정한 총회의 사전 의결을 거쳤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위 조합장한테는 도정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문의 02-2038-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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