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디’ 신통기획… 공적부담·자문·심의 문턱서 동력 상실
‘만만디’ 신통기획… 공적부담·자문·심의 문턱서 동력 상실
오세훈표 정비사업 왜 속도 늦어지나
  • 최진 기자
  • 승인 2023.07.1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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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인허가 속도 
각종 공적부담도 가중

주민의견 반영 안된 정비계획
막무가내 통보하는 방식
총체적으로 정책설계 불만

일부선 사업 취소하는 상황
서울시 성과에 너무 급급
조합에 ‘압박행정’ 논란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서울시가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꺼내든 신속통합기획이 연속된 자문절차나 심의 등으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공공이 정비계획 수립 초기부터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향후 인허가를 신속하게 돌파한다는 정책 메커니즘이 지속되는 자문·심의절차로 동력이 상실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비계획 수립 초기부터 주민반발이 예상되는 각종 공적부담과 정비계획을 정해놓고 이를 통보하는 방식에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주민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정비계획을 통보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반복되는 자문·심의절차로 이어져 사업속도가 지연된다는 것이다.

일부 현장들은 공공의 공적부담과 정비계획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신속통합기획 자체를 취소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신통기획 정책설계 불만, “이탈단지 늘어날 수밖에”

최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는 서울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정책설계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비계획 수립과 관련한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고 무리한 공적부담 및 정비계획이 강요되면서 사업속도는 물론, 정비계획안에 대한 불만까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북구 미아4-1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한지 2년차에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비계획안에 대한 주민공람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타 구역보다 사업추진 속도가 빨라 신통기획을 대표하는 현장으로 홍보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방문한 현장이지만, 정작 실무추진 단계에서 발목이 잡혔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에 대한 내용을 인허가권자인 강북구청이 절차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 자문이나 심의절차가 덧붙여졌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특별계획3구역도 신통기획 철회를 고민하는 중이다.‘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기준으로 마련된 각종 공적부담이 주민들의 주거환경과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흐르자, 신통기획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공적부담으로 4,000억원을 들여 마련하는 기반시설 대부분이 덮개공원·한강보행교 등 서울시 관광자원을 만드는 데 사용되면서 신통기획 자체를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서울시 신통기획에 참여한 한 조합장은 “서울시가 정책 초기에는 수월한 인허가와 인센티브를 설명하며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정책이라고 홍보했지만, 사업에 참여한 후 이렇다 할 혜택을 느끼지 못하겠다”라며 “자기들이 이미 다 짜놓은 정비계획을 꺼내놓고 이것을 받아들이면 빨리가고 아니면 사업이 지연된다고 하니, 이제는 함정에 빠진 기분이고 배신감까지 든다”고 말했다.

▲단지 둘로 쪼개는 ‘공공보행통로’… 타협 없는 강제사항

당초 도입한 신통기획의 아이디어는 공공이 사업초기인 정비계획안 수립에 참여해 문제돼 왔던 쟁점사항을 미리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다. 인허가 시 반복되는 문제들을 사업초기에 미리 점검해서 향후 인허가 절차를 원활하게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공공이 정비계획안을 마련하는 일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짜놓은 계획안을 ‘통보’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공보행통로’다. 공공보행통로는 단지의 통경축 등을 기준으로 단지를 가로지르는 보행도로를 만드는 것이다. 주민들은 단지 내부로 외부인들이 지나다니는 것이 주거쾌적성을 떨어트린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는 층수를 분리시켜 외부인과 거주자 공간을 분리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입주민들의 단지 내 이동이 단절될 수밖에 없어 추가적인 생활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최근 주거트렌드로 자리 잡은 단지 중앙공원이 공공보행통로와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상 입주민 생활보호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강변 재건축단지들은 한강공원 관광자원화에 따른 공공보행통로와 보행육교·덮개공원 등이 정비계획에 천편일률적으로 담겨있어 주민 불만이 거센 상황이다. 한강공원 관광자원화가 성공하면 단지 내부로 해외 관광객들까지 지나다니게 돼, 사실상 주거쾌적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불만이다. 

압구정2구역의 경우 기존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하는 지하통로나 나들목이 있는데, 왜 수백억을 들여 한강공원과 연결되는 육교, 공공보행통로를 만드느냐며 주민설명회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서울시가 잠실장미, 잠실주공5단지에도 신통기획을 제안하는 상황인데, 결국은 한강변을 따라 지어진 아파트단지들을 모조리 한강의 관광자원화를 위한 보행통로 시설물로 미리 계획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라며 “서울시는 용적률이나 층수규제를 조금 풀어주고선 자기가 하고 싶은 관광 사업을 위해 주민들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일갈했다.

▲서울시 신통기획, 짜놓은 정비계획 대본을 조합에 강요하는 정책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이미 자신들의 기조로 세워놓은 정비계획을 반영하기 위해 신통기획을 제안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2040도시기본계획’의 성과를 드러내기 위해서 미리 정비계획 수립단계에서 각종 기부채납시설을 못박아두고 향후 계획을 변경하려면 지속적으로 사업을 지연시키는 수법이 아니냐는 것이다.

신통기획을 추진하고 있는 강남구 대치미도의 경우 서울시가 치매요양관련 시설을 공공시설로 넣으라고 해서 주민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또 압구정의 경우 한강 관광자원화를 위해 필요한 치안센터를 기부채납시설로 계획해 주민불만이 커지고 있다.

송파구 한양2차의 경우 이러한 통보식 정비계획안에 불만을 제기하고 신통기획을 철회하고자 했지만, 서울시가 매몰비용 및 출구대책이 없다는 이유로 신통기획이 철회되지 못하는 상태다.

강남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신통기획을 추진하는 대부분의 조합들은 이미 서울시가 짜놓은 대본을 조합원들에게 읽게만 하는 식이고, 신통기획안 대부분이 주민을 위한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어, 향후 사업추진 과정에서 이탈현장들이 더욱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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