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력 갖춘 건설사와 쉽지않은 싸움… 결국 피해자는 조합원
자금력 갖춘 건설사와 쉽지않은 싸움… 결국 피해자는 조합원
전국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 번지는 시공자 교체
물리·화학적 결합상황서 다시 분리하는것 쉽지 않아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2.01.04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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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법무법인 선임 통해
장기적 법적다툼 펼쳐
사업지연 등 득보다 실

조합원은 사실상 사업자
사업제안서·계약서 등 
꼭 숙지해야 피해 최소화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최근 정비사업 업계에서 시공자 교체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시공자 교체가 득보다 실이 많은 만큼 신중한 선택을 하라고 조언한다. 잘하면 조합원에게 이익 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잘못하면 시공자 교체를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새 집행부·새 시공자 진용 짜면서 사업지연

=실제로 합법적인 선정 절차와 상당기간 사업을 함께 진행해 온 조합이 시공자와 결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총회 의결과 정식 계약을 통해 조합과 시공자 사이 물리적·화학적 결합이 완료된 상황에서 이를 다시 분리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조합과 시공자 분리 과정에서 다양한 사업지연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벌어진다. 부작용 중 하나는 조합 집행부의 동반 교체에 따른 사업지연이다. 시공자 선정 당시 조합 집행부가 시공자와 한 몸으로 인식돼 시공자 교체 이슈가 불거지면서 조합 집행부도 함께 교체하는 경우다. 

기존 집행부 교체 → 시공자 교체 수순으로 진행되면서 실무를 담당하는 사업주체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새 집행부와 새 시공자가 자리 잡게 되면서 새로 짜인 진용을 안착시키기 위한 과정에 시간이 소요된다는 지적이다. 새 집행부가 업무 현황 파악을 해야 하고, 협력업체 간 손발맞추기 등에 일정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집행부와의 인수인계 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사업기간 지연은 더 길어지게 된다. 다양한 이유로 중요 서류를 인계하지 않는 경우도 왕왕 벌어져 또 다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사업지연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최근 시공사에게 하이엔드 브랜드로의 업그레이드를 요구하면서 이런 전철을 밟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6구역에서는 기존 집행부에 대한 해임총회 발의서가 징구되면서 집행부 및 시공자 교체 요구가 불거지고 있다. 시공자 교체 후 하이엔드 브랜드를 제시하는 새 시공자를 선정하자는 게 이유다. 

▲법적 다툼 장기로 인한 사업지연

=또 다른 부작용은 조합과 교체된 시공자 간 법적분쟁 장기화에 따른 사업지연이다. 교체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시공사는 시공권 방어를 위해 대형 법무법인을 선정, 적극적인 법적 다툼에 나선다. 

대구광역시 북구 노원2동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해 5월 시공자인 트루린사업단(우미건설·일성건설 컨소시엄)을 상대로 사업비 지원 불이행 등의 사유로 총회에서 시공자 계약 해지 안건을 의결한 후 소송을 진행 중이다. 

트루린사업단 측은 해지 이유가 없다며 본안소송으로 ‘시공자 지위확인 소’를 제기하는 한편 입찰절차 진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 법원으로부터 조합의 새 시공자 선정 절차를 막는 입찰절차 금지 결정을 받았다. 

트루린사업단은 가처분결정을 통해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시적으로 노원2동 재개발사업의 시공자 지위가 있다는 법원 판단도 받았다.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지연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태다. 

이 사건의 가처분 결정을 내린 대구지방법원 제20민사부는 “조합이 새로운 시공자를 선정하고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이 사건 사업을 계속 진행하게 될 경우 추후 본안 소송에서 채권자들의 시공자 지위가 인정되더라도 채권자들의 시공자 지위 회복이 사실상 어려울 수 있고 다자간의 복잡한 법률분쟁이 야기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시공자에게 금전적 손해뿐만 아니라 대외적 신인도 손상, 시공실적 상실, 정비사업 업계 질서 훼손 등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착공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전에 행한 시공자 교체로 인해 복잡한 난마 상황에 처한 곳도 있다. 시공자 해지 후 새 시공자를 선정했는데, 기존 시공자가 해임무효를 주장해 서울고등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사례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기존 시공자인 대우건설을 해지하고 새 시공자로 삼성물산을 선정했는데, 대우건설 측의 소송 결과 대우건설에 시공권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외견상 시공자가 2곳인 상황인 것이다.  

신반포15차 재건축조합과 대우건설은 2017년 공사비 2천98억원에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19년 말 조합은 대우건설을 계약 해지하고, 2020년 4월 삼성물산을 새 시공자로 선정했다. 

서초구 방배5구역의 경우 시공자 교체 후 기존 시공자였던 GS건설·롯데건설·포스코건설 컨소시엄으로부터 2천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돼 현재 대법까지 수년간 법적 다툼을 진행 중이다. 판결을 통해 1심에서 400억원, 2심에서 50억원으로 손해배상액이 줄어들었지만, 그간의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부담할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조합원들이 더 똑똑해지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한다. 시공자 선정 단계에서부터 시공자가 제출한 사업제안서 및 도급공사계약서를 숙지하고 각 협의와 결정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합법적으로 선정·계약된 시공자는 정비사업 조합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서 그 중요한 지위만큼 중대명백한 사유 없이 조합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 지위가 결정된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최근 업계 기조가 흘러가고 있다”며 “교체를 준비한다면 명확한 근거와 증거를 바탕으로 조합원들을 충분히 설득해 진행하되, 근거와 증거가 없다면 커다란 부작용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신중히 판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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