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을 통한 조합총회 참석
대리인을 통한 조합총회 참석
  • 봉재홍 변호사 / H&P법률사무소
  • 승인 2022.10.1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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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A조합은 도시정비법에 따라 재개발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A조합의 정관은 조합원이 대리인을 통해 총회에 출석하려면 배우자ㆍ직계존비속ㆍ형제자매 중 성년자를 대리인으로 정하고, 조합원 본인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을 피고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조합의 조합원인 갑은 자녀인 을을 대리인으로 정해 총회에 참석하고자 했는데 을에 대한 위임장을 작성하지 않았고, 을은 총회에 참석하면서 위임장을 제출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A조합은 을이 종전에 개최된 총회에 갑을 대리해 참석한 사실이 있었고, 을이 갑의 자녀라는 점을 알고 있어 을이 갑의 대리인으로 총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 경우 갑은 대리인 을을 통해 적법하게 총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일까? 

조합의 정관이 대리인을 통한 총회 참석 시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대리인과 본인의 관계, 본인의 위임 여부 등을 쉽게 파악하고 대리인의 자격을 보다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 요구하는 것일 뿐,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을 지참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리인 또는 본인이 다른 방법으로 위임장의 진정성 내지 위임 사실을 증명할 수 있거나 조합이 위임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조합은 그 대리권을 부정할 수 없으므로 갑의 총회 참석과 의결권 행사가 적법하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21.9.30 선고 2021다230144 판결을 통해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으면 대리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했고,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시했다.

대법원은 “도시정비법 제45조 제5항 제1호에는 ‘조합원이 권한을 행사할 수 없어 배우자, 직계존비속 또는 형제자매 중에서 성년자를 대리인으로 정하여 위임장을 제출하는 경우 대리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 정관 제10조 제2항, 제22조 제5항에도 조합원이 대리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 위임장을 작성해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은 대리권의 존부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총회 결의의 성립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데 그 목적이 있다 할 것이다.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총회 개회 당시 의장이나 그 직무대행자 등 집행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조합원의 의결권 대리행사 가부를 가릴 수 있다고 보게 되면 당사자들이 유불리에 따라 총회 결의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되어 불필요한 법적 분쟁이 야기될 수 있는바, 이는 단체법적 법률관계에서 중시되는 객관성, 명확성, 안정성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아니하다”라고 판시했다.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대리인을 통해 총회에 참석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 갑이 총회 참석과 의결권 행사 등에 관해 을을 대리인으로 정하는 위임장을 제출했으나 인감증명서 등을 제출하지 않은 경우는 어떨까?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2007.7.26 선고 2007도3453 판결을 통해 “조합총회의 결의에 대리인이 참석할 경우 본인의 위임장에 인감증명서를 첨부해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조합원 본인에 의한 진정한 위임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므로,

조합원 본인이 사전에 대리인에게 총회 참석을 위임해 그 자격을 소명할 수 있는 위임장을 작성해 주고 대리인이 총회에 출석해 그 위임장을 제출한 이상 본인의 인감증명서가 뒤늦게 제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대리인의 참석을 무효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생각건대 위임장 자체가 제출되지 않은 경우라면, 조합원이 해당 총회에 대리인을 통해 총회에 참석하고자 한 것인지 불분명하고, 대리인으로 지정된 자가 누구인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섣불리 대리인을 통한 총회 참석 및 의결권 행사를 허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임장의 제출을 통해 대리권의 존부 등에 관한 법률관계가 분명하게 확인되어, 대리인을 통한 총회 참석 가부에 대해 조합장 등 집행부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진 상태라면, 인감증명서나 신분증 사본, 기타 신분 관계를 증명하는 서류 등이 누락되었다는 이유로 대리 참석을 거부할 수 없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봉재홍 변호사 / H&P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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