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중층 아파트단지 ‘1:1 재건축’으로 내몰린다
강남 중층 아파트단지 ‘1:1 재건축’으로 내몰린다
  • 최영록 기자
  • 승인 2009.11.1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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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중층 아파트단지 ‘1:1 재건축’으로 내몰린다
 
  
서울시 ‘소형주택 20% 유지’ 파장과 전망
경복·청실·은마·압구정 현대·잠실5단지
엇박자 정책에 사업 ‘울며 겨자먹기’ 진행
 
 

 

중층 재건축단지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1:1재건축으로 사업을 재시동하고 나섰다. 정부가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예전과 같이 2:4:4비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당되는 곳은 강남구 경복아파트, 청실아파트, 은마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 송파구 잠실5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단지들은 중층인데다가 중·대형주택으로 지어져 있어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적용할 경우 기존보다 평수를 줄여야 하는 불합리함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1:1재건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한 재건축 전문가는 “서울시가 1~2인 가구를 위해 소형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에서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했는데 이는 잘못된 발상”이라며 “주택공급이 이뤄져야 할 강남 중층 재건축단지들이 1:1재건축을 택하면서 소형주택 공급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소형주택 비율 피하기 위해 1:1재건축 불가피=최근 논현동 경복아파트(조합장 하현철)와 대치동 청실아파트(조합장 이남우)가 정비계획(안)에 대한 공람·공고를 마치면서 강남 중층 재건축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단지들은 기존 주택 연면적에서 10%만 늘려 재건축하는 1:1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가 규제하고 있는 소형주택 의무비율 2:4:4를 피하기 위해서다.
 
경복아파트는 현재 전용면적 기준 95㎡와 128㎡ 두 가지 형태의 총 308세대로 구성돼 있다. 경복아파트는 1:1재건축을 택하면서 조합원분은 10%씩 늘어나게 되며, 일반분양분과 재건축소형주택을 포함해 총 366세대를 계획하고 있다. 불과 40세대 정도가 늘어난다.
 
청실아파트의 경우에도 전용면적 100㎡ 내외의 타입으로 구성돼 있는데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적용할 경우 일부 조합원이 기존보다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청실아파트는 기존 1천378세대에 주변 조형빌라·로젠하임·엘피스빌 등의 연립주택 60여 세대를 합쳐 1:1재건축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인근 빌라를 제외하고 청실아파트만을 보면 기존 주택규모에서 10%씩 늘리면서 현 1천378세대에서 약 137세대 밖에 늘지 않는 것으로 추진위 측은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1:1재건축이 불가피한 이 단지들은 대부분 서울시 정책에 불만을 표하면서도 사업이 오랜 기간 지연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이 아파트단지들은 지난 2000년대부터 재건축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정부의 각종 재건축규제로 인해 오랜 기간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라며 “올해 들어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층 아파트단지들도 법적상한용적률에 최대한 가깝게 적용해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실아파트의 경우에는 법적상한용적률에 최대한 가깝게 적용하더라도 사선제한, 인동간격 등의 제약이 따른다.
 

강남구 관계자는 “청실아파트는 공람·공고 당시 용적률은 270%, 층수는 142m로 계획됐었지만 서울시에 입안하면서 용적률은 260%, 층수는 120m로 하향 조정됐다”며 “좁은 이면도로가 접해있다 보니 〈건축법〉에서 정하고 있는 사선제한, 인동거리 등의 제약으로 3종일반주거지역의 법적상한용적률인 300%를 모두 적용하지 못하고 낮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전진단 확정된 은마아파트도 1:1재건축해야=최근 안전진단 실시 확정으로 재건축사업에 시동을 건 은마아파트의 경우에도 1:1재건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총 4천424세대의 대단지인 은마아파트는 102㎡와 112㎡ 두 가지 타입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전진단이 통과되더라도 기존 주택 연면적의 10%만 늘리는 1:1재건축을 추진할 지 아니면 전용면적 60㎡를 20% 짓는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적용할 지 난관에 봉착하게 될 공산이 크다.
 

이밖에 강남구 압구정 현대1차 역시 1:1재건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존 482세대가 모두 전용면적 85㎡ 이상으로 구성돼 있는데다가 평균 용적률이 190% 수준이어서 법 규정에 따라 용적률 300%를 적용해 재건축을 하더라도 소형주택 의무비율 때문에 조합원 상당수가 기존 주택보다 적은 주택을 배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송파구의 대표적인 재건축단지인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총 3천930세대인 잠실5단지는 기존 주택이 112㎡와 119㎡ 두 가지 형태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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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면적 10% 늘면 ‘60㎡이하 20%’ 소형주택 비율 면제
 

■ 도정법 시행령 들여다 보니…
정부는 재건축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지난 1월 30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소형주택 의무비율과 관련된 내용을 완화했다.
 

〈도정법〉 시행령 제13조의3제3호 주택의 규모 및 건설비율에 따르면 “주택재건축사업의 경우 국민주택규모의 주택이 건설하는 주택 전체 세대수의 100분의 60 이하로 하되, 전체 연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0분의 50 이하”라고 명시돼 있다. 또 동법 시행령 제13조의3제2항에 따르면 “제1항제3호를 적용할 때 〈수도권정비계획법〉 제6조제1항제1호에 따른 과밀억제권역에서 300세대 이상의 주택을 건설하는 경우로서 법 제4조의2제1항에 따라 국토해양부장관이 고시한 범위에서 시·도 조례로 주택의 규모 및 건설비율에 관하여 따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 규모 및 건설비율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시·도 조례의 위임 조항이 화를 부르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7월 30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개정을 통해 기존과 같이 2:4:4 비율을 유지토록 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도·정 조례〉 제10조에 따르면 “주거전용면적 60㎡ 이하 규모의 주택을 건설하는 전체 세대수의 20% 이상 건설하여야 한다”고 정했다. 결국 법령이 개정되기 전으로 회귀한 것이다. 정부가 재건축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소형주택 의무비율 완화 방침이 서울시의 기존과 동일한 규제로 인해 사실상 실효를 거두기 어렵게 된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정법〉 시행령 개정 당시 기존 주택규모에 비해 전용면적이 10% 범위 내에서 증가하는 경우에는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적용받지 않도록 일부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정법〉 시행령 제13조의3제2항 단서규정에 따르면 “주택재건축사업조합의 조합원에게 분양하는 주택은 기존 주택의 주거전용면적의 10%의 범위에서 그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기존 평수가 큰 중층 재건축단지들이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피하기 위한 해결방안으로 기존 전용면적에서 10%만 늘리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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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피해 감수하면서 소형주택 짓지 못하죠”
 

하현철  
경복아파트 조합장
 

최근 중층아파트단지들의 최대 걸림돌인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피하기 위한 주판 튕기기가 한창인 가운데 서울 논현동 경복아파트의 재건축사업이 재도약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 해결책은 바로 1:1 재건축이다. 하현철 조합장은 “비록 현재의 사업계획이 당초보다는 많이 부족하지만 이렇게라도 사업을 추진해야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복아파트의 재건축사업이 오랜 기간 지연된 이유는=우리 단지는 그동안 〈도정법〉을 적용받아 오면서 급변하는 정부정책에 따른 각종 규제로 인해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용적률 하향 조정, 임대주택 의무건립, 소형주택 의무비율 등이 대표적인 규제였다. 지금에 와서야 용적률, 소형주택 의무비율 등이 완화되고 임대주택 의무건립이 폐지되면서 사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지만 재건축사업을 시작할 당초보다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규제완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경복아파트의 걸림돌은=우리 단지의 최대 걸림돌은 소형주택 의무비율이다. 우리 단지뿐만 아니라 강남구를 대표하는 중층아파트단지인 은마아파트, 청실아파트 등이 해당된다. 최근 국토해양부가 〈도정법〉을 개정하면서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완화했지만 서울시가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2:4:4를 맞춰 아파트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단지는 중·대형 규모로만 지어졌는데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맞추게 되면 일부 조합원들이 오히려 평수를 줄여 가야할 형국이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1:1 재건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적인 면에서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소형주택 의무비율 유지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는=우리 단지는 31평형, 42평형 등 두 가지의 중·대형평형으로만 구성돼 있다. 만약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60㎡이하, 60~85㎡이하, 85㎡초과 등의 주택을 2:4:4 비율로 맞춰야 한다. 우리 단지는 소형평형 자체가 없는 상태에서 용적률, 층수 제한으로 늘어나는 세대수가 한정돼 있어 어쩔 수 없이 전용면적 60㎡이하를 20% 지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1:1 재건축을 통해 지금보다 약 2~3평 정도만 늘리고 늘어나는 용적률의 50%를 일반분양해 분담금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는데 노력했다.
 

▲서울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현재 서울시의 정책을 보면 집값이 오른다는 이유로 정부에서도 완화한 내용을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 일부 투기를 조장하는 사람들로 인해 선량한 조합원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우리 단지 내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집값이 오르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나 서울시는 어떤 정책을 내놓을 때 강남지역의 아파트시세가 조금 움직였다고 해서 그것이 마치 서울 전지역이 오른 것처럼 혼돈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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