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재개발 정비계획 수립시 주민채산성도 검토해야
재건축 재개발 정비계획 수립시 주민채산성도 검토해야
  • 유기열 엘림토피아 대표이사
  • 승인 2015.09.0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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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어디일까. 아마도 정비계획수립 단계일 것이다. 사업의 거의 모든 것이 여기서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

용적률, 층수, 건립세대수, 공원이나 도로 등 기부채납비율, 임대주택이나 기부채납소형주택 등 사업의 핵심 요소들이 확정된다.

이처럼 중요한 절차가 정비계획수립 단계인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있다. 바로 주민들의 입장에서 본 채산성이다.

우리나라의 도시정비사업의 구도는 주민들이 수입과 지출부문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진행하는 구도이다. 철저히 주민들의 사업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는데 이바지함을 목적”한다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입법취지를 생각하면, 공공에서 많은 부분을 관여하고 지원하여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지만 현실은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

오히려 공공에서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을 하면 주민들이 엄청난 이익을 얻기 때문에 그 이익의 일부를 공공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정비계획을 수립할 때 당연히 도로나 공원으로 토지의 10%이상을 무상 기부채납하고, 임대주택과 소형주택을 지어서 일반분양가의 30~50%, 원가의 50~60%로 기부채납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끝이다. 이처럼 무자비한 주민의 희생을 전제로 정비계획을 수립해 놓고 이대로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라는 식이다. 그러한 정비계획을 수립했을 때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얼마나 되는지, 사업은 과연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과연 주민들에게 얼마 정도의 이익이 되는지 모르는 채 이렇게 정비구역이 지정되면 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조합설립단계에 들어간다.

정비계획이 수립되어 구역지정이 되면 주민들은 집을 신축할 수도 없고 고칠 수도 없다. 재산권을 맘대로 행사할 수 없는 기간이 최소 4년이다.

그런데 조합설립단계에 들어가면 개략의 부담금이 공개되고 그때서야 주민채산성이 서서히 표면화하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부담금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주민들은 추진위원회를 해산하자고 나서게 되고 수많은 분쟁과 다툼 끝에 공공의 자금이 투입되고 정비구역이 해제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여기서가 끝이 아니다. 그 뒤에 남은 주민들 간의 감정 대립과 각종 민형사상 소송 등으로 홍역을 앓게 된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른 다음에 모든 것이 원상태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도시계획적 차원의 고민만이 아니라 주민들이 과연 동의할 만한 채산성이 확보되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물론 완벽한 사업성 검토는 어렵지만, 정비계획 수립 시 상당히 구체적인 건축계획안이 첨부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사업성 검토는 충분히 가능하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정비계획안에 주민채산성계획 부문을 추가하고, 도시계획위원회에 사업성분석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

특히 이러한 주민채산성계획 검토 과정을 통해 정비계획에 주어지는 각종 기부채납 수준이 적정한지 판단해 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기부채납 수준을 조정해서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정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민채산성 검토 내역이 주민설명회와 공람 서류에 공개되어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이대로 살 것인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주민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만 하는 사업구도에서 채산성에 관한 주민들의 알권리는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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