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처분계획 수립 위한 영업보상 평가, 꼭 해야 하나?
관리처분계획 수립 위한 영업보상 평가, 꼭 해야 하나?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5.04.0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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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현
하나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 / 이사



영업보상 관련 분쟁이
관리처분계획 수립시 발생해
조합의 피로도만 누적



지금도 생생히 기억되는 2009년 벽두의 ‘용산참사’는 우리 사회에 많은 충격을 던졌고, 더욱이 사건의 무대가 정비사업 현장이라는 점에서 용산참사는 정비사업 세입자 보호의 분수령이 된 사건이었다.


용산참사 이후 쏟아져 나온 보도들을 보면 공히 세입자 보호 등 사회적 약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어진 것들이다.


형평성 논란,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영업의 휴업에 따른 평균적 보상기간(휴업기간)을, 단지 정비구역 내 영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반적인 공익사업 손실보상의 3개월과 달리 4개월로 늘린 점, 도정법 제48조의2(용적률에 관한 특례) 신설 등은 모두 이와 궤를 같이하며, 관리처분계획에 포함되어야 할 사항으로 ‘세입자별 손실보상을 위한 권리명세 및 평가액’을 신설(제48조 제1항 제7호)한 것 역시 이와 같은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정비사업에 따른 보상업무에서 실제 손실보상금이 지급되는 것은 조합원 및 세입자들이 이주할 당시이며 실무상 대부분 관리처분계획인가 후에 손실보상을 위한 감정평가업무가 진행되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정비법이 아닌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에 따라 토지, 물건, 영업자 등 보상대상의 현황을 파악하는 물건조사-보상계획 열람·공고-보상대상자들에 의한 감정평가사 추천-감정평가-보상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적법하게 거친 뒤에도 협의가 불성립하는 경우에 비로소 사업시행자는 관할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하게 된다.


손실보상금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는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사업시행자 선정 1인, 시·도지사 선정 1인, 보상대상자 선정 1인, 총 3인의 감정평가사가 평가를 하게 된다(물론 보상대상자들이 토지보상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는 감정평가사 추천이 없는 것으로 보아 2인의 감정평가사가 평가를 하게 된다).


그런데 도정법 제48조 제1항 제7호가 규정한 ‘관리처분계획수립을 위한’ 영업보상평가는


①그 근본 목적이 손실보상을 위한 것이 아니고 관리처분계획수립을 위한 것이라는 점,


②위에서 본 것처럼 사업시행자/시도지사/보상대상주민이 선정한 3인의 감정평가사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시군구청장이 선정한 2인의 감정평가사가 평가를 하므로 토지보상법에 반하는 점,


③보상금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 전에 먼저 토지보상법 제15조 규정에 맞는 보상계획 열람·공고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실무상 관리처분계획수립 단계에서 보상계획공고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문 점,


④손실보상 감정평가는 평가를 한 후 1년이 경과한 때까지 보상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반드시 재평가를 하여야 하는데(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17조 제2항 제3호), 관리처분계획수립을 위한 영업보상평가와 실제 이주로 인해 영업손실보상금이 지급되는 시점간에는 1년이 넘는 경우가 많다는 점,


⑤실제 손실보상대상은 조합원으로서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자 중에서 영업을 영위하는 자도 포함되는데 이 규정은 ‘세입자’로 그 대상을 한정하고 있어 규정 자체가 반쪽규정인 점 등의 사유로 손실보상을 위한 감정평가로는 인정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면 도정법 제48조 제1항 제7호의 도대체 왜 하는 것일까? 말 그대로 관리처분계획수립을 위한 것, 즉 종래 조합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타구역 사례, 감정평가사 자문 등을 참작하여 자체 추정하던 영업손실보상비(자금운용계획의 일 항목)를 자체적으로 추정하지 말고 감정평가를 받아서 하라는 것 정도의 의미만 있을 뿐이다.


결국 현행 규정을 충실히 따르자면 조합은 관리처분계획수립시 종전·종후자산 평가와 함께 영업보상평가를 한 뒤 실제 이주시 보상평가를 또 한번 더 해야 한다. 똑같은 일을 2번하는 것이다.


게다가 실제 이주시 발생하는 영업보상관련 분쟁이 관리처분계획 수립시부터 발생하여 조합의 피로도만을 증가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추정을 누가 하느냐의 의미만 있을 뿐이고 실제 영업손실보상금 결정의 근거가 될 수도 없는 이러한 감정평가를 왜 하라고 하였을까? 조합에 대한 불신 외에는 다른 답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용산참사가 조합의 영업손실보상비 추정이 엉터리여서 발생한 것일까? 용산참사의 주요 이슈였던 ‘권리금’ 미보상이 이러한 엉터리 추정 때문일까? 보상법규의 미비, 권리금 보상 관련 법제의 공백, 영업으로 인한 실질소득·매출신고의 불투명성 등이 그 주요 원인이라는 것은 누구다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여러모로 생각해보아도 도정법 제48조 제1항 제7호 신설은 원인파악부터 그 대책까지 모두 ‘부실한 추정’의 연속이다.


새로운 법 규정을 만드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법규라는 것이 사회질서의 변동을 반영한다는 순기능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번 형성된 법규는 사회구성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따라
서 지키지 못하는 경우에는 바로 ‘위법’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굳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는 일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도정법 제48조 제1항 제7호는 ‘옥상옥’일 뿐이다. 제7호 규정을 삭제하면 영업손실보상이 약화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우일 뿐이다.


요새 정부가 ‘규제완화’에 열성인데 이런 규제부터 없애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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