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안전진단·헷갈린 정책… 전등 꺼진 리모델링
과도한 안전진단·헷갈린 정책… 전등 꺼진 리모델링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5.06.01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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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들 재건축 연한단축으로 사업 참여 관망세
기존현장은 지지부진… 신규사업장 없어 줄곧 ‘내리막’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 적체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진행 중인 현장은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신규 현장은 늘어나지 않는 진퇴양난 상황 속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재건축 규제 수위가 하늘을 찌르던 노무현 정부 당시 최고의 몸값을 찍은 뒤로는 부동산 경기침체와 재건축을 선호하는 정부 정책 속에서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장을 들여다보더라도 기존 사업장은 예상치 못한 갖가지 장애물로 추진 동력이 약화되고 있고, 리모델링사업을 시작하겠다는 신규 수요를 찾기 어려운 악순환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리모델링 안전진단 새로운 문제로 부상

최근 성남 분당 한솔5단지가 전국 최초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위한 안전진단에 들어갔지만 이 과정에서 각종 소음과 불편 사항들이 부각되면서 안전진단이 리모델링사업의 새로운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사원들이 각 세대 내부로 들어가 벽을 뚫어 철근 부식 정도를 검사하고, 벽체를 쿵쿵 때리는 벽체 강도 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가 민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세대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는 등 당초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면서 안전진단 기준에 대한 제도개선 요구가 나오고 있다.

안전진단을 하는 검사 주체 측에서는 수직증축시 안전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내부 철근의 부식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벽체에 구멍을 뚫어 내부에 박혀 있는 철근 재료의 일부를 채취해 검사하고, 벽체 및 슬래브의 검사를 위해서도 벽과 바닥을 ‘쿵쿵’ 때리는 충격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불편사항이 발생하는 안전진단 절차의 원활한 성공 여부의 관건은 주민이 자신의 집 출입에 동의해 주느냐다. 주민이 출입에 동의하지 않고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손 쓸 방법이 없다. 현재로서는 조합 관계자가 주민을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고 불편 및 소음을 최소화하겠다는 설득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실제로 한솔5단지 사례를 살펴보면 안전진단이 주민 생활과 직결되면서 예기치 않은 벽에 부딪치고 있다. 증축 리모델링의 특성상 소형아파트가 많은데, 소형아파트에는 맞벌이 부부가 많아 낮시간에 집에 거주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낮동안 세대 내부에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안전진단을 위해 검사 담당자들이 방문하더라도 세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아기와 단 둘이 있는 젊은 엄마나 혼자 사는 독신 여성들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리모델링사업에 동의하지 않은 아파트소유자, 리모델링 사업으로 인해 철거가 시작되면 또 다시 집을 알아봐야 하는 세입자도 문을 열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오락가락 리모델링 정책은 여전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도 문제다. 재건축과 리모델링 정책이 개별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재건축 규제 완화 정도에 따라 리모델링이 울고 웃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재건축 압박 당시에는 리모델링이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면서 리모델링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진 것이 이 같은 상황을 방증한다.

리모델링 업계가 꼽는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의 압권은 최근 도입한 ‘재건축 연한단축’이다. 정부는 지난해 9·1대책을 통해 재건축 연한을 기존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해 경제활성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기존에 리모델링 적격 후보지로 거론되던 아파트단지들이 대거 재건축에 대한 기대로 돌아서 리모델링 신규 현장 참여가 급감하고 있다.

▲재건축과 비슷한 공사비 절감 문제 최대 숙제

재건축과 비슷한 수준의 리모델링 공사비도 끊임없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리모델링 조합 측에서 요구하는 상식선의 리모델링 공사비는 재건축 공사비의 90% 선이다. 재건축 공사비가 3.3㎡당 450만원 선이라면, 리모델링 공사비는 이 비용의 90%인 약 400만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리모델링은 기존 골조를 사용하기 때문에 품질 면에 있어 재건축의 90%로 봐야 하는 게 합당하며, 이 때문에 공사비 또한 90%가 돼야 상식에 부합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지난해 리모델링 시공자를 선정한 서울 시내 A리모델링 현장의 공사비는 비슷한 시기에 관리처분을 한 인근 지역의 재건축 공사비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품질은 재건축보다 낮은데, 공사비가 비슷하거나 더 높다면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주민들의 경우 리모델링 사업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공사비 수준은 시공사 측에서도 난감해 하는 숙제다. 현재 상황에서 더 비용을 낮출 수 없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거 과정에서 골조를 남겨놓아야 하기 때문에 철거 비용이 많이 들고, 증축 과정에서도 새로운 세심한 기술과 노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이 쉽지 않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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