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전셋값이야!
바보야! 문제는 전셋값이야!
  • 신대성 전문기자
  • 승인 2015.10.2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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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찾는 사람들’ 일명 ‘웃찾사’에서 ‘미래소년 민기’가 화제다. 그 안의 대사에는 “멍청한 놈, 미래를 볼 줄 모르는 놈”이라는 저속하지만 강렬한 카피가 나온다.

요즘 집값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미래를 보는 능력이 없어 순간순간 땜질식 처방만을 내놓는 듯한 느낌이다.

정부가 지난 7월 가계부채 1천100조원을 넘긴 우려 속에 내놓은 정책이 ‘가계부채종합관리방안’이다. 독자도 알겠지만, 은행권은 최근 주택담보대출액을 낮추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비율이라고 하는 LTV는 그대로지만 보증보험으로 대신하던 일명 방빼기(1천600만원 정도의 방 한 칸을 세놓을 때 보증금액을 제외하고 대출해주는 방식)를 다시 도입했다. 정부의 요구가 있진 않았겠지만 정부와 호흡이 착착 맞아떨어지는 대목은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가계부채종합관리방안의 핵심은 은행대출을 옥죄는 것으로, 가계부채가 많으니 대출을 못하게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

법적으로 소비자에게 대출을 못하게 할 수는 없으니 지금까지의 대출방식이었던 거치식이 아닌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방식으로써 정부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울러 거치 식으로 대출을 받았더라도 갱신할 때는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방식의 결과는 분명한 효과를 보일 것이다. 정부의 방식은 집을 구매하려는 수요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며, 그 결과 구매를 꺼리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집값은 오르지 않고, 가계부채 또한 서서히 감소할 것이라는 것에 전문가들의 견해도 일치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외 다른 현상에 관한 것이다. 부동산을 표현하는 단어 중 ‘풍선효과’라는 것이 있다. 한쪽을 누르면 반대쪽의 풍선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빗대어 말하는 것으로, 정부가 대출을 옥죄면 전세수요가 급증해 전세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이 우려스럽다.

독자들도 알겠지만 과거 전세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는 집값이 상승하던 때가 아니다. 오히려 떨어지고 있을 때 전세가는 상승했다.

국민은행이 제공하는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서울 마포 공덕동 현대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집값이 급등하던 2006년부터 2008년까지의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는 50%를 밑돌았다. 2006년 3월 집값이 3억1천760만원일 때 전셋값은 1억5천500만원, 2007년 3월 집값 4억1천500만원일 때 전셋값은 1억9천250만원, 2008년 3월 집값 4억6천만원일 때 전셋값 1억9천250만원이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적정 전세가율은 집값의 50%이하여야 한다. 이때의 현상은 집값은 완만하게 오르며, 전세가의 안정으로 서민생활에 부담을 안기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 때 정부는 전셋값이 안정되려면 집값이 올라줘야 한다는 지론으로 금융권 대출완화를 추진한 바 있지만, 이 조치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인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전셋값의 동반 상승을 우려해 제도시행 1년여 만에 급선회했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렇게 되면 수요의 증가로 인한 매물부족으로 전셋값은 더욱 상승하게 될 것이다.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방식은 지금의 직장인 사정으로는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땜질처방으로, 이는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는 출산율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결국 대한민국 가정은 가계 부담과 자녀교육 부담에 치이게 될 것이다.

전셋값이 오르면 집값은 조용할까. 그것 또한 분명치 않다. 전세 가격이 상승하면 집값은 밀려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 비율은 낮겠지만 분명 오르는 것이다. 아킬레우스의 역설처럼 ‘토끼는 거북이를 절대 이길 수 없는 것이다’(토끼=전셋값, 거북이=집값).

여기서 소리 없이 웃는 자는 건설업자일 것이다. 이번 가계부채관리방안의 대출규제는 개인대출에 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집단대출은 해당사항이 없고, 금리 또한 더 낮다는 혜택이 있다.

집단대출의 대표적인 곳은 ‘아파트분양’이다. 아파트 분양은 월별 또는 분기별로 중도금을 납부하는 방식이지만 이때의 중도금과 잔금은 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아 진행된다.

결국 수요자들은 기존 집을 매입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분양아파트만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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