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신의 Money&money>도시·주거정비기본계획은 꼭 필요한가
<박순신의 Money&money>도시·주거정비기본계획은 꼭 필요한가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1.11.09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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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9 13:55 입력
  
박순신
이너시티 대표이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2003년 시행되면서 새로 도입된 제도 중 하나가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이라고 함)의 수립과 기본계획의 범위 안에서 정비구역을 지정토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본계획의 도입은 난개발 등의 문제를 예방하면서 선계획·후개발이라는 사회적인 큰 흐름에 맞는 제도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도입된 기본계획의 의의를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수립 지침’에서는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1. 기본계획은 도시기본계획 등 상위계획의 이념과 내용이 법에 의한 정비사업을 통해 실현될 수 있도록 도시정비의 미래상과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실천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2. 기본계획은 도시기능의 보존·회복·정비 차원에서 법에 따른 정비구역별 정비사업의 방향과 지침을 정하여 무질서한 정비사업을 방지하고, 적정한 밀도로 주변지역과 조화되는 개발을 유도하여 합리적인 토지이용과 쾌적한 도시환경의 조성 및 도시기능의 효율화를 도모한다.
3. 기본계획은 도시의 경제·사회·문화활동, 물리적 환경의 현황, 장래 변화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정비사업 수요 예측에 따라 단계별로 사업이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장래의 개발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정비사업의 합리성·효율성을 도모한다.
 
 
이렇게 도입된 기본계획이 수립권자에 의하여 그 모습을 나타낸 2006년 이후에 기본계획의 문제점과 한계가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기본계획은 입법취지와 지침에서 정하고 있는 도시에 대한 깊은 성찰 아래에서 도시의 현황과 미래상을 고려하여 깊이 있게 작성되지 못하고 정비예정구역을 나타내는  도구로 사용된 측면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본계획은 정비예정구역이다’라고 하는 말은 일반 시민들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수긍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기본계획의 본래 취지는 크게 퇴색하고 정비예정구역 위주의 기본계획의 수립에 따라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산시, 대구시, 대전시, 광주시 등 지방으로까지 정비사업을 전국화 하면서 전국의 주요 도시가 동시에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열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많은 사업이 추진되면서 전세값 상승과 집값 상승, 이를 빌미로 한 투기만연 등으로 서민들의 주거불안이 야기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주거불안으로 인한 사회불안이 가중되었습니다.
 

기본계획과 많은 정비사업의 동시추진으로 인한 서민들의 주거불안과 사회적 혼란은 부동산 경기위축이 심화되면서 재개발사업에 대한 반대와 뉴타운사업의 전면중단을 요구하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위와 같이 기본계획이라는 제도가 도입할 때의 기대와 달리 여러 부작용을 양산함에 따라 이제는 기본계획 제도의 폐지에 대한 주장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기본계획 제도가 가지고 있는 선계획·후개발이라는 취지와 도시의 미래상을 담고자 하는 장점을 모두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름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계획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리면서 부작용을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제도의 개선은 기본계획제도 자체의 개선보다는 기본계획의 수립단계에 있어서 운용상의 보완이 훨씬 중요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기본계획이 그저 정비사업 예정구역을 표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도시를 어떻게 재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철학을 기본계획에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철학적인 바탕 위에서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문화·경제·사회적인 자원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의 수립이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정비사업을 단순히 물리적인 철거와 건물의 신축으로 보는 것에서 정비구역에 안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 생계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배려를 빼놓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이렇게 수립된 기본계획은 정비사업이 사람과 도시 모두를 살리고 재생하는 것이라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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