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박일규 변호사>조합설립변경인가의 향방
<열린광장 박일규 변호사>조합설립변경인가의 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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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2.23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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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3 14:05 입력
 
박일규
변호사/H&P 법률사무소
 

최근 조합설립변경인가의 유효성이 쟁점이 된 사안에서 서울행정법원의 한 재판부가 변경인가의 효력을 부인하는 결론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먼저 조합설립변경인가가 새로운 조합설립인가의 실질을 가지는 것인가에 대하여 매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서울행정법원 재판부의 입장을 살펴보자.
 
재판부는 조합설립변경인가가 새로운 조합설립인가의 실질을 갖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합설립동의서 징구만으로는 부족하고 조합설립변경인가 신청 전에 별도의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여 조합설립변경인가 신청에 대한 승인이 이루어지거나 조합장 등 임원 선임 결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논거로 별도의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지 않고 조합설립동의서 징구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변경인가는 새로운 조합설립인가의 실질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는 법리적 해석을 바탕으로 최초 조합설립인가와 변경인가 모두를 무효로 선언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0구합6533 판결).
 
이와 같은 법원의 해석에는 다음과 같이 심각한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조합설립인가의 실질적 요건이라 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일정비율 이상 토지등소유자들의 조합설립동의가 그 하나이고, 조합이라는 단체의 외형을 구성하기 위한 창립총회가 나머지 하나이다.
 
조합설립동의가 토지등소유자들에 대하여 조합이 시행하려고 하는 사업의 개략적인 내용을 고지하고 이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정비사업의 내용에 관한 실질적 요건(도정법 시행령 제26조를 검토하여 보면 동의의 대상이 설계의 개요, 비용의 개략적 금액 등 모두 정비사업의 실질적 내용에 관한 사항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이라고 한다면, 창립총회는 그러한 정비사업을 시행할 주체를 형성하기 위한 형식적 요건(도정법 시행령 제22조의2를 보면 창립총회의 안건이 조합정관의 확정, 조합임원의 선임 등 조합이라는 단체를 구성하기 위한 형식적 사항에 국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조합설립변경인가가 새로운 조합설립인가로서의 실질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 이러한 두 가지 요건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재판부의 원칙적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며 그 자체로는 매우 타당하다.
 
그러나 창립총회에 준하여 반드시 새로운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여야만 조합설립변경인가가 새로운 조합설립인가로서의 실질을 갖출 수 있다는 재판부의 종국적 판단은 수긍이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판결의 대상이 된 사안은 창립총회를 통한 조합의 실체구성행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단지 조합설립동의서의 일부항목이 공란인 상태로 징구됨에 따라 조합설립동의라는 실질적 요건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기존에 유효하게 충족되어 있는 조합실체구성행위(기존의 창립총회)의 효력을 타당한 근거 없이 무효로 돌리고 새로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여 조합의 실체를 재구성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재건축결의가 무효라고 하여 조합실체구성행위까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종래 주촉법 시절의 재건축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떠올리면 보다 이해가 쉬울 것이다).
 
재판부는 개정된 〈도정법〉 시행령 제22조의2를 근거로 새로운 동의서 징구가 완료된 후에 창립총회를 반드시 개최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보이나 위 시행령 규정은 2009년 8월 11일자로 시행되었음은 물론 부칙의 경과규정에 의하여 시행 후 최초로 창립총회를 소집하는 분부터 적용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위 사안에서의 조합설립변경인가는 흠이 있던 조합설립동의 부분을 적법한 조합설립동의서 징구로 보완함에 따라 조합설립에 필요한 두 요건을 모두 갖추게 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이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조합설립변경인가는 의당 새로운 조합설립인가로서의 실질을 갖추었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결국 재판부는 만연히 새로 개정된 〈도정법〉 시행령 제22조의2를 근거로 조합설립변경인가가 조합설립인가로서의 실질을 갖기 위해서는 예외 없이 새로운 창립총회를 개최하여야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이는 〈도정법〉 시행령 제22조의2에 관한 경과규정과 기존에 유효하게 살아있는 조합실체구성행위의 존재를 간과한 것이어서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고, 불필요한 절차의 진행을 강요하여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초래할 뿐 특별한 실익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정비사업의 현실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과연 1심 법원의 결론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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