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신의 Money&money>거주자 위한 재개발인가… 입주자 위한 것인가
<박순신의 Money&money>거주자 위한 재개발인가… 입주자 위한 것인가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1.06.1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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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3 17:21 입력
  
박순신
이너시티 대표이사
 
 
지난 호는 재정착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조합원의 선택에 따라 재정착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재정착보다는 조합원의 권리의 처분을 통해서 금전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할 것인지 결정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재정착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지만, 조합원의 선택 이외에도 부득이하게 조합원보다는 사업이 완료된 후의 입주자를 위하는 정비사업을 하게 되는데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에는 주로 정비계획수립 과정과 사업추진 과정의 제도적·정책적인 측면에서 작동하는 내용들에 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정비사업은 누구를 위한 사업일까요?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지금 살고 있는 토지등소유자를 위한 사업일까? 아니면 정비사업이 완료된 이후에 새 아파트에 들어올 입주자를 위한 사업일까’하는 측면에서 누구를 위한 정비사업인지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부의 예외적인 정비사업구역을 제외하고는 정비사업 조합원의 특징은 ①도시의 저소득 주민의 거주 비율이 높고, ②노령인구가 많으며, ③기반시설이 열악함과 동시에 ④노후불량주택이 밀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정비사업을 통해 새로 신축된 아파트의 입주자는 비싼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로 채워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입주 후의 거주자의 특징을 살펴보면 ①거주자의 소득수준이 현저하게 높아진다는 점 ②노령인구가 감소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거주자가 입주하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정비사업 전후의 거주자의 특징이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조합원의 재정착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일 많은 조합원이 재정착을 하게 된다면 정비사업 전후의 거주자는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거주자가 바뀌는 것을 학문적인 말로는 필터링(filtering)이라고 합니다. 필터링을 쉽게 표현하면 크기를 골라내는 채와 같습니다. 그래서 비싼 가격의 새로운 주택에 살 수 있는 재정적인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채를 통해서 거른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재정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채에 남게 되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채 밑으로 빠져서 사라지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정비사업이 의도적으로 이런 필터링 역할을 하는 제도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재정능력이 부족한 조합원들을 밖으로 밀어내고 재정능력이 있는 새로운 주민으로 대체하는 그런 기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큰 이유는 조합원 부담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의 부담금이 커지면 조합원은 재정착이 어려워지고 떠나는 것입니다.
 
정비사업에서 조합원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이 과도한 기반시설 설치입니다. 특히,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뉴타운사업의 경우에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한 정비사업보다 더 많은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반시설의 설치는 국가 등 공공에서 하는 것이 합당할 터인데 국가 재정상의 이유 등으로 부득이 조합원에게 부담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반시설을 많이 설치하는 것은 조합원의 이익을 감소시켜 조합원의 분담금이 늘어나게 되는 결과를 가져 옵니다.
 
다음으로 조합원의 부담금을 증가시키고 아파트를 분양 받아 새로 입주하는 사람의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제도가 분양가상한제입니다. 분양가상한제는 재개발구역의 작은 집 한채를 가진 조합원의 이익을 줄이고, 일반분양 받는 사람에게 시세 차익이 생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습니까. 조합원의 대다수는 부담금을 감당하지 못해 재정착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조합원의 부담을 키우는 대신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낮은 분양가로 분양 받은 입주자들은 조합원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재개발 전후의 입주자 통계자료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분양가상한제는 정비사업을 통해 조합원보다는 사업완료후의 입주자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정부의 각종 이익환수정책들과 각종 기반시설설치비 및 각종 부담금들로 인한 사업 비용의 증가입니다. 임대주택건립, 기반시설부담금, 광역교통시설부담금,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주택성능인증제 등은 한결같이 조합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제도들입니다.
 
이런 제도 도입의 취지는 과도한 개발이익을 환수한다는 것이지만 대다수 정비사업구역의 조합원들은 조그만 한 집 한 칸이 전재산인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앞에서 이미 언급 했듯이 재개발구역내의 토지등소유자들은 고령에 소득은 낮은 분들이 많고, 가지고 있는 지분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권리가액으로 환산해보면 1억원도 안되는 토지등소유자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토지등소유자가 과도하게 이익을 얻는다는 전제가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정비사업은 제도적인 고비용 구조와 조합원의 금전적인 이익추구, 그리고 인허가청의 과도한 기반시설 확충 등이 어우러져 현재의 조합원을 위한 정비사업보다는 결과적으로 미래에 입주하게 될 새로운 주민에게 필요한 주택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을 위한 정비사업을 위해서는 조합원의 합리적인 선택과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과도한 개발이익 환수, 각종 부담금, 기반시설 설치 등을 적절히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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