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동의서 조합’ 구제길 열렸다
백지동의서 조합’ 구제길 열렸다
  • 박노창 기자
  • 승인 2010.11.10 0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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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0 09:59 입력
  
대법 “공란동의서 조합인가 당연무효 아니다”
조합동의는 인가처분의 절차적 요건 중 하나
 

이른바 ‘백지동의서’ 조합들이 구제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필수적 기재사항을 공란인채 동의서를 징구해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고 해도 이를 인가한 행정청의 인가처분이 “당연무효는 아니다”고 대법원이 판결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대법원 제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은 월계동 재건축조합이 주민 송모씨 등 8명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 이전등기 등’ 상고심에서 “조합설립 동의 당시에 동의서가 공란이었다고 해도 인가처분이 당연무효는 아니다”고 조합승소 판결을 내리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지난 2006년 6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월계동 재건축조합(조합장 김병수)은 당시 토지소유자 166명 중 122명의 동의와 건축물소유자 143명 중 115인의 동의를 얻어 동의율을 충족했다.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송모씨 등에게 매도청구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동의서 양식 중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 개산액’ 항목을 공란으로 둔 채 동의서를 징구한 게 문제였다. 송모씨 등은 “백지동의서로 설립한 조합은 무효이고, 무효인 조합에 의한 매도청구권 역시 효력이 없다”며 맞섰다.
 
이에 하급심에서는 “재건축의 비용분담 등에 관한 사항은 재건축 참가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으로 비용분담의 기본이 되는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 개산액’ 항목조차 정해지지 않은채 이뤄진 조합설립의 동의는 무효”라며 “유효한 설립동의를 전제로 한 원고의 매도청구권 행사 주장은 이유없다”고 배척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급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건축사업에서 사업시행자인 조합은 관할 행정청의 조합설립인가와 등기에 의해 설립되고,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는 조합설립인가처분이라는 행정처분을 하는데 필요한 절차적 요건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즉 조합설립 동의에 흠이 있다고 해도 그로 인해 조합설립 인가처분이 취소되거나 당연무효로 되지 않는 한 조합은 여전히 사업시행자로서의 지위를 갖는다는 것이다. 결국 조합설립 동의의 흠을 이유로 매도청구권 행사 등을 다투기 위해서는 조합설립 동의가 위법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조합설립 인가처분이 적법하게 취소됐거나 그 하자가 중대·명백해 당연무효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실제로 월계동 재건축조합은 지난 2006년 5월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이듬해 6월 12일 노원구청장으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았다. 이후 같은 달 15일 법인설립등기를 마쳤다. 당시 토지등소유자가 제출한 조합설립 동의서에는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 개산액’ 항목이 공란이었다. 하지만 조합설립인가 신청시 행정청에 제출된 동의서에는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 개산액’ 항목이 기재돼 있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동의서 징구 당시에 공란동의서였지만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기 위해 행정청에 제출한 동의서는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 개산액’ 항목이 기재돼 있었다”며 “그렇다면 비록 조합설립 동의 당시에 이 부분이 공란이었다고 해도 이를 인가한 행정청의 조합설립 인가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H&P법률사무소의 박일규 변호사는 “그동안 백지동의서로 곤란을 겪어 왔던 조합들에게 단비 같은 판결”이라며 “앞으로 백지동의서와 관련된 소송은 사실상 일단락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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