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도입 3년5개월...사업장 상당수 ‘공회전’
공공재개발 도입 3년5개월...사업장 상당수 ‘공회전’
국토부·서울시 정책적 지원에 '시큰둥'
  • 김상규 전문기자
  • 승인 2024.03.07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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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사업성 보장 
신속지원 등 내세우며
정비시장서 한때 주목

정권·지자체장 바뀌어
사업장들 만신창이
도입취지 무색할 정도

주민, 사업지연 속앓이
정부·지자체가 나서야

 

[하우징헤럴드=김상규 전문기자] 공공재개발은 LH·SH 등 공공이 정비사업에 참여하여 낙후지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심 내 주택공급을 촉진하는 사업이다. 도입 초기 공공재개발구역을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지정하여 용적률 상향, 인허가 절차 간소화,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사업비 융자 등 다양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로부터 3년 반이 지난 지금 서울 공공재개발의 현재 모습은 어떤가. 

▲5·6대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국토부와 서울시 합작품

지난 2020년 6월 ‘5·6대책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의 일환으로 도입된 공공재개발. 이 정책은 도시규제 완화, 사업성 보장, 사업비 지원, 신속한 인허가 등 장밋빛 혜택들을 내세우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사업이 장기간 정체된 지역의 주민들에게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희망이자 유일한 해법으로 인식돼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국토부와 서울시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정비사업 담당자를 대상으로 서울 SH 본사 사옥에서 ‘공공재개발 정책설명회’를 개최했다.

공공재개발사업에 대한 공적지원 세부 주요내용은 △주택공급활성화지구 대상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통해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인상 및 기부채납 완화 △공공시행자 관리처분 당시 산정한 조합원 분담금 보장,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미분양 비주거시설 매입 지원 △기금을 통한 사업비(총액의 50%) 및 이주비(보증금의 70%) 저리 융자, 기반시설 및 생활SOC 조성비용 국비 지원 △정비계획 도시계획 수권소위, 사업계획 별도 통합 심의로 사업 관련 심의 절차 간소화 등이다. 

공공재개발 사업을 통해 공공의 지원이 이루어지면 사업성이 낮아 정체되고 있는 정비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LH와 SH 등 공공의 투명한 사업관리를 통해 비리를 근절하고, 사업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시와 정부는 공공재개발사업 지원과 제도개선 추진 의지도 피력했다. 서울시는 공공재개발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시 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국토부도 공공재개발 추진 시 예상되는 장애요인을 지속적으로 검토하여 법령 개정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범지구 8곳, 1차 신규후보지 16곳, 2차 신규후보지 8곳 등 총 32곳 속전속결 발표

LH와 SH는 공모전에 자치구를 통해 참여 의향을 표명한 구역에 대해 ‘찾아가는 설명회’를 개최하고, 제도 관련 세부정보 안내와 개략적인 사업성 분석을 지원했다. 공모는 해제구역 제외한 서울시 내 주거환경개선사업 또는 재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정비구역 대상으로 진행됐다. 

첫 시범사업 후보지 8곳은 지난 2021년 1월 발표됐다. 시범 후보지 선정은 2020년도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에 참여한 70곳 중 도시재생지역 등 공모대상이 아닌 10곳을 제외한 60곳 가운데, 이미 정비계획안이 마련되어 있어 검토·심사가 용이한 기존 정비구역 12곳이 대상이었다.

흑석2구역, 용두1-6구역, 강북5구역, 양평13구역, 양평14구역, 신문로2-12, 봉천13구역, 신설1구역 등 8곳 모두 역세권에 위치한 기존 정비구역으로, 사업성 부족, 주민 간 갈등 등으로 정비구역 지정 이후 사업이 평균 10년 이상 정체된 지역이다. 정부는 개발 후 4만7천호가 건립될 것으로 예측했다. 

2차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 16곳은 2021년 3월 말 발표됐다. 동작 본동, 금호23, 홍은1, 충정로1, 연희동721-6, 장위8, 상계3, 천호A1-1, 숭인동1169, 신월7동-2, 거여새마을, 전농9, 중화122, 성북1, 장위9, 신길1 등이다.

2차 후보지들은 주로 역세권, 5만㎡이상 대규모 노후 주거지로 계획대로 사업을 완료하게 될 경우 서울 도심에서 약 2만호를 공급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하나 사업성 부족 등으로 정비사업이 어려운 곳을 대상으로 공공재개발 신규 후보지 8곳을 선정하여 지난 2022년 3월 26일 발표했다. 아현동699, 도림동26-21, 연건동305, 면목동527, 응암동101번지, 신월5동77, 구로동252, 시흥4동4번지 일대가 그 대상이다.

신규 후보지는 국토부ㆍ서울시가 합동으로 시행한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를 통해 선정된 곳으로, 서울 도심 내 약 1만호 규모의 신축주택이 공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후보지 선정부터 구역지정 고시까지 빨라야 3년… 만신창이가 된 공공재개발의 현주소

도입된 지 3년 반인 공공재개발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정부와 지자체의 거의 무관심에 가까운 태도로 구역별 사업 속도는 느림보다. 도입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지난해 10월 18일 이희원 서울시의원의 서면질의에 의하여 서울시 주택정책실 주거정비지원팀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나온‘서울시 공공재개발 추진현황조사(2023.10.26. 기준)’를 보면 더 여실히 드러난다.

1,2차 후보지 24곳 중에서 구역지정고시가 이루어진 곳은 단 3곳에 불과하다. 무려 3년이 소요됐다. 8곳은 서울시 도시계획 위원회 수권소위원회에 상정 예정이다. 그 밖에 △입안절차 완료 1곳 △입안절차 중 3곳 △입안절차 준비 중 2곳 △사전기획 완료 5곳 △사전기획 중 1곳 △사전기획 준비 중 1곳 등이다. 

선정 당시 대부분의 구역들은 주민대표회의 및 시행자(LH, SH) 승인 등 빠른 속도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장이 바뀌면서 지자체들의 요구조건이 더해져 공공재개발은 사업기간 단축이 아닌 지연으로 역전되고 있다. 

한 공공재개발 선정 구역의 주민대표위원장은 “공공재개발사업을 먼 산 바라보듯 그냥 방치하다시피 하는 현실이 무척 개탄스럽다”며 “정권마다 우선하는 정책 속에서 가려져 공공재개발사업이 그 목적과 지향점을 잃고 허우적거리고 있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정책과 지원으로 활기 찾아야

공공재개발의 추락은 어디까지인가. MOU체결에서부터 사전기획 준비, 사전기획 중, 사전기획 완료, 입안절차 준비 중, 입안절차 진행, 입안절차 완료, 수권소위원회 상정(예정), 정비구역(변경) 지정 고시까지 절차는 복잡하면서도 까다롭다. 빠르지도 않다. 현 상황에서 과연 공공재개발이 민간재개발보다 인허가 단계가 빠르다고 내세우는 것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찾아보기 쉽지 않다. 

또 다른 공공재개발 추진위원장은 “공공재개발 구역 모두가 똑같은 현상은 아니더라도 정비구역 지정 등 촉진계획변경을 위한 사전기획에서부터 자치구와 서울시의 의견과 조치계획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재개발은 재검토돼야 한다”며 “진행절차마다 다양한 문제가 돌출되는 등 관 편의주의적 추진과 제안으로 사업이 늦어지는 것은 공공재개발 선정구역 주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는 것이다. 이는 주민들에게 시간과 비용의 손실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더 오래 살게 방치하는 것과 다름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 많은 전문가들도 정부와 서울시가 공공재개발의 매듭은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루빨리 공공개발 사업추진 절차를 단축하는 등 실증 사례를 보여주어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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