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유삼술 사무관>구도심 개발사업에 대한 관리체계 왜 필요하나
<특별기고 유삼술 사무관>구도심 개발사업에 대한 관리체계 왜 필요하나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0.09.1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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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5 17:47 입력
  
개발·정비서 ‘보존·관리’로 시스템 전환해야
개별 사업 전제한 관리계획은 실효성 낮아
밀도계획·기반시설 등 지나친 제한은 곤란
 
 
유삼술
국토해양부 도시재생과 사무관
 

도시의 체계적 관리 필요성
도시는 살아있다. 도시의 공간구조는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우리나라 도시들도 각 도시의 운명에 맞춰 지속적으로 생성·소멸·확대·축소의 과정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도시의 변화가 항상 긍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도시의 변화는 도시내에서 이루어지는 개별적인 변화의 총합으로 나타나지만, 개별적인 변화는 다른 변화요인을 고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의 종합적 관리가 필요한 이유이다.
 
도시는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 산업구조, 문화·사회·정치적 요인, 건축물의 노후화, 기반시설의 수용한계 등 여러 구성요소로 이루어지고, 각 요소의 변화에 대한 대응체계도 별도로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개별적 요인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조율하지 않고 도시 스스로의 속성에 맡겨둘 경우 각 요소의 변화는 서로 충돌하게 되고, 도시는 통제력을 잃게 된다. 통제력을 잃은 도시는 더 이상 살고 싶은 도시로 발전하기 어렵다.
 
도시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시의 여러 구성요소가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조정하고,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도시계획의 필요성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관리체계
도시의 공간구조 변화는 여러 요인에 의해 나타나지만, 물리적인 환경 측면에 국한하여 바라볼 경우 〈건축법〉에 따른 개별적 건축행위, 〈주택법〉에 따른 주택사업, 택지개발사업, 도시개발사업,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 등 도시내 여러 개발사업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개별적이고 점적인 개발사업들이 이루어짐에 있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도시계획이며, 우리의 경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한다. 이른바 ‘선계획-후개발’ 체계를 통해 도시의 발전과정을 통제·유도하는 것이다. 〈국토계획법〉은 우선 도시기본계획을 통해 도시의 기본적 공간구조와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근거로 수립되는 도시관리계획, 지구단위계획과 같은 하위계획을 통해 도시의 공간구조와 발전방향을 구체화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관리체계
도시내 발생되는 개별적 사업유형 중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국토계획법〉상의 일반적 계획체계 보다 촘촘하고 구체화된 계획체계를 가지고 있다. 즉 도시기본계획과 도시관리계획의 중간영역에 위치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의 기본계획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림 참조〉
 

〈도정법〉상 정비사업이 구도심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임을 감안할 때 〈도정법〉상 별도 기본계획의 존재는 구도심의 계획적 관리의 중요성을 대변하는 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촘촘한 계획체계의 존재가 당초 취지와 같이 ‘도시의 계획적 관리’라는 순기능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어느 정도로 구체적으로 수립하느냐에 따라 문제는 달라지겠지만, 너무 구체적으로 수립할 경우 도시관리계획과 차별이 없게 되고 너무 느슨하게 수립할 경우 도시기본계획과 차이가 없게 된다.
 

바꾸어 말하면 〈국토계획법〉상 도시기본계획 또는 도시관리계획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목적 달성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계획체계를 만들어 불필요하게 계획체계를 복잡하게 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한다는 비판이 있게 되는 것이다.
 

별도의 계획체계가 존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 목적하는 바가 분명해야 할 뿐만 아니라, 목적하는 바가 달성될 수 있는 집행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목적으로 출발하였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집행력을 가지지 못하고 불필요한 부작용이 야기된다면 이는 실패한 제도로 볼 수 있다.
 

〈도정법〉상 정비기본계획에 대해서도 이러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즉, 구도심의 계획적 관리, 순환개발, 국민에 대한 예측가능성 제공 등 당초의 제도취지는 퇴색되고, 오히려 정비예정구역 지정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주택과 토지 가격을 상승시키는 등 부작용만 발생한다는 비판이다.
 
이러한 문제는 〈도정법〉상 정비기본계획 수립시 치밀한 현황분석과 사전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부실하게 수립되는 점, 그 운영에 있어서도 지역 민원해결 차원에서 정비예정구역 반영에 급급한 점 등 현실적 문제를 고려할 때 더욱 심각해 보인다.
 
현행 정비기본계획의 문제가 법령(제도)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지, 지자체의 방만한 운영으로 인한 문제인지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제도는 현실적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여야 하고, 지자체도 입법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여 제도를 운영하여야 할 책임이 있으므로 어느 쪽도 이러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관리체계에 대한 요청
이러한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구도심에 대한 별도 관리체계(현 정비기본계획)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공감하는 듯하다. “필요는 하나 개선이 필요하다” 정도의 입장이다. 서울시가 말하는 ‘주거지종합관리계획’도 개선책 중 하나일 것이다.
 
‘현 구도심의 관리체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어려운 문제이다. 그 대답 또한 백인백색이다. 필자도 이에 대해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지만, 뚜렷하고 획기적인 대안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관련 업무를 여러 해 경험하는 동안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 몇 가지 방향이 있다.
 
우선, 기본계획은 이름대로 기본적인 사항의 계획에 머물러야 한다는 점이다. 계획적 관리에 지나치게 무게중심을 두다보면 ‘계획 만능주의’ 식의 사고에 빠지게 된다. 계획 수립권자가 고려할 수 있는 변수는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고려 대상이 된 변수 또한 가변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도시의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향후 도시 발전방향을 지나치게 간섭하게 될 경우 계획은 장차 현실과 괴리되게 된다. 현실과 괴리된 계획은 집행력을 잃게 되고, 집행력을 잃은 계획은 더 이상 신뢰를 얻을 수 없으며, 국민의 신뢰를 잃은 계획은 더 이상 계획이 아니다.
 

계획수립 대상지역에 따라 구체성의 정도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밀도계획, 기반시설 등에 대한 지나친 제한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나치게 구체적인 기본계획은 정비계획, 사업시행계획 등 하위계획과 중복문제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되어 불필요한 규제 취급을 받게 된다. 계획수립시 간과해서는 안되는 점이 장래에 대한 ‘유연성’이고, 이를 위해 기본계획은 본질적 사항을 간결히 계획하는데 머물러야 한다.
 

둘째, 개별 사업을 전제로 한 관리계획은 실효성이 낮다는 점이다. 구도심에서는 개별적 건축행위, 역세권 개발사업, 도시개발사업, 뉴타운사업, 주택법상 주택사업,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시장정비사업, 도시계획시설사업 등 수많은 개발사업이 이루어지며, 도시의 공간구조는 이들 사업의 총합으로써 변화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정법〉상 정비기본계획은 정비사업에 국한하여 추진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다른 개발사업은 그 필요에 불구하고 추진할 수 없거나, 정비사업으로 강제당하는 경우가 발생된다. 또한 구도심 내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개발사업과의 조화를 꾀하기도 어렵다.
 

정비사업만을 대상으로 수립되는 기본계획은 여러 사업의 조율을 통해 구도심을 계획적이고 종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목적 자체를 이미 일부 포기한 형식이 되는 것이다.
 

구도심에 대한 계획체계는 어떤 사업으로 추진되든 지켜야 하는 범용적 지침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개별적 건축행위에서부터 대규모 개발사업에 이르기까지 관리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고, 시행자 입장에서도 적합한 개발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구도심에 대한 관리체계는 개별사업법에 위치하는 것보다, 〈국토계획법〉과 같은 일반법이나, 특별법에 위치시키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구도심 계획체계의 중점을 ‘개발·정비’에서 ‘보존·관리’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인구증가 추이, 주택보급률 등 관련지표에 비추어 볼 때 이제는 적극적 성장관리가 필요한 시기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구도심 관리체계 또한 양적 팽창에 치중한 정책기조에서 보존과 부분적 관리를 위한 소단위 개량사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전면철거 방식의 개발사업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 개발사업의 붐은 필요성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주택가격 상승기조에 편승하여 무분별하게 진행된 면이 크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 건축물이 밀집하는 등 전면개발이 필요한 지역의 정비는 선별적으로 지속하되, 정비필요성 보다는 개발이익에 편승한 개발사업은 더 이상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보존과 관리, 소규모 정비, 자율적 정비를 통해 그간 대단위 전면철거 방식에서 발생하던 문제점도 해결하고, 적극적 성장관리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집행력 담보를 위한 지원책 필요
구도심의 계획적 관리라는 공익적 목적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주민에게 수인한도를 넘는 재산권 제한을 가해서는 안된다.
 

가령 특정 지역을 개발사업이 불가능한 보존지역으로 지정하고 관리하고자 할 경우, 해당 지역 주민은 토지이용을 통한 재산권 행사를 일정부분 제한 당하게 된다. 이러한 재산권 제한이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개발 가능한 지역(제한이 없는 지역)의 주민과 비교할 때 형평성이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과거 도시계획은 공공의 규제와 주민의 일방적 수인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규제 위주의 도시계획은 더 이상 주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규제를 상쇄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보존지역이라는 규제를 통해 개발사업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이 정비사업을 통하지 않고도 생활을 영위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기반시설(주차장, 도로, 녹지 등)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지원조치를 통해 해당 지역주민에 대한 재산권 제한이 합헌적 테두리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구도심의 계획적 관리는 중요한 문제이나 단순한 규제를 통해서는 정당성과 집행력을 담보할 수 없다. 규제와 지원의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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