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재테크--내가 입찰하는 물건에만 왜 몰리나
경매재테크--내가 입찰하는 물건에만 왜 몰리나
  • 신대성 전문기자
  • 승인 2015.12.11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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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용구씨(가명, 43세). 직업이 여행작가로 전국을 돌아다니는 게 일이다. 십 수년을 여행작가로 살다보니 전국 방방곡곡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며, 또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다보니 길만 나 있으면 어디든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프리랜서 작가들이 시장에 들어 오다보니, 자녀가 자라면서 더 많은 수입이 필요하지만 월수입은 한정되어 문제가 발생했다. 수입을 늘리려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몸은 수면부족에 피로가 겹쳐 ‘건강이상’이라는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문제에 봉착하게 됐다.

이런 와중에 책꽂이에 꽂혀 먼지만 쌓여가던 ‘부동산경매’책을 보고 법원경매를 알게 됐다. 직장인들과 달리 낮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경매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한데, 법원경매를 시작한지 5개월 정도가 지났고, 임장활동과 입찰을 반복한지도 20여 차례. 하지만 입찰에서 미끄러지기가 다반사였고, 심지어 간발의 차로 2, 3위를 차지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 11월 말 인천지방법원에서는 인천시 작전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가 경매입찰에 붙여졌다. 신건으로 감정가격인 2억1천만원이 최소 입찰금액이었다. 경매에서 신건은 일반적으로 유찰될 확률이 높다. 시세와 같거나 높기 때문인데 이는 부동산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용구씨는 감정가의 100%인 작전동 아파트에 입찰하기로 하고, 임장을 한 후 적정 입찰가격을 결정해 인천지원 경매계를 찾아갔다. 신건이라는 이유로 입찰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에는 낙찰을 받자”는 생각으로 다소 높은 가격을 입찰서에 기재했다.

입찰에 붙여진 물건들이 하나하나 개찰될 때, “혹시 너무 높게 쓴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봉되는 입찰봉투 수가 적었다.

드디어 다음이 작전동 아파트인 사건번호 2015타경 23** 물건이 개찰되는 때가 왔다. 비밀의 문이 열리는 순간인 것이다.

“이번에도 사람이 많지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너무 높게 쓴 것을 은근히 후회되기도 했지만, 입찰자를 호명하는 순간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물건에 2, 3명 입찰이 고작이었는데, 그 물건에만 17명이 몰린 것이다. 입찰결과 202만원 차이로 물을 먹게 됐다. “203만원을 써 냈더라면”하는 후회도 들었지만 결과는 뒤집을 수 없다. 수백만원~수십억원까지 입찰을 하게 되는 법원 경매에서 202만원 차는 정말 작은 차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푸념하듯 내뱉는 소리가 “왜 내가 입찰하는 물건에만 사람이 몰리지”이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리는 걸까. 정말 용구씨가 들어가는 물건에만 입찰자들이 최면에 걸리듯 입찰하는 걸까. 물론 그건 아니다. 그리고 비단 용구씨 만의 일도 아닐 것이다. 경매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은 꼭 있다.

이런 현상은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쉽다. 물건분석이 어렵다면 초보자들은 입찰하지 못한다. 어디서 숨은 복병이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둘째, 돈이 된다. 돈이 안 된다면 누가 어렵고, 성가시게 경매로 집을 사겠는가. 그냥 공인중개사를 통해서 사고 말걸. 돈이 된다고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입찰에 들어가는 것인데, 용구씨가 입찰한 작전동 아파트는 감정가가 2억1천만원이었지만 시세는 2억4천만~2억5천만원으로 경매시작가가 거래가보다 3천만~4천만원 낮았다.

셋째, 누구나 다 본다. 경매정보를 볼 때, 예전처럼 경매지로 물건을 찾지 않는다. 유료경매사이트에 회원가입하고 물건을 검색하는데 쉽고, 돈이 되는 물건은 자연스럽게 조회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조회 수가 많으면 당연히 인기 물건으로 오르게 되고, 추천 경매 란에도 오를 수 있다. 이렇게 노출빈도가 많아지면 입찰자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라는 말처럼 ‘인기 있고, 돈이 된다’하는 물건에만 사람이 몰리게 되지만 결국 돈은 안 되고 헛수고만 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거에 ‘내로라’하는 경매전문가들은 요즘 뭐하는가를 보면, 경매책 쓰고 학원에서 경매강사를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경매가 대중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수익이 높게 나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매전문가들은 시간을 자유롭게 쓰길 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학원강의는 정해진 틀에 묶여야 하고 수입도 그리 좋지 않다. 그런데도 강사로 남는 것은 결국 경매가 과거에 비해 높은 수익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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