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슬럼화 대안 정비사업에서 찾아야
도시 슬럼화 대안 정비사업에서 찾아야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5.01.1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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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사)주거환경연구원 원장

 

  미국과 유럽 대도시들의 2차대전 이후 가장 큰 주택문제는 주택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신도시가 개발되고, 고층아파트가 건설되며, 대규모 재개발이 추진되었다.

한 주거급여 등 주거복지와 공공주택의 공급 등 주택공급·수요 정책들을 70년대 초반까지 쏟아냈다. 이로인해 70년대 중반에 들면서 주택부족 문제는 해결되어갔지만 곧이어 슬럼(Slum)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슬럼은 도시사회에서의 지역 병리현상의 하나로, 일반적으로 빈민이 많은 지구나 주택환경이 나쁜 지구를 말한다.

슬럼 발생을 수요 측면에서 살펴보면, 교외에 쾌적한 신도시가 개발되고 교통도 발달하면서 도시의 중·고소득층이 쾌적한 교외로 이주하고, 이들이 살던 주택가에 실업자 등이 들어오면서 점차 빈민가로 되어 간 현상이다.

미국과 유럽 대도시 슬럼의 지역적 변화를 살펴보면, 초기에는 구도심이 슬럼화 되었다.

점차 고층 공공임대주택이 교외에 건설되고, 교통이 발달되는 동시에 주택바우처나 주거급여 등의 임대료 지원책들이 나오면서 서민층도 교외로 이주하게 되었다. 전후 베이비붐 시대가 지나면서 주택은 남아돌기 시작했다.

주거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공공임대주택을 중심으로 ‘깨진 유리창 법칙’이 작용하면서 교외지역 고층 주택단지도 슬럼화 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우리의 가장 큰 주택문제는 주택부족이었다. 슬럼은 책에만 있는 이야기로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도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

곧 주거급여제도가 도입되고, 주거비 지원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대부분 신규개발은 주변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과거는 주변이던 곳이 이제는 생활권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도심에서 불편하게 살 이유가 줄어들고 있다. 실제 인천의 경우 송도, 영종도 등이 개발되면서 구도심 주택수요가 급격히 감소하였다. 그 결과는 일차적으로 주택가격 급락으로 나타났고, 재정비 사업이 중단되고, 주택의 노후·불량화는 가속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곧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임대주택의 건설 및 수요에 각종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언급이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용적률이나 층고제한 등 건축규제를 완화하고, 비교적 토지가가 낮은 교외지역과 그린벨트 지역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서민 주거안정 측면에서는 이에 이의를 제기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도시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현재 슬럼화 되고 있는 구도심의 임대수요마저 흡수해 구도심의 슬럼화를 가속화 하고, 향후 주택이 남아도는 시절이 오면, 미국이나 유럽에서 겪은 바와 같이 외곽지역의 고층 임대아파트가 가정 먼저 슬럼화 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존 도심의 재정비 사업이다. 노후·불량한 도심을 재정비하여 도심의 수요가 외곽으로 나가는 것을 지금 이 시점에서 막아야 한다.

슬럼이 가져온 사회·경제적 비용은 익히 알고 있다. 예방을 위한 비용이 치료를 위한 비용보다 훨씬 적게 든다는 것도 누구나 알고 있다.

재정비 사업을 조합이 시행하는 주택개발사업 정도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말 그대로 도시를 살리고, 가장 큰 도시문제인 슬럼을 예방하는 사업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재정비 사업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

규제 완화로 나타나는 문제들은 향후 슬럼이 가져올 문제와 비교하면 정말 조족지혈이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문제의 예방 차원에서 공공시설 설치비용은 정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향후 슬럼이 발생했을 때는 그 수십배의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미국이나 유럽의 예에서 알 수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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