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명도의 성공은 ‘상호작용’ - 법원경매(4)
경매 명도의 성공은 ‘상호작용’ - 법원경매(4)
  • 신대성 전문기자
  • 승인 2014.08.2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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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 후 점유자에게 접근시 상대가 갖는 이익을 미리 챙겨야
협상 결렬되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수 있어 사전에 준비를

 

 

서울 구로에 사는 김지웅(34세)는 결혼한 지 4년이 다 되도록 아직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했다.

 

주택 전세보증금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데 매년 보증금 올려주기도 빠듯하고, 또 월세로 바꾸자니 더 어려워질 것 같아 법원경매를 알아보게 됐다. 잘하면 전세가격에 집장만을 할 수 있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했기 때문이다.


관련 책을 보고 학원에 다니기를 3개월, 그 사이 경매법원에도 갔고, 몇 차례 입찰 끝에 시세보다 2천여만원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낙찰 받았다.

 

하지만 낙찰 받은 기쁨도 잠시, 김씨는 고민에 쌓였다. 어렵게 낙찰 받은 아파트에 들어서니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무뚝뚝하게 이사비용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얼마라고 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무턱대고 알아서 이사비용을 달라는 것이다. 김씨는 지금 인도명령을 한 상태니 강제집행을 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으려하니, 다짜고짜 고성으로 쌍소리를 해대며 나가라고 소리쳐 내쫓기듯 나왔다.


위의 사례처럼 부동산경매에서 낙찰까지의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지만 어려운 것은 누군가와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일종의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는데 있다.

 

다시 말해 원하는 것이 있는 상대방과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협상이 결렬되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 경우 다소 복잡한 과정을 겪을 수 있다.


가능하면 낮은 비용으로 내보내길 원하는 낙찰자와 버티어야만 더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점유자(거주자) 사이에는 묘한 갈등이 흐른다.

 

경매 초보자라면 “차라리 속 편하게 원하는 대로 주고 내보내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금액이 상식을 벗어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고, 얼마를 원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뜻 얼마를 주겠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점유자의 경우 내쫓길 판이니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버티는 것이다. 반면 낙찰자는 점유자와의 합의점을 도출하여야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의외로 ‘상호작용’에 약하다.


상호작용은 상대 또는 협상 대상자와의 작용으로, 협상과정, 즉 대화중에 느끼는 감정을 상대도 비슷하게 느끼는 것을 말한다.

 

협상에 익숙하지 않거나 또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하기 때문이다.

 

내가 힘들 땐 분명 상대도 힘들다. 그것을 잘 활용하면 의외의 합의점을 찾고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주택을 낙찰 받으면 낙찰 받은 당일 또는 다음날 반드시 점유자의 주택을 방문한다. 점유자가 “누군지 확인이 안 되니 얘기할 필요 없다”고 나오면 법원에서 발부받은 낙찰확인서를 내민다. 그러면 대부분은 할 말을 잃고 숙연해 진다.

 

이 때 고개를 떨구고 생각에 잠기기 마련이다. 이 상황에서는 말을 건네지 않는 것이 좋다. 스스로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생각은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짧게는 30초 내에 입장정리를 끝내는 경우도 많다.

 

많은 시간을 생각하게 하면 특성상 이리저리 재는 습관을 갖는다. 마땅하지 않은 더 많은 이익을 요구할 수 있다.

 

이때는 30초 이내가 좋다. 잠시의 침묵을 깨고 언제까지 “비워주실 수 있냐”라고 묻는다. “00월 00일까지면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을 드리는 것이니, 그때까지 비워주면 이사비를 좀 더 얹어드릴 수도 있다”고 선수 친다.


날짜를 정확히 못 박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9월 중순이라든지’, ‘20일 경’이라고 말하면 그 날짜는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정확한 날짜를 지정하고 그때까지라고 분명히 해야 한다.


한 달반 정도의 시간은 사실 등기부등본에 낙찰자의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이다.

 

법원에서 낙찰허가가 결정되기까지 약 30일이 소요되며, 그 후 이의신청기간이 지나고 대금납부통지를 받기까지 다시 2주가 소요되니 40~50일까지는 등기부에 이름을 올릴 수가 없고, 점유자를 내보낼 권한 또한 없다.


다만, 점유자에게 마음의 준비와 이사준비를 미리하게 한 후, 약 한 달여의 은행 이자비용을 더 얹어서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점유자에게는 기본 이사비와 낙찰자가 부담해야할 은행 이자를 주는 것이니 충분히 서로가 이익이 되는 상호작용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명도는 어떻게 상대에게 접근하느냐에 묘미가 있다. 무턱대고 나가달라 하면, 상대는 강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다. 법대로 하겠다고 하면, 상대도 법대로 하라는 고성이 오가기 마련이다.

 

상호작용은 내가 갖는 이익을 숨기고 상대의 이익을 크게 부각해서 얻는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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