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설립동의자 수 산정과 지분쪼개기
조합설립동의자 수 산정과 지분쪼개기
  • 진상욱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인본
  • 승인 2023.10.2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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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도시정비사업에 있어 이른바 ‘지분쪼개기’란 조합원이 될 수 있는 하나의 자격을 인위적으로 여러 개로 나누어 수개의 조합원 지위 또는 분양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조합원이 증가해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저하되는 등 기존 조합원의 재산권 보호에 미흡한 측면이 있자, 구 도시정비법은 2009.2.6. 제19조 및 제48조 제2항 제6호를 개정해, 일정한 경우 수인의 토지등소유자에게 1인의 조합원 지위만 부여함과 동시에 분양대상자격도 제한함으로써 투기세력 유입에 의한 정비사업의 사업성 저하를 방지하고 기존 조합원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있다.

최근 정비사업조합의 인가요건인 조합설립동의자 수 산정과 관련해 ‘지분쪼개기’가 다시 한번 문제되었던 바,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해당 사안에서는 A주식회사가 사업시행예정구역 내에 소재한 다수의 토지 또는 건축물을 소유하고 있었다.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구 도시정비법령에서는 1인이 다수 필지의 토지 또는 다수의 건축물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필지나 건축물의 수에 관계없이 토지등소유자를 1인으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위 재개발사업의 경우 조합설립이나 재개발사업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토지등소유자들이 상당수 있어서 조합설립을 통한 재개발사업의 추진이 쉽지 않은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A주식회사는 사업시행예정구역 내에 있는 토지 또는 건축물의 극히 적은 지분을 임직원이나 관계인에게 양도·증여해 토지와 건축물의 소유자를 달리함으로써 이른바 ‘지분 쪼개기’방식으로 조합설립에 관한 법정 동의율의 산정 대상이 되는 토지등소유자의 수를 인위적으로 늘린 후, 이와 같이 늘어난 총 200여 명의 토지등소유자들로 하여금 조합설립에 관한 동의서를 제출하게 하여 이에 터잡아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았다. 

위 사안에서 ‘지분쪼개기’ 방식으로 늘어난 토지등소유자들의 조합설립 동의자 수 산정의 유효성이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위법성으로 다투어졌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오로지 재개발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정족수를 충족하게 하거나 재개발사업 진행 과정에서 주도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형식적인 증여, 매매 등을 원인으로 하여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 등의 명의로 과소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는 방식을 통해 인위적으로 토지등소유자 수를 늘리고, 그들로 하여금 조합설립에 동의하는 의사표시를 하도록 하는 것은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정족수 및 동의자수 산정 방법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도시정비법령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이 늘어난 토지등소유자들은 동의정족수를 산정함에 있어서 전체 토지등소유자 및 동의자 수에서 제외돼야 할 것이다. 

이처럼 과소지분의 형식적 이전을 통해 인위적으로 부풀린 토지등소유자들로 하여금 조합설립에 동의하는 의사표시를 하도록 하는 것이 도시정비법령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토지 또는 건축물에서 과소지분이 차지하는 비율 및 면적, △과소지분을 취득한 명의자가 이를 취득하기 위해 실제로 지급한 가액, △과소지분을 취득한 경위와 목적 및 이전 시기, △과소지분을 취득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과소지분 취득자들이 토지등소유자의 수에 산입됨으로써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수에 미친 영향, △과소지분 취득자들이 조합설립에 동의하는 의사를 표명한 정도 및 그 의사가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정족수에 미친 영향, △과소지분 취득자와 다수 지분권자의 관계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해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원심이 A주식회사 등이 조합설립에 관한 동의율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목적으로, 형식적인 증여나 매매 등을 원인으로 하여 토지 또는 건축물의 과소지분을 임직원이나 지인 등에게 명의신탁하거나 통정하여 허위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는 이른바 '지분 쪼개기' 방식을 통해 인위적으로 토지등소유자 수를 늘리고, 그들로 하여금 조합설립에 동의하도록 한 것은 구 도시정비법 제35조 제2항에서 규정한 조합설립에 관한 동의율 요건을 잠탈하기 위해 편법 또는 탈법적인 방법으로 토지등소유자 수 및 동의자 수를 늘린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

위와 같이 인위적으로 늘어난 토지등소유자 194명과 그중 조합설립 동의서를 제출한 185명은 조합설립에 관한 동의율 요건을 산정함에 있어서 전체 토지등소유자 수 및 동의자 수에서 각 제외되어야 한다고 판단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위 대법원 판례는 종래 분양권 취득을 위한 지분쪼개기가 문제된 사안과는 달리 조합설립동의에 있어 토지등소유자 수 산정과 동의자 수 산정에 관한 지분쪼개기의 탈법행위 인정기준을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지분쪼개기는 정비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사후적으로도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합설립을 준비하는 추진위원회는 위 대법원 판례를 참고해 조합설립 동의의 대상이 되는 토지등소유자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진상욱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인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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