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핫이슈 홍봉주 변호사>세입자보상에 대한 위헌성 논란
<진단핫이슈 홍봉주 변호사>세입자보상에 대한 위헌성 논란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1.09.29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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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14:22 입력
  
홍봉주
변호사/H&P 법률사무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재개발조합이 사업시행을 위해 정비구역 내 세입자로부터 건물을 넘겨받기 위해서는 점유 세입자들에게 주거이전비나 영업보상비를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재건축조합은 그럴 필요가 없다. 도정법에 이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이와 관련하여 재건축구역 내 세입자에게 재재개발구역의 세입자와 달리 주거이전비나 영업보상비의 지급을 규정하지 않은 도정법 규정은 위헌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세입자에 대하여 건물명도소송이 제기된 서울북부지방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일부 재판에서는 실제 그에 관한 논쟁이 뜨겁다.
 
위헌이라는 입장은 도정법의 재건축에 관한 규정은 재건축사업구역 내 세입자들에게 특별한 희생을 강요함으로써 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그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재개발사업구역 내 세입자와 달리 취급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이러한 입장은 타당한가.
 
우선 연역적으로 볼 때 종래 재건축사업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과 주택건설촉진법을 통해 주로 사법인(비법인사단)이 사업시행자가 되어 추진되었다.
 
반면 재개발사업은 도시재개발법을 통해 공법인이 사업시행자가 되어 추진되었다. 그런데 이때에도 재건축사업의 시행자인 사법인은 사업구역 내 세입자에게 아무런 법적 보상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에 관한 위헌논란이 제기되지 않았다(재건축조합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없었다). 재건축사업의 시행자가 사법인이기 때문에 공적침해 여지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현행법상 재건축 세입자들에게 ‘특별한 희생이 있는지’살펴보자. 재개발조합이 사업구역내 세입자에게 보상을 하는 이유는 사업구역 내 수용으로 인해 구역 내 세입자들이 특별한 희생을 받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개발조합이 갖는 수용권은 우리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행정주체의 가장  대표적인 재산권침해 유형이다. 재개발조합의 이와 같은 수용권에 대응하는 것이 재건축조합의 ‘매도청구권’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집합건물법상의 매도청구권을 수용 유사의 권리로 보고 있다. 그러나 수용권과 매도청구권은 근본적으로 다른 권리다.
 
즉 수용권은 행정주체에게만 부여되는 권리 또는 권한이지만 매도청구권과 같은 형성권은 사인간의 법률관계에서도 자주 인정되는 권리이다. 민법상의 지상물매수청구권 등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집합건물법상의 매도청구권이다. 다세대주택과 같은 집합건물을 재건축하고자 하는 경우 관리단집회를 소집한 자는 재건축결의 후 재건축결의에 반대하는 자에 대하여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가 세입자와 체결한 임대차계약은 이행불능을 이유로 종료되고 위 소집자는 구분소유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세입자에게 건물를 명도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서울고등법원 판례).
 
이와 같이 도정법상 인정되고 있는 매도청구권은 행정주체에게만 인정되는 특별한 권리가 아니라 사인에게도 특별한 손해배상책임 없이 인정되는 권리이다. 사인에게도 인정되는 권리를 행정주체가 이를 행사하였다 하여 이를 두고 특별한 희생을 가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다음으로 매도청구권도 수용유사권리이므로 수용과 달리 제3자 보상규정을 두지 않는 것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를 살펴보자. 재개발조합에게 인정되는 수용권은 그 실현기관이 토지수용위원회이고, 그 실현시기도 토지수용위원회가 정하는 수용개시일이며, 보상기준은 개발이익이 배제된 공시지가이다.
 
이에 반하여 재건축조합에게 인정되는 매도청구권은 그 실현기관이 법원이고, 그 실현시기도 법원판결확정일이며 보상기준도 개발이익이 반영된 시가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개발이익은 세입자에게는 개발손해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수용권은 행정기관의 의사에 따라 실현되고 그로 인한 보상 또한 개발이익이 배제된 것이므로 세입자에 대한 보상은 사업시행자가 직접 행해야 하는 것이 정당하지만, 매도청구권은 국민의 권리구제기관인 법원을 통해 실현되고 세입자들의 개발손해가 토지소유자에게 개발이익 형태로 반영된 것이므로 토지등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사업시행자가 이를 보상하는 것은 이중보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아울러 수용권은 수용대상토지 등에 있었던 모든 물권을 인수함이 없이 소멸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에 반하여 매도청구권은 대상토지 등에 있었던 모든 물권을 그대로 인수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권리임에도 보상규정을 두어 같이 취급하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재건축조합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 취급하는 것이다.
 
결국 재건축사업과 재개발사업의 연역이나 매도청구권과 수용권의 차이 등에 비추어 볼 때 재건축세입자에게 보상규정을 두지 않는다 하더라도 위헌이라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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