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조합 공사비 구조조정...가성비 마감재에 하이엔드브랜드도 포기
재개발조합 공사비 구조조정...가성비 마감재에 하이엔드브랜드도 포기
정비사업장 곳곳 공사비 갈등 해소 고육지책
  • 이다인 기자
  • 승인 2023.11.21 1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사비 수직 상승으로
조합부담금 감소 안간힘
단지 고급화보다 가성비

상계2 무상지원 품목에 
TV·스타일러 제외키로

북아현2, 마감재 변경
홍제3, 혁신설계 재조정

 

[하우징헤럴드=이다인 기자] 최근 정비업계는 공사비 인상 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사비 상승에 따라 조합과 시공자 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조합 내부 갈등으로까지 이어져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갈등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에 일부 조합은 공사비 인상에 따른 분담금 상승을 막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총사업비 증가는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업 과정 중에 소요되는 다른 사업비를 줄이는가 하면 단지 고급화를 포기하고 가성비 마감재를 선택하는 조합들이 늘고 있다.

▲상계2구역 공사비 3.3㎡당 472만원에서 595만원으로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주요 정비사업 현장들은 각 시공자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으로 하이엔드 브랜드보다는 일반 브랜드를 선호하는 추세로 변화됐다. 이전에 하이엔드 적용이 가능했던 공사비였지만 이젠 보통 수준의 설계와 마감재로 평범한 아파트만 지을 수 있게 공사비가 인상된 것이다. 

이미 시공자를 선정하고 착공을 앞둔 현장들은 무리한 공사비 인상으로 분담금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설계와 마감재 품질을 낮추거나 무상지원 품목을 제외하기도 한다.

상계2구역은 최근 공동사업시행자인 대우건설·동부건설 시공단과 공사비 협의를 마쳤다. 지난 2021년 시공자 선정 당시 공사비는 3.3㎡당 472만원이었으나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앞두고 시공단과 공사비 협상을 진행했다. 시공단이 처음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630만원이었으나 최종 595만원으로 결론지었다. 

이 과정에서 금융비용과 분양조건 등 도급계약 일부 내용을 변경하고 조합원 무상지원 품목에서 TV와 스타일러를 제외했다. 주차장 바닥 마감, 창호 등 일부 항목에서 업그레이드된 부분도 있으나, 시공단이 인상을 요구한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조합은 기존 공사 조건을 변경, 철회해 공사비를 확정했다.

조합은 최근 분담금 통지 및 관리처분계획 공람을 시작했으며 올해 말 관리처분계획 총회를 계최할 예정이다. 

조합 관계자는 “공사비 협상은 잘마쳤으나 인상된 공사비로 인해 조합원들 부담이 늘어나 걱정”이라며 “이후 분담금이 인상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아현2구역 3.3㎡당 공사비 490만원에서 748만원으로

시공단의 무리한 공사비 증액 요구에 지난 9월 시공단 해임을 위해 총회 안건을 상정했다가 극적으로 공사비 협의를 마친 북아현2구역도 공사비 협의 과정에서 일부 마감재를 변경했다. 

조합은 지난 2020년 삼성물산·DL이앤씨 시공단을 시공자로 선정하고 3.3㎡당 공사비 490만원에 계약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시공단은 3.3㎡당 공사비 859만원으로 증액을 요구했고 조합은 마루, 주방 등 일부 마감재 변경을 통해 3.3㎡당 공사비 748만원으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장은 수개월간 40여곳의 현장들을 조사하며 공사비뿐만 아니라 공사계약 조건과 마감수준, 분양조건 등 도급공사계약에 필요한 내용들을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마련된 자료를 바탕으로 조합이 먼저 적정 공사비를 산출해 시공자에게 제시함으로써 시공단과의 공사비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홍제3구역 공사비 협상 진행 중

공사비 협상이 한창인 홍제3구역은 시공자인 현대건설과 지난 2020년 3.3㎡당 공사비 512만원으로 계약을 체결했으나 현대건설이 물가상승, 연면적 증가, 혁신설계 등을 이유로 3.3㎡당 공사비 898만원을 요구했다. 

이러한 시공자의 무리한 요구에 조합은 도급계약 해지를 준비하기도 했으나 현대건설이 혁신설계에 따른 역타공법, 커튼월룩 배제 등을 통해 공사비를 700만원 초중반대까지 낮추는 것을 다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설계에서 고급화된 부분을 일부 변경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사비를 협의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진희섭 주거환경연구원 실장은 “극단적인 계약해지나 사업중단 방법이 아닌 갈등원인을 해소하기 위한 협의점을 찾아 피해를 줄여야 하고, 국토부에서 발표한 갈등조정 해소방안 내용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