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에서 인재(人災)는 없는가?
정비사업에서 인재(人災)는 없는가?
  • 박순신 (주)이너시티 대표이사
  • 승인 2015.11.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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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부터 몇 차례 서울지역의 재건축조합원들이 필자에게 다녀 간적이 있다. 이분들의 하소연을 요약해 보면 주변의 거의 같은 조건의 재건축단지들에 비교해서 분담금이 지나치게 많은데 이를 어찌 해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분의 사연을 몇 차례에 걸쳐 듣고 난 후에 내린 결론은 정비사업에서 일어난 인재(人災)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재는 사람에 의하여 일어난 일을 천재에 비교하여 이르는 말이다.

이분들에게 들은 사업에 대해서 다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사업은 오랜 시간을 거쳐서 추진되었고 이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를 지나고 있었다. 조합원들은 그동안 조합집행부의 말에만 의지한 채 당연히 주변의 다른 재건축사업과 비슷한 수준의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관리처분계획이 조합원들에게 통보되고 총회를 열어 절대 다수의 찬성으로 의결되었다. 그런데 총회를 소집하면서 조합원들에게 통지한 관리처분계획 내용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조합원이 있었으나 소수에 그쳤고, 그런 와중에 총회의결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관리처분계획 결과를 가지고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보고 자문을 얻고 다니면서 필자에게도 오게 된 것이다.

이 재건축조합의 관리처분계획 결과를 주변의 다른 재건축사업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분담금이 높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왜 이렇게 분담금이 높은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그 이유를 찾아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사업추진 경과와 관리처분계획의 결과를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 바로 인재(人災)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비사업에 간여한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이 조합의 관리처분계획에서 주변의 재건축사업보다 높은 부담금을 만들어 내지는 않았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이 간여한 결과가 인재에 해당할 만큼 부담금이 주변 구역과 커다란 차이를 보이게 된 것이다.

이 정비사업에 그 오랫동안 관여한 수많은 사람들은 누구일까? 제일 먼저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의 임원들일 것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조합의 행정적인 업무를 수행해온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가 있다. 그리고 건축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시행인가를 얻은 설계자가 있다.

공사를 맡아서 사업을 완료할 건설회사도 있다. 이 외에도 많은 협력업체들이 즐비하며, 이들이 각자의 역할과 협업을 통해서 관리처분계획이라는 결과를 얻어 내게 된 것이다. 이외에도 가장 많은 수와 가장 많은 책임과 그리고 모든 부담을 금전적으로 책임지게 될 사람들인 조합원들이 마지막으로 있다.

이 재건축사업에 관계된 이들은 그동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각자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을 것으로 믿어진다. 다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 그리고 기술들의 사용에 있어서 보다 더 정교하고 보다 더 주민들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노력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즉, 각자는 열심히 맡은 일을 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더 조합원들의 부담이 줄어들게 할 수는 없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조금만 더 했으면 어떤 결과를 보였을까 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조그만 차이들이 더해지고 더해져서 주변보다 수천만원이나 많은 분담금을 안게 된 인재의 결과를 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어느 누구도 의도적으로 주변 재건축사업보다 수천만원이나 부담금을 더 내게 할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그때 조합원들의 부담금에 대한 걱정들을 덜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인 것이다. 그런데 각자 맡은 일들을 다 마치고 난 이후의 관리처분계획에서는 인재에 해당하는 수준의 조합원 부담금이라는 것이다.

지면을 통해서 필자는 정비사업의 문제점 중에서 진짜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것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전문가란 이런 결과를 예측하고 이런 결론에 이르지 않도록 사전에 조율하고 예방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각자가 정비사업 관련 최고의 전문가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각자의 생각과 주장을 관철시키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사업에서는 너무나 쉽게 조합원들에게 수천만원의 분담금을 안길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정비사업에서의 이런 결과를 아마도 인재라고 표현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조합원들은 재건축과 재개발사업을 통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또한 자신의 재산을 증식시키거나 최소한 현재의 가치를 보존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를 사업결과인 관리처분계획에서 절대적이거나 상대적으로 상실하게 된다면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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