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을 리모델링 하자 ‘리모델링 제도 재검토 필요’
리모델링을 리모델링 하자 ‘리모델링 제도 재검토 필요’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9.03.0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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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을 리모델링 하자 ‘리모델링 제도 재검토 필요’
 
  
재건축정책 따라 울고 웃고… 새틀 다시 짜자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 ‘시장 혼란’
정부 명확한 정책방향 제시가 급선무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제위기 탈출 방안으로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면서 그 영향은 리모델링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재건축 규제와 완화가 반복될 때마다 리모델링은 활성화와 위축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 리모델링 연구가 시작된 시점을 감안하면 올해로 도입 10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10년간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돼 오면서 7개 단지만 준공됐다. 지난 10년간의 업계 성적표치고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리모델링의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앞으로 3회에 걸쳐 현행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대한 진단 및 향후 대안을 연재한다.
 
리모델링 제도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현재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처음으로 돌아가 제도를 다시 재정비하자는 취지다. 최근의 공동주택 리모델링 상황을 보면 이 말에 공감할 만하다. 나중에 리모델링 시장이 살아난다 하더라도 반가울 게 없다. 악순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언제든 다시 작은 변동 요인이 드러나면 리모델링 사업은 또 다시 휘청일 가능성이 높다.
 
증축 위주의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대한 반성론도 제기되고 있다. 증축 위주의 리모델링은 결국 재건축 형태를 따라가는 것이고 이는 결국 재건축 정책에 따라 너풀거리며 그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 리모델링 전문가의 반성론이 눈길을 끈다. 그는 “그동안 업계에 몸담아 왔던 사람으로서 현재 상황이 만들어지는데 일조한 만큼 반성해야 할 점이 있다는 것을 시인한다”면서 “현 리모델링 시장은 제도가 충분히 성숙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시장 확대만으로 부풀려진 상태”라고 말했다.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돼 10년간의 국내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현주소가 시행착오로 점철되고 있다는 인식이 들면서 그간의 공동주택 리모델링 제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제도에 터지는 불만=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는 측은 정부 다. 리모델링 제도가 시작된 이후 정책 애프터서비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만 던져 놓았을 뿐 누구도 책임 지지 않는 정책 운영에 대해 주변의 불만은 계속해서 커져 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선, 정부가 리모델링에 대한 명확한 방침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법에 의해 진행되는 것일 뿐이라는 공식적인 답만을 내놓는다. 업계에서는 정부 관계자들에게 호소 및 읍소 형태로 제도 완화 간청을 계속 반복하고 있지만 변화는 없는 실정이다.
 
공식적으로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시행 기반이 마련된 것은 지난 2002년 9월 발표된 주택안정대책을 통해서다. 재건축아파트 규제 방침과 더불어 그에 따른 정책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제시했던 바 있다.
 
따라서 리모델링이란 단어가 처음 공식적으로 당시 정부 측 당국자의 말에 의해 공표됨으로써 사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던 측면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그 이후 간간이 관련 제도 개선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당시 보도자료에 나온 ‘리모델링 활성화’라는 사무적 표현을 토대로 현재까지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진행되어 온 것이라고 한 건설사 관계자는 푸념했다.
 
이 건설사 관계자는 “사실상 그 때 이후로 정부에서는 리모델링과 관련해 적극적인 정책 개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측면이 강했다”면서 “업계 내부에서 회자되는 이야기로는 정부 측에서 향후 재건축을 감안해 리모델링을 암묵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아니냐는 말까지도 돌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공무원들도 불만=정부의 이런 미온적 자세에 대해서는 언뜻 비슷한 입장일 것 같은 지자체 공무원들도 불만이다. 현행 리모델링 관련 행정을 살펴보면 정책은 중앙정부에서 하고 뒷수습은 지자체에서 맡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인허가권자가 지자체장이고 건축심의 또한 지자체 건축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민원 해결의 직접적 의무 또한 지자체에 맡겨져 있다.
 
지자체에서 유권해석 질의를 하면 중앙정부에서는 ‘허가권자의 재량에 의해 처리하라’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아 담당 공무원들의 불만은 계속 높아져 가고 있다. 게다가 별도의 지침이나 기준 등이 없어 일선 지자체에서 개별 업무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침 및 규정 같은 하위 행정 기준이 없으면 사실상 판단 기준을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각각의 결정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경우는 처음 해보는 반면 민원은 많은 분야이기 때문에 더욱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행정 공백이 실제 사업추진 과정에서 사업주체에게 피해로 전이된다는 점이다.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시간 단축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데 행정의 비전문성과 공무원들의 위축은 인허가 절차에 더욱 많은 시간을 소요할 수밖에 없다. 장기간의 행정기간은 담당자 변경으로 인해 조합에 또 다른 부담을 지우기도 한다.
 
경기도의 한 조합 관계자는 “관련 공무원들이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처음 들어보는 경우가 많아 관련 자료를 넘겨주며 이해시키면서 행정절차를 진행시켜 왔다”면서 “그런데 올해 들어 담당자가 보직 변경되면서 리모델링에 대해 전혀 모르는 공무원이 배속받아 처음부터 또 다시 교육시키면서 행정 처리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지안건축의 박세희 소장은 “최근 MB정부에서 녹색성장 산업을 거론하고 나섰는데 그런 신성장 산업과 리모델링은 매우 가까운 관계로 이제부터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 및 제도 검토가 필요하다”라며 “세금 등 각종 인센티브 제도 등을 통해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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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 공사비 더 낮춰야”
 
■ 업계가 해야할 일
 
현재의 리모델링 전체 공사비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이 잠시 각광을 받았던 이유는 △보다 저렴한 공사비 △짧은 사업기간 △정부 규제가 없다는 등의 내용들이지만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결국 공사비다.
 
하지만 현재 건설업체에서 제시하는 공사비 수준이 비교적 높아 일반 아파트 거주민들이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다. 사업 참여를 주저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건설업체의 영업 담당자들도 ‘돈이 없다’며 동의서 징구를 거부하는 구분소유자를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놓는다.
 
한 건설사 영업담당자는 “사실 돈 없다고 할 경우 대책이 없다”며 “재건축이라면 일반분양을 통해 자금 부담이 해소된다고 말할 수 있지만 리모델링은 자기 비용으로 일단 공사 대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설득 과정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리모델링 공사비는 재건축의 80% 선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현실에서는 그보다 더 할 수도 있고 덜 할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공사 진행 과정에서 보수 보강 비용으로 얼마나 더 추가가 될 지는 이주를 시키고 벽체를 분리시킬 때의 정밀안전진단 과정에서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개의 건설업체들은 공사 견적 자료에서 보수 보강비를 공사비 내역에서 제외시키는 게 일상화 돼 있다. 
 
비교적 높은 리모델링 공사비는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아직까지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이유가 되고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에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그들에게 아직까지 리모델링 사업은 그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리모델링 공사비 수준이라면 어쩌면 일대일 재건축이 더 나을 수 있다”라며 “리모델링이 보다 더 아파트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공사비가 낮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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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도 의식 바꿔야 사업 성공”
 
■ 전문가 시각
 
아파트주민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 홍보도 필요하다.
 
최근 지자체에서도 리모델링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개최되며 주민 교육을 추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정해진 포맷과 대민 교육 자료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지만 지자체에서 주민 설명회에 관심을 갖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주관한 일부 설명회장에서는 별도의 교육 내용없이 건설사의 홍보 동영상이 방영돼 교육을 받고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참석한 주민들로부터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준비 부족을 지적당하는 게 현실이다. 
 
학자 및 관계 전문가들은 향후 몇 년 내에 공동주택의 노후화에 따른 각종 문제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홍보 및 교육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주민들이 적절한 주택개량 방식을 선택하기 위한 리모델링 및 재건축·재개발 홍보 교육 자료 및 방법 개발 등 이에 대한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직까지도 리모델링의 개념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이 많아 설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인테리어, 발코니 확장, 심지어 재건축·재개발과도 혼동하며 정확한 사업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동의서 징구 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사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상황에서 동의하게 돼 나중에 동의서 철회 문제로 조합 집행부와 마찰을 빚게 되는 경우도 왕왕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민들에 대한 교육 홍보가 향후 리모델링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리모델링의 정확한 개념에서부터 시작해 법적 절차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을 경우, 나중에 실제 사업을 추진할 때에 그만큼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사업기간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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