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핫이슈 박일규 변호사>재개발·재건축사업 중단의 논리
<진단핫이슈 박일규 변호사>재개발·재건축사업 중단의 논리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1.11.09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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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9 16:12 입력
  
박일규
변호사/H&P 법률사무소
www.parkhong.com
 
 
주택분양시장의 극심한 침체에 따른 정비사업의 위기현상은 이제 새삼 이슈로 삼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보편화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해당 정비구역 내 주민들의 여론조사결과를 토대로 정비구역지정의 해제를 검토하거나 정비사업의 즉각적 시행을 유보하기에까지 이르고 있다. 수익성 악화논리에 기반한 정비사업 반대 목소리가 세력을 더해 감에 따라 거세진 민원부담에 떠밀리듯 선택하게 된 행정청 나름의 고육지책일 것이다.
 
입법적 측면에서도 정비사업의 정상적 진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구역에서는 해당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정비사업을 중단할 수도록 하는 출구제의 도입이 확실시 되고 있다.
 
정비사업의 즉각적 중단을 요청하는 반대조합원들의 논리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작금의 주택분양시장의 침체정도를 고려할 때 조합원들의 분담금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사업을 중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그 하나이고, 당장 사업을 중단한다고 하여도 그간 정비사업을 추진하기위하여 조합이 지출하였던 비용에 관하여는 법인인 조합이 책임을 지면 그만인 것이지 단체의 내부 구성원에 불과한 조합원들이 법적인 책임을 질 아무런 이유가 없으므로 사업중단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나머지 하나이다.
 
먼저 분양시장의 침체와 사업성악화에 따른 사업중단의 필요성 주장에 관하여 살펴보자. 이러한 반대세력의 주장은 논리적·사실적으로 모순되거나 거짓된 것으로 보기 힘들다. 어떤 전문가가 분석한다고 하여도 현재의 주택분양시장 상황을 낙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상황이 바로 사업중단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연결되어야 마땅하다는 주장에는 상당한 논리적 비약이 개입되어 있다.
 
재건축·재개발 등의 정비사업이 단순히 개인의 재테크 수단으로서만 여겨져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정비사업은 열악한 정비기반시설과 주거환경을 보다 양호하게 개선함으로써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여 우리 헌법의 핵심가치인 인간다운 생활권을 주거환경의 측면에서 고양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설령 조합원들 개개인에게 당장 기대한 만큼의 개발이익을 안겨주진 못한다 하더라도 해당 구역의 기반시설과 주거환경이 개선됨으로써 장기적으로 유발될 수 있는 유형·무형의 경제적·공익적 가치에 대한 고려없이 즉각적 사업중단만이 정답이라는 논리에 찬성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정비사업의 시행여부가 오로지 즉각적인 개발이익의 존부에 의해서만 결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결국 열악한 주거환경의 개선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다음세대에 떠넘기는 책임회피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다음으로 사업중단에 따른 조합원들의 비용부담 리스크가 전무하다는 논리는 그 자체로 선동적 구호에 가까울 뿐 충분한 법적 검토를 거치지 않은 것이어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거칠고 위험한 주장이다. 정비사업의 중단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조합이라는 법인의 책임을 구성원인 조합원들의 분담할 수 없다는 일반적 법논리를 동원하고 있으나, 정비사업조합에는 법인과 구성원의 책임분리라는 일반적 법논리만으로 재단하기 어려운 특수성이 존재한다.
 
근본적으로 정비사업조합은 조합원들이 구역 내 보유하고 있는 ‘토지 또는 건축물’을 출자함으로써 형성되는 단체이다. 조합원들이 소유한 토지 또는 건축물 외에 단체 고유의 책임재산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어려운 정비사업조합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단체의 고유한 책임재산이 존재하는 일반 사단법인이나 회사의 법률적 이론구성을 그대로 끌어다 쓸 수 없다는 점을 쉽사리 유추할 수 있다.
 
정비사업의 기본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예산외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에 관하여 미리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얻도록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조합임원 등을 형사처벌토록 규정한 취지는 무엇인가. 조합원 총회를 통해 예산으로 책정한 범위 내의 조합의 지출은 당연히 조합원이 부담하여야 하고, 예산으로 정한 범위 외의 계약 역시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얻는다면 응당 조합원들이 부담하여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겠는가.
 
정비사업의 반대목소리를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정비사업의 중단에 따라 초래될 수 있는 법적 결과를 보다 냉철하게 직시할 때에 비로소 정비사업 반대를 둘러싼 논의가 이성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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