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부담금, 관리처분계획에 명시 안하면…
재건축부담금, 관리처분계획에 명시 안하면…
  • 박노창 기자
  • 승인 2007.11.06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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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6 17:56 입력
  
관리처분 반려… ‘상한제’ 적용받을 수도
재건축 관리처분계획 인가에 걸림돌로 작용
전문가 사이에도 ‘반려’‘보완’ 의견 엇갈려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조합들의 관리처분총회가 러시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재건축부담금을 반영하지 않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이 받아들여질지 논란이 예상된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서는 관리처분계획 수립시 재건축부담금을 명시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조합에서는 이같은 사실을 간과한 채 재건축부담금이 누락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수립된 계획은 인가 신청시 반려될 수도 있고 이럴 경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이와 달리 일부 전문가들은 “다수의 민원을 고려해 보완하라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러한 사안에 대해 조합과 지자체, 건교부가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무리하게 규제를 적용하다보니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는 조합들에게 이같은 행동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제6조2항에 따르면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재건축부담금을 납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재건축조합은 조합원별 종전자산을 평가한 가액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을 고려하여 제14조의 규정에 의한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의 조합원별 납부액과 제15조의 규정에 의하여 결정 및 부과하는 재건축부담금의 조합원별 분담기준 및 비율을 결정하여 이를 관리처분계획에 명시하여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 제14조1항에서는 “납부의무자는 사업시행인가 고시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법에 의한 재건축부담금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건설교통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정했다. 다만 사업시행인가 고시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시공자를 선정하지 못할 경우에는 시공자와의 계약 체결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또 동조2항에서는 “건설교통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자료를 제출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납부의무자에게 재건축부담금의 부과기준 및 예정액을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재건축부담금 산정에 관한 사항은 시행규칙 제7조에 의해 건설교통부장관이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위임했기 때문에 이들이 재건축부담금 산정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
 
즉 법 시행일(2006년 9월 24일) 이후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는 조합의 경우 사업시행인가 고시 후 3개월 이내에 재건축부담금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구청(시·군청)에 제출하면 구청장(시장·군수)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재건축부담금을 산정해 30일 이내에 조합에게 부과기준 및 예정액을 다시 통지해줘야 한다. 또 조합에서는 통지받은 부과기준 및 예정액을 조합원별 분담기준 및 비율을 결정해 관리처분계획 수립시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총회에서 통과된 관리처분계획들을 보면 이러한 재건축부담금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지 않은 조합이 대부분이다.
 
지난 9월 총회에서 관리처분계획(안)을 통과시킨 관악구 소재 A재건축조합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의 재건축 부담금에 대한 사항’이라는 제목으로 법 조항을 그대로 옮겨적는 수준에 그쳤다. 또 경기도 성남의 B재건축조합의 경우 대략적인 재건축부담금 총 예정액만을 적어놓았을 뿐이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명시해 놓은 조합은 나은 편이다. 지난달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했던 은평구의 C재건축조합을 비롯해 안양시의 D재건축조합, 구리시의 E재건축조합의 경우에는 관리처분계획에 재건축부담금에 관한 언급은 아예 없는 실정이어서 조합들의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대한 이해정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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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지자체·건교부 “서로 네 탓이오”
 
■ 책임 떠넘기기
 
현재 재건축부담금 문제를 놓고 조합, 추진위, 건교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서 이들 사이에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떠안게 된다”며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는데 재건축부담금이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을 경우 서울 및 경기지역처럼 주택가격이 높은 지역에서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정부의 발표대로 분양가의 약30%가 하락한다고 가정해 보자. 일반분양분이 300세대인 재건축 조합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면 일반분양 수입의 30%가 허공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3.3㎡당 분양가가 1천만원이라 가정하면 3.3㎡당 300만원의 손실이 발생되며 이를 99㎡(30평)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손실액은 한 세대당 9천만원이다. 따라서 이 조합의 경우 일반분양분 300세대의 총 손실액은 270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이에따라 조합에서는 어떻게든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재건축부담금 미산정으로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이 반려될 경우 그 피해에 대한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느냐하는 것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관리처분계획 수립시 재건축부담금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관련서류를 구청에 제출했으나 구청에서 재건축부담금을 통지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누락시킨 채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자체와 건교부에 문의를 해봤지만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향후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춘천의 한 재건축조합은 관련서류를 제출했지만 행정청이 이를 처리하지 못해 건교부에 올린 상태지만 부담금에 대한 통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담당자도 “인력이 부족한데다 조합에서 보내온 자료만으로 향후 개발이익 등을 산출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며 “부담금산정에 관한 건교부의 세부지침도 마련돼 있지 않아 사실상 구청에서 부담금을 산정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 구청뿐만 아니라 다른 구청들도 부담금을 산정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건교부 주거환경팀의 한 관계자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대로 부담금 산정업무를 진행한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며 “정기적으로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부담금을 산정하지 못하는 것은 핑계”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에대해 한 재건축·재개발 전문가는 “정부가 무리하게 법을 시행함에 따라 조합에서는 관리처분을 강요당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여기에 다른 규제들과 얽혀 사업이 비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등의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현실에 맞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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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부담금 이렇게 하세요”
 
재건축부담금이 관리처분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조합이 대부분인 가운데 부담금을 정확하게 명시해 눈길을 끌고 있는 구역이 있다. 바로 부산의 화명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과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조합이 그 곳이다.
 
부산 화명주공아파트는 관리처분계획에 재건축부담금을 자세히 명시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 구역의 관리처분계획에는 재건축부담금의 조합원별 부담기준과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의 조합원별 납부액 및 부담비율을 자세하게 기재해 놓았다.
 
우선 재건축부담금의 조합원별 부담기준은 △재건축초과이익 △조합원별 평균 재건축초과이익 △재건축부담금 예정총액 △재건축부담금 납부예정액 총액(기간안분) 등에 대해 어떻게 산정됐는지를 명시했다.
 
또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의 조합원별 납부액 및 부담비율은 △기존주택규모 △개시시점 주택가격 △주택공급규모 △종료시점 주택가격 △청산금 예정액 △세대별 순이익 △분양신청 세대수 △주택규모별 순이익 △주택규모별 평균 분담비율 △조합원별 평균 분담비율 △주택공급규모별 평균재건축부담금 예정액 △주택규모별 부담금 예정액 등으로 세분화해 표를 작성했다.
 
이 표로 조합원들은 자신의 기존주택규모와 분양 신청한 주택공급규모를 대입하면 자신의 주택공급규모별 평균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정금마을 역시 같은 방법으로 재건축부담금의 조합원별 분담기준과 비율을 정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관리처분계획에 명시했다.
 
화명주공아파트와 정금마을의 재건축부담금 업무를 담당한 주거환경연구원 재건축부담금 업무지원센터의 진희섭 팀장은 “재건축부담금은 아직까지 납부한 사례가 없는데다 법 시행 후 이렇다 할 지침이 없는 실정이어서 조합에서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며 “여기에 지차체들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관리처분 수립시 포함돼야 할 재건축부담금을 아예 빼놓은 조합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바른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건축부담금을 산정해 명시해야 한다”며 “지자체가 해 줄 것을 바라기 보다는 조합 스스로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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