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해산에 따른 매몰비용과 시공자의 사회적 책임
조합해산에 따른 매몰비용과 시공자의 사회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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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7.2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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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민
변호사/법무법인(유) 영진

 


1. 들어가며
2012년 7월 4일 오후 5시부터 면목제3-1구역 재개발조합 해산총회를 진행했다. 면목3-1구역은 2011년 4월 12일 사업시행인가를 득하고, 분양신청 절차를 진행하였으나, 조합원 분양신청률이 50%에 미달하여 현금청산대상 액수가 커 사업을 접고 조합을 해산하기로 한 지역이다. 임시총회 안건은 모두 8가지였다.  

 

제1호 안건 조합해산에 따른 회계결산 보고의 건
제2호 안건 조합해산 및 구역지정해제, 사업시행인가 폐지신청 결의의 건
제3호 안건 시공사 및 용역업체 계약해지의 건
제4호 안건 사업용 부지(면목동 1069-5외 2필지) 소유권 이전의 건
제5호 안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계약 변경의 건
제6호 안건 세무회계사무소 계약 변경의 건
제7호 안건 청산인 선임의 건
제8호 안건 조합해산에 필요한 사항 일체에 대한 대의원회의 위임의 건

 

안건목록에서 알 수 있듯이 위 총회는 현재까지 진행된 사업을 정리하고 조합을 청산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면목3-1구역이 해산총회를 할 시점까지의 매몰비용은 총 62억원이었다.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분양신청을 받은 후, 관리처분계획 수립 전 단계에서 결코 적은 비용은 아니다. 과연 면목3-1구역은 위 매몰비용을 어떻게 처리하기로 하였을까?

 

2. 총회 진행과정 
매우 민감한 사항을 다루는 총회여서 어떤 흐름을 보일지 막연했으나 총회는 의외로 2시간 이내에 평온한 분위기에서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조합장의 개회사는 다소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고, 감사의 감사보고는 조합해산 이후 조합원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어 구역 내 교회부지 문제로 갈등을 빚어 오던 교회의 업무담당 집사가 나서 교회입장을 표명했고, 시공사인 현대건설 담당자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도 있었다.


엄숙하던 분위기(다소 침통하기까지 한 분위기)는 현대건설 담당자의 입장 표명으로 급반전되기 시작하였다.
현대건설이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면서 ①조합원들이 손해를 볼 것이 자명한데 시공사 입장에서 그러한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는 없었다는 점 ②시공사가 조합에 대여한 자금을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점 ③비록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아 이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지만 추후 다시 사업을 진행할 때에는 손해를 감수한 현대건설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달라는 점 등을 피력했을 때 조합원들의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


이후 조합장이 해산총회를 준비하면서 겪었던 조합원들의 반목과 불신으로 인한 심적 고통을 호소한 후 안건이 상정되었다. 매몰비용을 떠안게 되지는 않을까 내심 우려했던 조합원들은 시공사의 통 큰(?) 결정을 확인하게 되자 총회 안건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게 되었고, 총회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모든 안건이 가결 처리되었다.

 

3. 매몰비용과 시공사의 사회적 책임
가. 면목3-1구역 해산총회의 의의
면목3-1구역 해산총회는 매몰비용의 처리문제와 관련하여 사회적 귀감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총회를 진행하면서 현대건설 담당자가 총회장에서 발언을 마쳤을 때 조합원들 사이에 흐르던 흐뭇한 미소를 결코 잊을 수 없다.


대기업들이 일년에 광고비용으로 쏟아 붓는 돈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면목3-1구역에서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엄청난 광고효과를 누렸을 것으로 생각한다. 조합원들에게 현대건설은 멋진 시공사로 확실하게 각인되었을 것이며 필자 또한 ‘현대건설 괜찮은데’라는 생각을 하였다.


최근 수원의 모 현장에서 조합원들 사이에 재개발 사업을 접으려고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자 시공사가 조합원들에게 사업을 중단할 경우 그 동안의 대여금을 조합원들이 분담하여 물어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이 얼마나 다른 풍모인가!

 

나.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필자는 매몰비용의 처리문제와 관련하여 조합이 법인파산을 신청하여 부채를 탕감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면목3-1구역 사례는 법인파산신청보다 훨씬 멋진 매뉴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대기업의 2세, 3세들이 떡볶이집이나 빵집 등의 사업을 벌이자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바 있다. 면목3-1구역 사례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공사들이 현장을 수주하기 전에 당해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사전분석을 통하여 수익성 등을 분석하고 자금을 대여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다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는 등 사업여건이 악화되어 할 수 없이 사업을 중단하여야 할 경우 그 동안 대여한 사업비를 회수하여야만 하는 것일까?


자영업자들도 사업을 하다가 돈을 떼이기 일쑤이다. 대기업도 기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리라. 담당 직원들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이 자신의 인사고과에 나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상황에 대한 통 큰 결단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아니 불가능할 것이다). 매몰비용의 처리문제는 대기업 오너들의 통찰과 통 큰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4. 줄이며
모든 안건이 처리되고 조합장이 했던 말이 아직도 귓전에 아련하다.


“제가 만일 시공사로부터 10원짜리 한 장이라도 부정하게 받았더라면 시공사에게 이런 요청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오늘 이러한 해산 총회는 불가능하였을 것입니다. 앞으로 청산이 종결될 때까지도 깨끗하게 운영해서 조합원님들께 한 점 부끄럼이 없도록 잘 하겠습니다.”


면목3-1구역은 투명하고 공정한 조합운영으로 서울시 표창까지 받았던 현장이었던 만큼 조합장의 위 발언은 결코 허언이 아닐 것이다. ‘뿌린대로 거둔다’는 옛말이 헛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문의 02-552-7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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