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신의 Money&money>공공강화에 대한 제도와 현실의 차이
<박순신의 Money&money>공공강화에 대한 제도와 현실의 차이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0.11.10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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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0 11:10 입력
  
박순신
이너시티 대표이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제정 이후 약 40여 차례 개정을 거쳐 혹자는 〈도정법〉을 누더기법률이라고 혹평하는 이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법의 안정성을 현저히 약화시켰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도정법〉이 많은 개정을 거치면서, 특히 공공의 참여와 역할의 강화를 위하여 개정된 내용도 상당합니다.
 

〈도정법〉에서 공공의 역할강화에 대한 내용으로 개정된 내용과 현실에 대하여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는 공공이 정비사업의 사업시행자의 지위를 갖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도정법〉 제8조는 정비사업조합 외에도 시장·군수 또는 주택공사 등이 일정요건을 갖추면 사업시행자 지위를 얻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정법〉 제8조제4항은 순환정비방식의 사업을 시행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시장·군수나 혹은 시장·군수가 지정한 주택공사 등이 사업시행자가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에 의하여 주택재개발사업을 오로지 공공만이 사업시행자가 되어 사업을 하는 곳이 있습니다.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성남시의 재개발사업이 그렇습니다. 주택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토지등소유자가 주택공사와 성남시에 몰려가 민원과 시위를 하였던 곳입니다. 공공이 사업을 시행하면 민간보다 많은 장점이 있다는 이유로 기어이 사업시행을 맡았던 지역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LH공사가 성남시 재개발사업을 중단하고 철수하겠다고 하고 있고 이런 성남시와 LH공사 사이에서 시민들의 고충만 늘어난 지경이 되었습니다.
 
둘째는 〈도정법〉 제4조에 의한 정비계획 수립과 정비구역지정입니다. 정부는 정비계획의 수립은 지자체가 지차제의 비용으로 하고 토지등소유자는 구역지정 이후에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라고 법을 개정하였습니다.
 
〈도정법〉 제4조의 개정 시에도 많은 전문가들과 국민들이 지자체의 예산부족과 그리고 정비계획 수립시 주민참여의 부재로 정비계획을 변경하는 일이 잦아질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기 어렵다는 주장을 수없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개정된 법률에 의하여 정비구역을 지자체가 지자체의 비용으로 하는 사업보다는 여전히 토지등소유자가 자신들의 비용으로 정비계획을 입안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서울시의 경우 올 한해 서울시와 각 구청의 비용으로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경우가 겨우 10여건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민간의 비용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법 개정이전의 방법과 같다는 것입니다. 법과 현실이 따로따로 인 것입니다.
 
셋째는 공공관리라는 제도입니다. 공공관리는 서울시에서 처음 제안하여 법 개정이 이루어진 내용입니다. 공공관리는 구역지정이 이루어진 정비사업에서 공공이 비용을 부담하여 추진위원장의 경선과 동의서 징구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후 조합설립동의서 등을 징구하여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시범사업으로 많은 성과가 있었노라고 하면서 〈도정법〉 개정과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개정을 통해서 서울시는 아예 서울시에서 사업시행인가시까지 공공관리를 해 주고 시공사 선정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하라는 정책을 입법화하여 지난 7월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범사업지구 이외에는 서울시와 각 구청이 비용을 부담하면서 공공관리를 하는 사업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공관리에 필요한 재원을 추진위원장 혹은 토지등소유자가 개인보증을 해야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구조이다 보니 실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울시의 이런 공공관리의 정책을 일부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공공관리를 통해 실제는 정비사업을 모두 중단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혹은 사업 추진을 못하게 하는 제도로 공공공관리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혹평이 있을 정도입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공공은 정비사업에서의 그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오고 있습니다. 공공의 역할을 확대하면서 내세웠던 장점과 역할 수행이 순조롭게 이루지고 있다면 많은 국민과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지지를 받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제도 도입시 ‘공공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과 실제로 사업시행에 공공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 주는냐’는 전혀 별개의 문제처럼 보입니다.
 
공공은 실제 현실에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경우에만 공공이 참여할 수 있도록 그 역할과 기능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공공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다, 공공이기 때문에 경제위기나 부동산 침체기에도 안전하다, 공공이기 때문에 토지등소유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준다, 공공이기 때문에 세입자나 저 소득층을 더 많이 배려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과 논리를 믿고 따르는 정비사업의 토지등소유자들은 이미 없을지 모릅니다.
 
공공이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여 제도와 법률을 만들고 시행하여, 더 이상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집행부와 토지등소유자에게 공연히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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