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법정에서의 ‘눈치작전’
경매법정에서의 ‘눈치작전’
  • 신대성 전문기자
  • 승인 2015.07.1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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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유래 없는 최저금리는 그동안의 경매시장과 사뭇 다른 양상을 나타나게 했다. 낮은 금리는 그 만큼 주택거주비용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켜 불량채권으로 인한 법원경매시장으로의 유입을 감소시킨 것이다.

이와는 달리 경매를 통해 집장만을 하려는 사람들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2002년 부동산경매는 민사집행법에서 민사소송법으로 그 유형을 달리했고 이로 인해 ‘호가제’였던 경매법정이 ‘입찰제’로 바뀌면서 일반인들의 경매법정 유입은 한결 용이해졌다.

여기에 부실채권이라 부르는 NPL 물건들까지 중대형 AMC회사들이 확보하고 있다 보니 입찰에 들어갈 만한 물건은 줄고 경쟁자는 크게 느는 양상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물량이 감소하다보니 2013년 당시 비교적 우량물건이라 하는 중소형 아파트 경매입찰에 두세 명의 경쟁자가 있었다면, 지금은 평균 네 명이상이 입찰에 참여해 경쟁은 한층 더 심화됐다.

북적이는 경매법정에서 원하는 물건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낙찰을 받고 싶지 않겠는가. 이 때문에 부동산경매법정에는 사람들의 속삭임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는 눈치작전이 난무하게 된다.

가끔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동산경매는 남들 아무도 모르게 입찰하는 것인데 해당 물건에 얼마나 많은 입찰자가 몰리게 될지, 어떻게 알고 고가의 입찰가를 써내게 되는지에 대해 말이다.

이런 말을 하는 경우는 경매에 입문하지 않았거나 입문을 했어도 초보인 경우다. 경매법정에 들어서게 되면 법원 사무관들이 경매진행물건에 대한 해당 물건명세서를 책상위에 올려놓거나 또는 해당 물건번호를 메모지에 써서 제출하도록 유도한다.

부동산경매는 작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금액이 한순간에 움직이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입찰 전일까지 권리변동으로 인한 순위가 달라졌거나 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말소기준권리에 해당하는 최초은행근저당이 후순위 근저당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법정 판사가 권리변동 사항에 대해 입찰자들에게 전달을 하게 되지만 그 순간에 법정 밖에 있거나 해서 놓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권리가 변동되면 대항력을 가지는 세입자나 그 밖의 권리자들이 나타날 수 있어 입찰직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 때 사람들의 눈치작전이 시작된다. 입찰에 참여하려는 물건명세서를 누가 보고 몇 명이나 열람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이가 꼼꼼히 살펴보는지에 대해 주위를 살핀다.

흘깃 보는 사람은 경매에 경험이 많은 사람인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물건명세서 하나만 보지 않고 여러 개를 살피며 입찰도 3~4건을 하는 경우다. 즉 가격을 높게 쓰지 않는다는 의미로 걸리면 좋고 아니면 말고 하는 사람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

반면, 세심히 살피는 경우는 그 물건에 대해 꼭 입찰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사람이다. 여러 번 현장을 조사하고, 들어가 살 만한 집인가를 수차례 고민한 실수요자이거나 아니면 그 물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인 경우다. 입찰에도 이 물건 한건에만 집중한다. 달리 말하면 입찰가를 높게 써 낼 확률이 높은 사람으로 대개는 이런 사람에게 물건이 낙찰되거나 적어도 높은 입찰가를 써내는 사람들이다.

또 하나는 지인들 몇 명이서 동반으로 경매법원에 왔거나 경매학원에서 같이 수학하던 사람들 여럿이 몰려와 물건에 입찰하는 경우로 이런 때는 자기들끼리 쑥덕거리거나 하며 주위사람들에게 어떤 물건에 입찰할지, 또 얼마를 써내게 될지를 소문내고 다니는 사람이다.

경매에서의 눈치작전은 한 푼이라도 낮게 써내어 낙찰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쉬지 않는 갈구며 부산한 움직임이다.

경매를 해본 사람의 경험 중에 가장 속상한 또는 기분 나쁜 경험은 원하는 물건을 낙찰 받지 못했을 때가 아니다. 해당 물건을 1등으로 낙찰 받았는데 2등과의 입찰가가 수천만원 또는 수억원씩 차이가 나는 경우다.

이때는 “혹시 물건분석을 잘못했나”라는 의문이 들기도 해 몹시 기분이 상하게 된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또 그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경매법정의 눈치작전은 꼭 필요한 과정 중 하나다. 일에는 순서가 있듯 경매입찰에서의 눈치작전도 순서의 일종이다.

다만 최근에는 물건명세서 열람방식이 종이가 아닌, 컴퓨터를 통해 열람하는 방식으로 점차 바뀌고 있어 이런 눈치작전도 새로운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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