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훈 교수 “구조전문가들은 수직증축 가능하다는데 행정관료들만 반대”
오상훈 교수 “구조전문가들은 수직증축 가능하다는데 행정관료들만 반대”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1.07.25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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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5 11:20 입력
  
무조건 위험하다는 국토부 인식부터 바꿔야
보완책으로 인증시스템 만들어 수시 점검을
 

오상훈  
부산대 건축공학과 교수
 

“수직증축을 막고 있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
 

최근 안전성 문제로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허용할 수 없다”는 국토부 관계자의 발언이 리모델링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건축구조 엔지니어들의 반발 수위가 높다.
 
오상훈 교수도 그러한 엔지니어 중 한 명이다. 오 교수는 이번 국토부의 발언이 건축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평가한다.
 
수많은 연구와 실험을 경험한 엔지니어들은 수직증축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국토부의 비전문가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을 꼬집는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국토부의 고집으로 리모델링 기술 발전 가능성 자체가 처음부터 막히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건축물들의 노후화에 따라 리모델링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 타이밍을 놓치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지난 6일 국토부가 수직증축에 대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이유로 불허 방침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최종 결정은 이달 말 발표 예정이지만 이미 내부적으로 불허 방침이 결정됐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러한 국토부 판단이 문제가 된다고 보는 이유는=기술적으로 가능한데도 법을 통해 원천적으로 막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수직증축은 기술적으로는 30층까지도 가능하다. 비용이 변수다. 비용만 충분하다면 층수 올리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구조에 정통한 엔지니어들의 말을 믿지 않고 건축구조 지식이 부족한 자신들의 지식 범위 안에서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의 이러한 잘못된 방침은 향후 더욱 발전시켜야 할 리모델링 산업 발전 자체를 막고 있다. 우리나라가 IT, 조선, 자동차 등 기술 기반산업들이 세계적 수준에 이르고 있는데 건축 기술은 그렇지 못한 것은 이러한 방침을 고수하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국토부가 수직증축을 반대하는 이유는 기존 아파트 구조의 설계와 시공이 당초부터 수직증축을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수직증축을 하면 구조적으로 안전하지 않다고 말해왔다=기존 아파트가 수직증축을 감안하지 않은 채 설계와 시공을 했다는 국토부의 말은 맞다.
 

그러나 국토부가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 수직증축으로 추가되는 모든 하중이 기존 아파트의 하부 구조체로 가는 것이 아니다. 수직증축으로 인해 추가되는 하중을 기존 구조에 닿지 않게 하면 된다. ‘수퍼 스트럭처(super structure)’라고 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수직증축되는 부분의 하중을 앞뒤 증축하는 신축 부문이 지탱하도록 하면 된다.
 
▲현재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의 상징적인 대상이 분당 등 1기 신도시아파트다. 1기 신도시아파트의 특징을 설명한다면=내구성 저하가 예상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전체적인 조사에 나설 필요성이 있다. 당시 정부가 정책적으로 5개 지역의 1기 신도시 건설 사업을 속도전으로 밀어부침으로써 자재 및 인력 파동 문제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강에서 채취하는 모래의 부족으로 바닷모래를 사용했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모래에 나트륨이 포함돼 있으면 건축물 수명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다는 게 문제다. 정부가 1기 신도시에 대한 본격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리모델링을 하기 전에는 정밀 안전진단이 수반돼야 한다. 안전진단 결과 성능 노후화 정도가 지나치면 재건축으로 추진하는 게 맞다.
 
1기 신도시의 일부 아파트에는 일명 PC공법이라고 하는 조립식 아파트가 있다.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부어 양생시킨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만든 콘크리트 벽체를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해 만든 것이다. 20여년이 지나면서 접합부 부분에 변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조안전 확보를 위해 비용이 너무 소요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구조 보수·보강 비용 규모는=정부에서 수직증축을 허용해준다면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수직증축 과정에서 구조와 관련돼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전체 공사비와 비교해 본다면 아주 적다.
 

이러한 구조 보수·보강을 통해 2~3층이 수직증축 되면 그에 따른 가구 수 증가로 인해 부담비용은 매우 적은 금액이 되기 때문에 경제성 측면에서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리모델링 제도개선 대안을 제시한다면=아직까지 국내의 아파트 리모델링 관련 데이터가 부족하다보니 정책에 대한 정부 당국자의 해석에 따라 발전 방향이 크게 달라지는 상황이다. 어떤 정책이든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공존한다. 정책 효과의 100개 항목 중 99개 항목에서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더라도 정부 당국자가 부정적 효과 1개에만 주목하며 꼬투리 잡으면 정책은 도입되지 못한다.
 

현재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이런 상황이다. 정부 방침이 중요하다. 현재의 정부 발언은 리모델링 활성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리모델링 활성화 의지가 있다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며 막을 게 아니라 오히려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대신 구조안전 확보를 위한 전문가 인증시스템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칠 것이다. 소비자를 위해서도, 리모델링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수직증축을 허용하고 구조안전 인증시스템을 갖추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소비자들에게 주택 구매와 관련해 선택 가능한 선택지를 늘려 줘야 한다. 리모델링은 수직증축을 허용하고 그 선택은 소비자들에게 맡겨야 한다.
 

수직증축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관건은 비용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수직증축은 정부가 허용해 줘도 소비자들이 선택하지 않는다. 정부가 우려하는 것처럼 허용 여부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비용을 적게 들여 구조가 불안정한 리모델링 아파트를 내놓을 건설회사는 없다. 요즘 같은 세상에 업계에서 곧바로 퇴출된다. 한발 물러서 이런 회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수준높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구조안전 인증 시스템을 운영해서 인허가 과정에서 반드시 절차를 거치도록 하면 된다.
 
▲‘보수’와 ‘보강’은 어떻게 다른가=보수(補修)는 기능의 회복, 보강(補强)은 기능의 향상으로 요약된다. 20년이 지난 어떤 아파트가 있다고 가정하자. 20년이 지나면서 최초 준공 당시보다 많이 낡게 될 것이다. 배관 문제도 발생하고, 비오면 비가 샐 수도 있다. 보수는 이 낡은 기능을 최초 준공 당시의 기능으로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리모델링을 할 때 20년 전의 기준으로 보수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내진설계 요구도 맞춰야 하고, 최근 새롭게 개발된 건축기술을 적용시킬 수도 있다. 20년 전의 기능에 덧붙여 최근에 요구되는 추가 기능을 덧붙여 더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게 보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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