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시공자 입찰참여확약서’가 뭐길래… 수의계약 ‘꼼수’ 악용되나
재건축 ‘시공자 입찰참여확약서’가 뭐길래… 수의계약 ‘꼼수’ 악용되나
경쟁사라진 정비사업 수주전… 이대로 괜찮나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4.04.15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설명회 7일 이내로 
제출 안하면 자동유찰

조합 내정 건설사 외에
입찰참여 원천봉쇄 논란

사전 담합수단으로 이용
현설보증금 재현 우려
제도개선 빨리 서둘러야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최근 시공자 선정 입찰에서 일반화된 ‘입찰참여확약서’ 제출이 수의계약을 빠르게 체결하기 위한 꼼수로 활용되고 있다. 더불어 조합이 미리 내정한 건설사 외에 다른 건설사의 입찰 참여를 원천 봉쇄하는 사전담합의 수단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현장에서 입찰참여확약서를 제출하고 실제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입찰 참가자격을 박탈한다는 조건까지 내걸면서 경쟁건설사들의 입찰 자체를 사전 차단하는 장치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지난 2018년 현장설명회에 입찰보증금 중 일부를 납부하도록 하는 일명 ‘현설보증금’과 같은 사태가 재현되고 있다며 신속한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일반화되고 있는 ‘입찰참여확약서’…경쟁 사라지고 있는 정비사업 수주전

정비사업 시공사 입찰이 참여사 부족으로 유찰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등 알짜사업지에서조차 대형건설사들의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조합들은 시공자 선정 입찰공고에‘입찰참여확약서’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유찰 및 수의계약을 하는 현장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입찰참여확약서는 정비사업에서 생소한 단어다. 하지만 지난해 공공재개발 등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정비사업을 시작으로 입찰확약서 제출을 요구하는 현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입찰확약서란 입찰 마감 전에 건설사의 입찰 의사를 미리 확인하는 절차다. 입찰확약서를 제출하지 않는 건설사는 본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건설사로부터 입찰마감 이전에 입찰 여부를 확정짓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시공자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가락삼익맨숀 △개포주공5단지 △잠실우성4차 △신반포27차 △신반포12차 등 서울 주요 사업지 조합들은 입찰참여 조건으로 입찰참여확약서를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입찰참여확약서가 입찰마감 전에 유찰 여부를 확정지어 빠르게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기 위한 꼼수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입찰참여확약서 제출기한은 입찰공고에 직접적으로 기한이 정해져 있거나 조합이 제출한 기한 내라고 정하고 있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현장설명회 이후 입찰마감까지 최소 45일 이상의 마감기한을 둬야 한다. 또한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2회 이상의 입찰이 유찰돼야 한다. 

건설사가 현장설명회를 통해 사업에 대해 파악하고 입찰을 검토할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이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조합이 최초 시공자 선정 입찰공고 후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최소 3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조합들은 입찰참여 조건으로 입찰참여확약서 제출을 내걸어 마감기한까지 입찰참여확약서를 제출한 업체가 1개 사 이하인 경우 경쟁구도 미성립으로 자동 유찰시키고 있다.

현장설명회 이후 7일 이내로 확약서 제출기한을 정할 경우 1달 만에 2회 유찰 후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조사해본 결과 입찰참여확약서는 대략 현장설명회 이후 1주에서 2주 사이의 기한내에 제출토록 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합이 이미 내정한 건설사와 함께 다른 경쟁 건설사의 진입을 차단하려는 의도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장설명회 후 사업지에 대한 검토도 끝나지 않은 상황인 약 1주일 만에 입찰참여확약서를 제출하는 것은 미리 현장에 대한 정보가 없는 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설명회를 통해 사업에 대해 전반적인 내용과 입찰조건을 최초로 알게 되는데 1주일 만에 입찰 여부를 확정지으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충분히 검토 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에서 현장설명회부터 입찰마감까지 최소 45일을 주도록 정하고 있는 것으로, 입찰참여확약서는 미리 사전에 내정된 건설사와 고의 유찰 및 빠른 수의계약 유도를 위한 또 하나의 편법입찰 방법이다”고 말했다.

▲현설보증금으로 수의계약 유도하는 꼼수 재현… 제도개선 서둘러야

정비업계에서는 현재 입찰참여확약서 제출 조건을 내걸고 시공자 입찰에 나서는 현장이 늘어나자 지난 2018년 성행했던 현설보증금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며 시급한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시공자 선정 입찰공고에 입찰보증금 일부를 현장설명회 참석 전까지 납부토록 하는 것이 전국으로 확산된 바 있다. 심지어 소규모 재건축사업까지 현설에 수억원의 입찰보증금을 요구면서 조합과 특정 건설사간 짜고 치기 수주행태라는 논란이 커졌다. 

당시 해당 조합들은 입찰 참여 의지만 있는 건설사만 현장설명회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고 있지 않은 상태인 현설에 입찰보증금 일부를 요구하는 것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건설사의 참여를 제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0년 시행 약 3년 만에 정비사업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일부 개정했다. 개정 내용은 사업시행자 등이 입찰에 참가하려는 자에게 입찰보증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경우 입찰 마감일부터 5일 이전까지 입찰보증금을 납부하도록 요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조합들이 입찰참여확약서라는 새로운 조건으로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조합들 역시 과거와 마찬가지로 입찰에 의지를 가진 건설사를 가려내기 위함이라는 똑같은 이유로 입찰참여확약서 제출을 요구하며 입찰마감보다 훨씬 빠르게 유찰 후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현설보증금 사례와 마찬가지로 논란이 커지지 않기 위해 시급히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 현설보증금은 논란이 되고 개정까지 약 2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이에 수많은 조합원이 건설사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했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한시라도 빨리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