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재개발 수주戰 재점화
서울·수도권 재개발 수주戰 재점화
  • 박노창 기자
  • 승인 2008.03.14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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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4 16:34 입력
  
추진위 시공자 선정 무효 판결 후폭풍 예고
건설업계, 재선정지역 선점 위해 전열 정비
 

 
‘재개발 추진위가 선정한 시공자는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미 시공자를 선정했던 서울·수도권 재개발 지역에서 다시 한번 수주전이 점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추진위와 추진위를 둘러싼 비대위, 일부 시공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4면〉
 
사업성이 양호한 서울·수도권 지역의 추진위들은 시공자 선정절차를 다시 거칠 경우 업체간 실질적인 경쟁이 이뤄져 공사비 인하효과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여기에 기존 추진위를 불신하는 이른바 비대위들도 추진위를 흔들 수 있는 좋은 명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여러 이유로 수주실적이 저조했던 일부 시공자들도 만회할 수 있는 호기로 판단,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보이면서 격돌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미분양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부산, 대구 등의 재개발 추진위들은 비대위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사업추진이 더뎌지지 않을까, 또는 그나마 있던 시공자가 사업을 접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시공자 붙들기’에 나서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최근 대법원 제1부(재판장 대법관 양승태)는 한모씨 등 16명이 부산시 대연동 모 재개발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주민총회결의무효확인’ 소송에서 “시공자 선정에 관한 권한은 조합원 총회의 고유한 권한”이라며 추진위가 선정한 시공자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한 재개발 전문가는 “이번 판결에서 특히 유심히 살펴봐야 할 부분이 ‘정관 제정 후 추인결의 방식’이 잘못됐다는 대법원의 판단”이라며 “그나마 업계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생각했던 추인결의 역시 무효라는 이번 판결로 시공자 재선정은 사실상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추진위 단계에서 결의된 시공자 선정에 대해 조합원 총회의 추인결의를 얻으면 족하다고 보는 것은 법의 취지에 반해 조합의 시공자 선택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정관에 따른 추인결의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시공자들도 이번 판결의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사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한 시공자 관계자는 “기 수주한 사업장들에서 비대위의 움직임이나, 소송 제기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장 관리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소별로 대법원 판결에 따라 무효가 될 사업장들을 분류하고 있다”며 “경쟁사들의 사업장들도 마찬가지 식으로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주전이 다시 불붙을 경우 ‘재격돌이냐,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냐’를 두고 업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사업성이 우수한 곳은 경쟁사 입장에서 좋은 먹잇감이기 때문에 시공자 입장에서도 재격돌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경쟁사의 현장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다시 붙을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된 셈이다.
 
한 시공자 관계자는 “기 수주한 현장을 두고 업계간 재수주전이 벌어지게 된다면 제살 깎아먹기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도 다칠 수가 있기 때문에 출혈경쟁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어느 현장에서든지 이같은 재수주전의 도화선이 불붙기만 한다면 상황은 극한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며 “보복수주 등 사업의 피해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지금은 수면 아래로 내려앉아 있지만 언제든지 뇌관으로 작용할 여지가 남아 있어 한동안 재개발 사업장은 몸살을 앓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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