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조망 분쟁 대해부-(上)현황과 실태
일조·조망 분쟁 대해부-(上)현황과 실태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1.06.22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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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2 14:17 입력
  
툭하면 햇빛·조망 싸움… 재개발·재건축 사업 멍든다
햇빛 가린 남쪽 개발에 북쪽 소송땐 거의 승소
대법원, 일조권은 수용… 조망권 일부만 인정
 
 

 

재개발·재건축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일조·조망 분쟁도 확대 추세다. 일조·조망 소송은 도시 내 개발사업에서 통과의례가 됐다. 소송 참여자가 늘면서 배상금액도 증가하고 있다. 이웃 간 잠복된 분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화려한 도시 발전 뒤에 존재하는 그늘이다. 전문가들은 분쟁 증가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무방비 상태에 있다고 지적한다. (상)증가하는 일조·조망 분쟁, (하)분쟁에 대한 합리적 대처 방안에 대해 2회에 걸쳐 실태와 대안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사례1) 지난달 17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김원민)는 경남 창원시에 거주하는 이 모씨 등 33명이 재건축공사를 원인으로 일조·소음 등의 침해를 받았다며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재정 신청에서 피해 주민들에게 약 4천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 중 일조 침해를 받았다고 인정된 26명의 신청 주민에게는 주택별로 21만~500만원의 배상액이 결정됐다.
 
사례2) 2007년 반포주공2단지 조합을 상대로 인근 대우푸르지오 아파트 주민 250여명이 일조 침해를 근거로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42억원의 화해권고 결정을 받았다. 법원은 법률의 위반사항이 없다는 이유로 당초 신청인들 청구액의 68%만 인정해 이 금액을 제시했다. 신청인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이 금액으로 확정됐다.
 
2004년에는 진달래1차아파트 주민 400여명이 재건축 공사 중인 도곡주공1차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일조·조망권 침해를 주장하며 약 19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108억원으로 조정해 중재 결정을 내렸다. 소송에 참여한 진달래1차 주민들은 가구당 3천만원에 가까운 배상금을 받았다.
 
재개발·재건축으로 대표되는 도시재생 과정에서 일조·조망 분쟁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파급력도 엄청나다.
 
 
한 곳에서 소송이 제기됐다는 소문이 돌면, 인접한 주택단지에 소송 제기 움직임이 급속히 퍼진다. 법원 판례가 늘면서 유사 소송들도 이어지고 있다. 밀집한 도시 환경에서 신축건물과 일조의 동일한 연관 관계로 인해 유사 사례는 무한반복 된다.
 
▲남측 개발시 태양 가려 북측 소송=사건 발생은 주택의 남북 입지 관계에서 비롯된다. 남측의 개발사업에 대해 북측의 주거단지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 형태다. 남측 지역에서 고층 개발이 진행되면 태양을 가리게 돼 북측 지역에서는 일조량이 부족해지게 된다. 효율적 토지이용을 위해 고층화가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자연현상이다. 이 자연현상이 거주민들에게는 생활환경 침해로 인식되면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에서는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수인(受忍)한도’를 밝히고 있다. 피해가 극대화되는 동지를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의 6시간 중 연속 2시간이 확보되는 경우 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의 8시간 중 일조 총 시간이 4시간을 확보되는 경우에는 피해자라 하더라도 참을 수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즉, 이 기준보다 일조 시간이 적다면 수인한도를 넘어 ‘참을 수 없는’ 수준이 되며, 피해 보상이 가능해 진다.
 
▲부동산 가치 하락이 원인=일조 침해는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배상액 산정은 부동산 가치 하락분에 연동된다. 동일한 일조량 침해에라 하더라도 고급 부동산의 보상액은 크고, 서민주택은 싸다는 차이가 발생한다. 서울의 강남아파트와 지방 소도시 아파트 사이에 배상액 차이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보상액은 재산권에 일정 비율의 삭감액으로 판단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조·조망 침해를 재산권 침해로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강남 한복판 남쪽에 저층 주택단지가 있고, 북측에 중층주택단지가 있는 경우다. 중층아파트들은 일조·조망이 포함된 상황에서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다. 저층 주택단지의 고층 개발을 통해 일조·조망 소송이 제기될 경우 그에 따른 부동산 가치 하락 부분에 대한 보상이 요구된다. 개포지구가 이 같은 사례다. 개포지구의 경우 전체 지구 중 5층 아파트 단지가 남측에 배치돼 있고, 중층아파트 단지가 북측에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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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일조·조망 분리 판단… 일조권 침해 주장 수용
 

■ 법조계 시각
일조권과 조망권 분쟁은 건물 신축이라는 동일한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법원에서는 둘을 분리해 판단한다.
 

일조권에 대해서는 아파트 소유자에게 일정 시간 이상의 햇볕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이것이 침해될 경우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을 인정한다. 따라서 법원은 손해배상소송 요구를 보다 쉽게 인정하며, 배상액 즉 아파트의 시가하락 금액에 대한 감정방법도 어느 정도 확립된 상황이다. 법원이 일조권 침해 주장을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반면, 조망권은 그렇지 않다. 아직까지 완고한 입장이다. 기본적 의미의 조망권, 즉 좋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권리는 대법원이 아직 수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소위 ‘천공(天空) 조망권’이라고 하는 압박감의 증대나 개방감의 상실 등 다른 건물의 건축으로 인해 앞이 꽉 막히게 되는 것에 대한 침해는 대법원이 2007년 침해 가능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일반 조망권에 대한 침해 여부도 수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의 시세나 구입조건에서 이미 조망권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따라서 조망권을 인정하는 것이 국민들의 법 정서와 가깝다는 것이다.
 
김종문 변호사는 “일조권 침해에 대한 법리는 계속 이어진 판례에 의해 어느 정도 기준이 확립된 상황이지만, 조망권은 아직 판결 추세가 일정치 않다”면서 “향후 국민들의 법 감정과 일치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조망권 침해도 점점 받아들여지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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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조·조망 등 환경분쟁은 현실
미리미리 준비해야 피해 예방”
 

김종문  
김종문 법률사무소 변호사
 

“도시의 발전 과정에서 건축물이 위로 뻗어 올라가는 입체화는 한동안 계속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조·조망 등의 환경 분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미리 준비해야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복잡한 도시 안에서 일조·조망 등 환경분쟁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주거환경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도 달라지면서 소송 건수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김종문 변호사는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일조·조망 전문 변호사다. 2006년부터 이 분야에 집중해 이미 60여 차례 관련 소송을 진행했다. 김 변호사는 향후 환경 분쟁은 계속 증가할 것이며,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사전 준비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도시 내 일조·조망 분쟁 발생 가능성은=개발 빈도 및 고층화, 고밀도화와 비례해 계속 증가할 것이다. 도시개발이 진행되는 것과 함께 분쟁의 증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사업 과정 중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일조·조망 소송이 진행될 것이다. 과거 재건축이 진행됐던 반포 저층아파트 재건축 과정에서도 거의 모두 인근 지역 아파트와 이같은 분쟁을 겪었다. 향후 도시 내에서 진행되는 거의 모든 재개발·재건축사업 과정에서도 똑같은 상황들이 반복될 것이다.
 
▲모든 개발 과정에서 발생되나=지역과 지형 등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다르다. 재개발·재건축아파트라 하더라도 잠실 지역은 일조 분쟁 사례가 매우 적다. 개발지역 북쪽에 폭이 넓은 한강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파트단지 자체가 대규모였으며 단지 사이 도로 또한 넓어 단지 간 피해발생 조건이 약했다.
 
▲모든 주택지가 해당되나=현행 판례에 따르면 상업지역 내에서는 원칙적으로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 상업지역에서는 거주자에게 주거라는 생활상의 이익이 인정되기 미약하고 고밀개발이 허용되기 때문에 거주자가 이러한 피해 가능성을 사전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반면 상업지역 건축물이 인근에 있는 일반주거지역 내 아파트에게 피해를 주었을 때에는 당연히 침해가 인정돼 상업지역 내 개발사업자는 배상을 해야 한다.
 

▲사업자의 피해 사례를 소개한다면=사업이 완전히 망가지는 경우도 봤다. 전북 익산의 한 민간 임대주택사업에서는 일조권 소송으로 인해 사업이 3~4년간 중단되기도 했다. 인근 주민들이 일조권침해를 이유로 신청한 공사중지가처분이 받아들여져 임대아파트를 8층까지만 지어야 하고, 그 이상을 짓기 위해서는 인근주민들과 합의를 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피해배상을 하고 8층 이상을 짓느냐, 8층까지만 짓느냐는 기로에 서게 됐다. 사업자로서는 당연히 인근 주민들과 협상을 하고 당초 신축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었는데, 이 사업자는 감정적인 부분이 작용했는지 의외로 인근 주민들과 협상하지 않고, 차라리 더 이상 짓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리고 8층까지만 지었고, 결국 부도가 나고 말았다. 사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사후에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경우 이렇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 타산지석의 사례다.
 

▲소송에 근본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초기 설계 단계에서부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사전에 일조·조망 등의 환경분석을 통해 침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설계 방안을 찾아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 미리 인근 피해주민들과 협상을 해 두는 것이 손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이런 노력이 있었다면 법원도 정상 참작이 가능하다. 실제 소송 시, 이런 노력의 증거물들을 법원에 제출해 침해 최소화 의지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법원은 소송 과정에서 가해자는 개발사업자인 회사이고, 피해자는 상대적으로 약한 개인이라는 점을 주목한다. 피해를 최소화 하고자 노력했다는 이런 증거물들이 적을 경우, 판결은 일조·조망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에게 유리하게 나올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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