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현 감정평가사> 재개발임대부지 매각가격 결정방법 유감
< 이철현 감정평가사> 재개발임대부지 매각가격 결정방법 유감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1.07.1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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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3 16:34 입력
  
이철현
감정평가사/하나감정평가법인 이사
 

서울시를 비롯한 대부분 지자체의 조례는 재개발임대주택부지 매각가격결정시 ①일차적으로 정비구역 안의 국·공유지를 점유연고권자에게 우선매각하고 남은 면적의 가액 ②이차적으로 점유연고권자에게 우선매각한 국공유지 면적의 가액 ③정비구역 안의 사유토지의 종전 토지가격의 산술평균금액으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너무나 당연한 듯이 여겨지는 이 조례규정은 그러나 매우 이상하다. 아니 수상하다.
 

물론 기부채납 처리되어 한 푼도 못 받는 재건축소형주택 부지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자위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치부하기에는 간단치 않아 보인다.
 
임대주택부지 매각가격 결정방법을 규정한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제29조(분양예정 대지 또는 건축물 추산액의 산정)는 제1항에서 그 평가방법을 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에 불구하고 임대주택부지의 평가방법은 상기와 같은 방법으로 평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조례 제29조제1항에서 적시한 것처럼 ‘법 제48조제5항제1호에 따른’, 즉 법 제48조제5항제1호의 위임에 근거한 규정이다.
 
실제로 2009년 5월 27일 개정전 법 제48조제5항제1호는 “제1항제3호의 분양예정인 대지 또는 건축물의 추산액은 시·도의 조례가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산정하되, 시장·군수가 추천하는 (중간생략) 2인 이상의 감정평가업자의 감정평가 의견을 참작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종후자산의 구체적인 ‘평가방법’을 시·도조례에 위임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9년 5월 27일 개정된 법 제48조제5항제1호는 이러한 위임의 근거인 “제1항제1호의 분양예정인 대지 또는 건축물의 추산액은 시·도의 조례가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산정하되” 부분이 삭제되고 대신 감정평가업자 선정방법에 관한 규정만으로 채워지게 된다(감정평가업자선정방법을 기존 시장·군수의 ‘추천’에서 시장·군수의 ‘선정·계약’으로 변경). 즉 종후자산 평가방법에 대한 시·도조례 위임의 근거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위임근거가 없다 하더라도 그것이 일반적인 사회관념에 비추어 비합리적이지 않다면 무슨 문제가 발생할 것이냐마는, 임대주택부지 가격을 ①우선매각후 남은 부분→②우선매각부분→③사유지 평균가격으로 ‘순차적으로’ 채울 것을 규정한 조례는 매도자인 조합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침익적(侵益的) 규정이라는 점에서 부당하다.
 
제1순위인 점유연고권자에게 우선 매각하고 남은 국공유지라는 것은 거의 대부분 가격이 제일 싼 ‘도로’이기 때문이고, 2순위인 점유연고권자 우선매각부분 역시 대부분 도로사정이 열악한 후면 주택지대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주전자에 정해진 양의 물을 채우는데 물 줄 사람의 의사는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무조건 물 값 제일 싼 수돗물부터 채우고 수돗물이 모자라면 정수기물, 그것도 부족하면 그때서야 비로소 생수를 채우겠다는 식이다. 그것도 종래에 있었던 법률의 위임근거도 ‘사라져’ 버렸는데 말이다(우연히 임대주택부지가 그 구역의 비점유 국공유지로만 구성된다면 이러한 침익적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가정은 비현실적이다).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취지로 이해되지만 그래도 문제는 있다. 2009년 11월 27일 신설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제54조의2(재개발임대주택 인수방법 및 절차 등) 제2항의 “부속토지의 가격은 법 제28조제4항에 따른 사업시행인가 고시가 있는 날을 기준으로 (중간생략) 감정평가업자 2인 이상이 평가한 금액을 산술평균한 금액으로 한다”와 명백히 상치된다는 점이다. 즉, 시행령은 임대주택부지 가격에 대해 오로지 그 가격산정의 기준시점(감정평가실무상 가격시점)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례는 상위법의 아무런 위임 근거없이 명백히 매도자인 조합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침익적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상위법인 시행령이 규정한 “사업시행인가 고시가 있는 날을 기준으로 한 가격”이라는 것을 실무에서 구현하는 가장 상식적인 방법은 해당 임대주택부지를 구성하는 종전토지의 지번별 면적을 구하고 그 필지의 ‘사업시행인가고시일 기준 단가’를 곱하는 것 아닌가? 실무상 측량, CAD구적 등을 통해 임대주택부지의 지번별 면적을 확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음에도 “싼 것부터!”라는 방법이 타당한가?
 
이차적으로 해당 구역내 종전토지 전체의 평균가격으로 하는 방법까지는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더라도 누가 보아도 매도자인 조합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현행 조례는 명백히 상위법의 위임 근거가 없는 조항이라는 문제가 있다. 임대주택 공급가격을 좀 더 저렴하게 하려는 조례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임대주택 공급 및 서민주거안정은 공공의 책무라는 점, 재개발사업의 사업성이 날로 악화되는 사정을 고려할 때 불합리한 규정은 시급히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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