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조합 탈퇴해도 리모델링 결의까지 철회된 것 아니다”
대법원 “조합 탈퇴해도 리모델링 결의까지 철회된 것 아니다”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1.03.0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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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조합 탈퇴해도 리모델링 결의까지 철회된 것 아니다”
 
  
동의 철회는 결의가 유효하기 전까지만 가능
조합설립인가에 정족수 충족 요건 필요없어
 
 

 그동안 일선 현장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리모델링결의 동의 철회 가능 시점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리모델링결의에 대한 동의의 철회 가능 시점은 그 리모델링결의가 유효하게 성립하기 전까지”라고 판단했다. 또 리모델링결의가 유효하게 성립하는 시점은 “리모델링결의 정족수를 총족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조합원이 스스로 조합을 탈퇴했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라 동의율 부족으로 기존에 유효하게 성립한 리모델링결의도 함께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도 덧붙였다.

조합원 탈퇴를 신청했다고 해서 그에 따른 동의율 부족으로 리모델링결의도 함께 자동적으로 철회된다고 보던 기존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즉, 리모델링결의의 지속성에 무게를 둔 판결로서 리모델링사업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원 제1부(재판장 이인복 대법관)는 지난 10일 성동구청장이 서울 성동구 A아파트 구분소유자인 이 모씨 등 3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택조합변경인가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리모델링결의가 유효하게 성립된 후에도 조합원탈퇴를 신청했다고 해서 그것을 리모델링결의에 대한 동의를 철회한 것으로 본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지난해 1월과 9월에 있었던 1심과 2심에서는 이번 대법 판단과는 달리 최초 원고인 이 모씨 등 3명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 “리모델링결의 총회 당시 충족될 필요는 없다”=대법원은 또 리모델링결의의 유효 시점에 대한 판단도 내렸다. 조합설립인가 등 인허가청의 보충적 절차가 완료된 시점이 아니라 실질적인 동의요건이 충족된 시점부터 리모델링결의가 유효한 것으로 봤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조합의 규약 등에 조합원의 탈퇴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규정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조합원은 임의로 조합을 탈퇴할 수 없다”며 “리모델링결의에 대한 동의의 철회는 그 결의가 유효하게 성립하기 전까지만 이를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조합원 탈퇴 허용 여부도 보수적으로 판단했다. 조합원 개인의 의사표시로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조합 규약에 명시된 내용이 모두 충족돼야 그 때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조합 탈퇴를 요구한 구분소유자 3명이 개인적 경제사정을 이유로 조합을 탈퇴하겠다고 했으나, 조합규약에서는 ‘조합원은 임의로 조합을 탈퇴할 수 없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 발생시, 총회 또는 대의원회 의결에 따라 탈퇴할 수 있다’고 한 규정을 들어 이 규정이 모두 충족되지 않아 탈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한발 물러나 해당 조합원의 탈퇴신청이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이미 유효한 리모델링결의가 성립된 이후에 이뤄진 동의서 철회는 효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 “총회시 리모델링결의 요건 충족 필요 없어”=이번 대법 판결에서는 그동안 리모델링 업계에서 잦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내용들에 판단도 함께 이뤄졌다.
 

그 중 한 가지가 창립총회 당시에 리모델링결의 동의율을 반드시 충족해야 하느냐의 문제다. 일부 구분소유자들은 창립총회장에서 조합설립 동의율에 미달됐으므로 총회와 조합설립이 무효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반드시 총회에서 조합설립인가에 필요한 정족수를 충족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비록 총회에서 리모델링 동의자가 그 인가에 필요한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후 이를 기초로 한 리모델링 추진과정에서 구분소유자들이 별도로 리모델링에 동의하는 취지의 서면을 별도로 제출해 정족수를 갖추면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턱걸이로 조합설립 동의 요건을 총족한 조합에서 조합원탈퇴자가 발생해 나머지 구분소유자들 만으로는 조합설립에 필요한 전체 및 동별 2/3 동의요건에 부족해지면서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탈퇴를 요청한 구분소유자 3명은 리모델링조합 설립인가를 내준 성동구청장을 상대로 리모델링 조합 설립 취소를 요청했다. 따라서 쟁점은 조합원탈퇴신청 및 그에 따른 리모델링결의 동의 철회의 유효성 여부에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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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구청이 인가시 찬성의사 진정성도 확인해야”
 

■ 하급심 판단은…
대법원과 달리 하급심에서는 구분소유자들의 의사결정 가능성에 비중을 뒀다. 따라서 쟁점이 되고 있는 동의서 철회 유효 시점도 조합설립인가 처분이 있기 전까지는 자유로운 철회가 가능하다는 견해다.
 

게다가 서울고법은 인허가 과정에서 주의·관리 수준을 높일 것도 주문했다. 최종 인허가청의 인가시점 시까지 구분소유자들의 리모델링결의 찬성 의사의 진정성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9월에 내린 판결문에서 “시행령에서 인가청이 구분소유자와 의결권의 각 2/3 이상의 결의가 있었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은, 단지 서류가 제출되었다고 하여 실제 결의가 있었는지 살펴보지도 아니한 채 인가를 해도 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또 리모델링결의가 유효하게 성립한 이후에 철회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라며 성동구청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앞서 서울행정법원도 지난해 1월에 있었던 판결에서 동의서 철회 가능성을 넓게 해석했다. 행정법원은 “명문으로 금지되거나 성질상 불가능한 경우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행정행위가 이뤄질 때까지 자유로이 철회하거나 보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행정법원은 그 이유로 △아파트 리모델링사업은 세대수 증가 없이 스스로의 부담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라는 점 △조합설립인가부터 행위허가 결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사정 변경 가능성이 높아 추후 발생할 의사표시 변동에 대해 보호해 줘야 한다는 점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업을 하는 경우 전원의 동의를 요구하는 등 높은 동의율을 요구하고 있는 〈주택법〉 취지를 감안해야 한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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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서 철회 조합원 3명
조합인가 취소소송 제기
 

■ 사건 어떻게 진행됐나
사건의 대상이 된 A아파트는 2006년 11월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리모델링 조합 설립과 조합설립에 따른 조합규약 및 사업내용 등에 동의한다는 내용으로 조합설립 및 행위허가 동의서를 제출한 560명을 포함해 총 616명의 동의로 리모델링결의를 마쳤다.
 

그 후 A아파트는 2006년 12월 성동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으나 구청은 2007년 3월 당초 리모델링결의에 동의한 77명이 동의를 철회해 1개 동의 결의율이 2/3에 미달, 해당 1개동을 제외한 나머지 동에 대해 조합설립인가 처분을 했다.
 
이후 조합은 아직 조합설립을 받지 못한 나머지 1개 동에 대해서도 전체 90세대 중 60세대의 동의를 받아 2/3 동의율을 가까스로 충족시켰다. 이후 조합은 2009년 6월 조합변경인가 신청을 했고, 같은해 7월 조합변경인가 처분이 완료됐다.
 
소송의 발단은 2/3 동의율을 가까스로 채우며 마지막까지 동의율 충족이 어려웠던 가장 늦게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1개 동에서 철회를 요청하는 조합원들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해당 동의 구분소유자 3명은 개인적 경제사정을 이유로 2009년 7월, 변경인가처분 하루 전날 조합원탈퇴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조합원탈퇴 신청서를 제출한 구분소유자 3명은 조합원 탈퇴 및 리모델링결의 동의율 부족 문제를 제기하며 성동구청장을 상대로 조합설립인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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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결의 시점 판단은 없어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리모델링결의 시점에 대한 명확한 판단은 없었다. 현행 〈주택법〉 규정에 따르면 의 리모델링조합 설립 동의율은 ‘2/3이상’, 행위허가 동의율은 ‘4/5이상’으로 각각 차이를 보이고 있어 리모델링결의 시점에 대한 논란이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해석에 따라 리모델링결의 시점과 연관되는 문제다.
 

이번 대법 판결은 일단 조합설립단계에서 리모델링결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서울고법으로 환송시켰다.
 
동일한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있는 재건축사업은 이 문제가 명쾌하다. 조합설립동의 요건과 사업시행인가 요건을 ‘3/4이상의 동의’로 일원화시켜 놓았다. 게다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에서는 “조합설립 동의는 재건축결의로 본다”는 규정도 있어 재건축결의 시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내려져 있는 상황이다.
 
고등법원으로 돌아간 환송심에서 이 내용에 대한 판단이 포함돼 내려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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