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매도청구 ‘줄 패소’ 사태
재건축 매도청구 ‘줄 패소’ 사태
  • 박노창 기자
  • 승인 2008.03.25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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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5 18:15 입력
  
법원 “조합설립동의서 중 비용분담 사항 잘못”
조합들 “운영규정 잘 지켜 법대로 했다” 주장
 
재건축조합들이 매도청구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사업추진에 비상이 걸렸다.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상 조합설립동의서 양식에 따라 조합을 설립하고 소송을 제기했는데도 연이어 패소판결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만든 조합설립동의서라도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이지 않아 효력이 없다’며 법원이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정한대로 했는데도 이처럼 패소판결이 이어진다면 자칫 전국의 재건축사업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전국 재건축조합 대부분이 조합설립동의서 양식대로 동의서를 징구해 조합을 설립했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하급심 판결이어서 향후 상급심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에 대해서는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민유숙)는 서울 은평구 S재건축조합이 정 모씨 등 27명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추진위 운영규정상 조합설립동의서 양식 중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서면에 의한 동의는 법률상 효력이 없다”고 원고 패소판결했다.
 
이에 S조합 관계자는 “법에서 정하고 있는 운영규정대로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한 뒤 조합설립을 인가받았는데도 패소해 억울하다”며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판결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이 구 〈주택건설촉진법〉 당시 대법원 판례를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으로 추진되고 있는 재건축사업에 그대로 적용하는 게 과연 옳은 판단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법률사무소 국토의 김조영 변호사는 “〈도정법〉 제39조에서 정하고 있는 매도청구는 단순히 〈집합건물의 소유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48조의 절차를 준용하라는 것”이라며 “법원이 비용분담이 구체적이지 않을 경우 재건축결의가 무효라고 했는데, 재건축결의라는 단어는 〈도정법〉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더 나아가 〈도정법〉 제39조에 따르면 ‘재건축결의는 조합설립동의로 본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조합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면 유효한 재건축결의가 성립됐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판결이 반복되면서 전문가들은 〈도정법〉을 개정한다든지, 조합설립동의서를 시행령까지 격상한다든지 등 나름의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라면 재건축조합이 매도청구소송에 앞서 조합설립동의서를 다시 한번 징구하는 게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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