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이 '정책 줄타기'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이 '정책 줄타기'
이동훈 소장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5.03.0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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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훈
  무한건축사사무소 소장

 

  지난해 4월 25일 수직증축 허용과 기존 세대수의 15% 범위 내에서 세대수 증가가 가능한 ‘주택법’이 시행되면서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져 갔다.

법 개정 때까지 잠정적으로 리모델링 추진을 중단했던 단지들이 사업을 재검토하고 시공사들도 리모델링 조직을 재구성하는 등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 했다.

더욱이 ‘주택법’ 개정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분당에서는 성남시가 리모델링 지원책을 조례로 정하고 전담부서 설치, 시범단지를 선정하면서 이제는 리모델링이 대세라고 할 만큼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곧 착공이 가능한 단지들이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다름아닌 정부에서 ‘규제 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 즉, 9.1대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9.1대책은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고, 안전진단 기준 중 주거환경 비중을 높이는 한편 소형평형의무 비율 폐지를 통한 재건축 활성화로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는 정책이다. 지속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를 벗어나 보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논리적으로는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 되면 재건축뿐만 아니라 리모델링 추진에도 긍정적인 면이 많아야 한다.

특히 증가되는 세대를 분양하는 입장에서 보면 분양가가 높아지고 분양성이 좋아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사업의 수익성이 향상되면 사업추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9.1대책은 리모델링 사업에 큰 장애가 되었다. 관심이 재건축으로 몰리면서 리모델링 추진을 중단하고 재건축으로 선회하자는 의견이 대두되어 주민들이 동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리모델링과 재건축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과 아직까지도 ‘주택이 사는곳(Living)이 아니라 사는것(Buying)’이라는 인식 때문인 것 같다.

리모델링 도입 초기에 정부에서도 무분별한 재건축을 억제하기 위하여 리모델링을 활성화 한다고 홍보했고, 사업을 주도했던 대형 시공사도 재건축이 불가하니 리모델링으로 수익을 창출하자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주민들도 주택이 주거로서의 기능보다는 자산가치 상승의 수단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리모델링 사업에 동조했다.

 결과가 재건축 활성화가 리모델링 추진에 장애가 되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주택을 ‘사는 곳’이라고만 강조하기에는 아직까지는 어려움이 많다. 재산의 대부분이 주택이고, 그만큼 자산가치로서의 주택에 대한 집착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주택에 대한 투자로 이익을 보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주택가격 하락을 우려하여 주택 구매를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리모델링과 재건축 모두 투자개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손해를 감수하자는 것은 아니고 최소한 투자비용 만큼의 자산가치 상승은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리모델링과 재건축은 모두 다 주거성능 개선으로 거주자의 삶의 질 및 주거복지를 향상하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이다. 사는 곳이 편안해야 인생도 편안할 수 있다.

노후화가 진행되면 리모델링으로 주거성능을 개선하고 수명이 다하면 재건축을 하면 된다. 정작 고민해야 할 것은 사업성이 없어 리모델링도 재건축도 선택할 수 없는 단지에 대한 대책이다.

어쩌면 주택의 장수명화가 최선의 대책일 수 있다. 부동산 활성화를 위한 일시적인 정책보다는 주택의 장수명을 위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었으면 한다. 그러면 리모델링과 재건축의 사이의 관계가 지금처럼 꼬이지 않고, 상호보완적 관계로 발전하며 동반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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