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분양신청 기간연장 이어서만 가능’… 업계 혼선
법제처 “분양신청 기간연장 이어서만 가능’… 업계 혼선
  • 심민규 기자
  • 승인 2011.11.09 0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1-11-09 10:44 입력
  
업계 “법제처 현실성 무시… 사업장 혼란 가중”
전문가 “문리적 판단… 법 제정 취지 반영해야”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또 다시 업계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5월 ‘서면결의서 징구는 정비업체만 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업계의 혼란을 불러일으킨 법제처가 최근 분양신청기간 연장과 관련해 ‘당초 분양신청기간에 이어서만 연장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이번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지난 2005년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가 ‘분양신청기간이 만료된 이후 추가 분양신청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업계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선 업계에서는 법제처가 법령 조항의 문구에 사로잡혀 법령의 취지나 현실성이 결여된 유권해석을 내놓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법제처는 지난달 13일 ‘사업시행자가 분양신청기간을 연장하고자 할 경우 당초 분양신청기간에 이어서만 연장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의에 대해 “당초의 분양신청기간에 이어서만 연장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즉 최소 30일이상 60일이내에서 20일 연장이 가능하도록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6조제1항의 의미는 ‘최소 30일 최대 80일 이내’로 봐야한다는 것이 법제처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번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대해 일선 업계는 물론 대부분의 법률 전문가들도 해당 조항을 지나치게 문리적으로만 해석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선 업계에서는 최초 분양신청기간에 이어서 분양 연장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분양신청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분양신청 결과를 토대로 대의원회나 이사회를 개최해야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최초 분양신청기간과 떨어져서 연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정비업체 대표는 “분양신청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관리처분계획 수립에 지장이 없도록 남은 분양물량과 현금청산 비율, 분양신청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분양신청기간 말미에 조합원들이 분양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분양신청기간 중에 분양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신청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대의원이나 이사회를 소집해야 하기 때문에 분양신청이 끝나고 최소 1주일 이상이 필요하다”며 “법제처의 해석대로라면 분양신청기간 중간에 대의원회나 이사회를 거쳐야 하는데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분양신청 여부를 판단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조합원에게 분양신청을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연장을 허용한 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강북의 B조합 관계자는 “단돈 몇 만원짜리 물건도 끝까지 고심한 후 구매여부를 결정하는데 전 재산이 걸린 집을 단 한 번에 결정하라는 것은 조합원에게도 불합리한 것 아니냐”며 “만약 실수로 분양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분양신청을 하지 못한 조합원이 발생할 경우 구제할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양신청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의 취지도 이러한 조합원을 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만약 조합원이 이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반발하면 이에 대한 책임은 조합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의 최태수 사무국장은 “서면결의서 징구 대상을 놓고 법제처가 잘못된 유권해석을 내려 업계에 대혼란이 있었다”며 “법제처는 무조건 해당 조항의 문구만을 놓고 해석하기 보다는 법의 취지와 현실에 맞는 유권해석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분양기간 연장방법 명시적 규정 없어… 논란 계속될듯
 

■ 왜 시끄럽나

그동안 업계에서는 분양신청기간 연장 방법에 대한 법령상의 명시적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분양 연장방법을 두고 논란이 있어 왔던 게 사실이다.
 

현행 〈도정법〉 제46조제1항에는 “사업시행자는 제28조제4항의 규정에 의한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자를 선정한 경우에는 시공자와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개략적인 부담금내역 및 분양신청기간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을 토지등소유자에게 통지하고 분양의 대상이 되는 대지 또는 건축물의 내역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을 해당 지역에서 발간되는 일간신문에 공고하여야 한다.
 

이 경우 분양신청기간은 그 통지한 날부터 30일 이상 60일 이내로 하여야 한다. 다만, 사업시행자는 제48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분양신청기간을 20일의 범위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분양신청 기간은 최초 30일~60일 사이로 하되 사업시행자가 관리처분계획 수립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면 20일 이내에 연장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연장방법에 대해서는 규정된 바가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그동안 연장방법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최초의 분양기간에 이어서 연장해야 된다는 주장과 분양기간 종료 후에도 연장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맞선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분양기간 종료 후에도 연장이 가능하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단서조항에 ‘사업시행자가 관리처분계획 수립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라는 가정이 붙었기 때문에 분양신청기간이 종료됐더라도 조합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연장이 가능하다고 해석한 것이다. 나아가 업계 뿐만 아니라 국토해양부 역시 ‘조합 판단에 따라 가능하다’는 유사한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어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국토해양부는 지난 2005년 “재건축사업으로 조합원에게 도정법 제46조 규정에 의해 분양함에 있어 분양신청기간이 만료된 후 추가 분양신청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질의에 대해 “법령에서 정한 신청기간이 만료된 이후 조합원의 불가피한 사정 등으로 인하여 추가로 분양 신청하는 때에는 당해 조합의 관리처분계획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해관계자의 동의 및 조합 정관에 정하는 바에 따라 추가 분양신청이 가능할 것”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

 
 
법리적 해석에는 ‘공감’
법제정 취지 반영 ‘미흡’
 

■ 전문가 시각

법제처는 ‘분양연장은 최초의 분양신청 기간에 이어서만 가능하다’고 판단한 근거로 ‘연장’이라는 사전적 의미와 법적 안정성을 들었다.
 

우선 법제처는 “분양신청 연장기간의 기산점에 대해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어 분양신청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해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연장’의 사전적 의미는 ‘시간이나 거리 따위를 본래보다 길게 늘림’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즉 분양신청 연장의 의미는 역시 본래의 신청기간을 길게 늘이는 것이라는 얘기다.
 
또 법제처는 “도정법 제47조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분양신청을 철회한 자, 인가된 관리처분계획에 의해 분양대상에서 제외된 자에게 해당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50일 이내에 현금으로 청산해야할 의무가 있다”며 “청산금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시기는 사업시행자가 정한 분양신청기간의 종료일 다음날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사업시행자가 제한 없이 분양신청 기간과 이어지지 않는 기간을 별도로 정하여 연장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청산금 지급의무 시기가 사업시행자의 자의에 따라 무제한 지연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분양을 신청하지 아니하는 자 등의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법률 전문가들은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대해 법리적 해석 측면에서는 타당하다고 판단하면서도 법의 취지나 현실성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H&P법률사무소의 박일규 변호사는 “법 조항 자체에 대한 문구해석을 놓고 보면 법제처의 해석이 일면 타당하다”면서도 “지나치게 문리적인 해석으로 법의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신청을 연장하는 이유는 조합과 조합원들 모두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라며 “관리처분계획 수립에 지장이 없다면 실무적인 부분에서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동인의 맹신균 변호사는 “일선 조합이나 협력업체들이 ‘연장’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몰라 최초 분양신청기간에서 띄워서 연장을 했겠느냐”고 반문한 뒤 “대의원회나 이사회 등을 거치는 절차를 이행하다보니 실무적으로 분양신청기간 종료 후에 연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한정 기간을 두고 연장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겠지만 한 달 이내에 연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법률 전문가들은 그동안 분양신청 종료 후 연장을 했다는 이유로 소송이 제기된다하더라도 무효로 보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법무법인 영진의 강정민 변호사는 “분양신청 종료 후에 연장을 했다는 이유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분양신청을 연장한 취지가 조합원들의 권리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비춰보면 조합이 패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법률적으로도 명확하게 연장 시점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조합의 해석이 크게 틀렸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다만 이번 법제처 해석은 향후 분양신청 연장에 참고사항 정도로 활용하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GL의 채규달 변호사는 “조합이 분양신청 기간을 연장한 것은 조합원을 해하겠다는 의도보다는 조합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며 “조항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무적인 해석을 내린 점을 감안하면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분양이 유효하다는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