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직 대표이사-- 아파트 리모델링-재건축 격돌
민병직 대표이사-- 아파트 리모델링-재건축 격돌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0.09.0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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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1 15:09 입력
  
민병직
㈜현대종합설계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3~4년 전, 공동주택 단지의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적이 있었다. 특히 2007년에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며 당시 여러 단지에서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결성 붐이 일었다. 이때 많은 건설사들이 리모델링팀을 만들어 주민들에 대한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다양한 리모델링 대안들이 제시되며 새로운 주거환경 개선 방식에 주민들은 기대를 모았다. 그 배경에 당시 노무현 정부의 재건축 규제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리모델링 시장은 고사 직전이다. 리모델링이 시들해진 이유는 시장 침체, 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는 인식 등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은 재건축 규제 완화다.
 
리모델링이 활성화 된 일등 공신이 재건축 규제였기 때문에 반대로 재건축이 완화되자 리모델링 침체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상황은 또 다시 반전될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재건축 규제완화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해 다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한 지원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해지고 있다. 특히, 1기 신도시지역에서 최근 사업에 착수한다는 소식이 많이 전해진다.
 
주변 상황도 리모델링 활성화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지난 7월 완공된 당산동 쌍용예가클래식은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이 현장의 준공으로 종전의 환경보다 훨씬 나아진 아파트를 주민들이 실제 두 눈으로 목격할 수 있게 되며 리모델링의 위력을 실감했다.
 
또한 수익사업으로서의 관점에서 볼 때 사업 종료 후 2억 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보았다는 내용도 일반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리모델링과 재건축이 줄다리기 게임을 하며 승패가 엇갈리고 있지만, 줄다리기 게임에서 평형을 이루는 사례도 있다. 바로 강남구 도곡 동신아파트 단지다.
 
현재 전체 6개동 중 5개동에 대해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며, 나머지 1개동은 재건축 추진 중이다. 하나의 단지 내에 두 개의 현장이 발생한 이유는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업에 대한 이해관계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벌어지게 하는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이에는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 리모델링은 기존 골조 대부분을 그대로 다시 사용하기 때문에 자원의 낭비와 고갈을 막을 수 있다.
 
공사기간도 재건축에 비해 짧으며, 사업이 종료된 후에는 주민 재정착률이 90%가 넘기 때문에 투기자들이 개입할 가능성도 적다.
 
또한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와 일맥상통하는 친환경 사업이기 때문에 향후 더욱 각광받게 될 것이다. 용적률 제한에도 구애 받지 않고 전용면적의 30%까지 넓힐 수 있기 때문에 소형에서 중형, 중형에서 대형으로 넓히는 사업이다.
 
반면 단점도 있다. 일반분양이 없기 때문에 공사비 부담은 전부 주민의 몫이다. 또한 기존구조를 활용하기 때문에 과거의 설계 및 시공의 영향이 계속 이어진다. 평면, 조경 등 새로운 트렌드에 적합한 주거환경 개선 범위가 제한된다.
 
반면, 재건축사업은 최신 트렌드 적용이 가능하고 사업성이 뛰어나다는 점이 장점이다. 일반분양 물량을 추가해 신축공사비의 일부를 충당하게 하는 사업으로 기존 조합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게 된다.
 
이로 인해 재건축은 과거 10여년간 서울을 비롯한 도심 아파트 주거환경개선 방법으로서 최고의 위치를 점해 왔다.
 
하지만 재건축 역시 단점이 있다. 보다 많은 일반분양을 얻어내려다 보니 과밀화가 따르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스카이라인이 바뀌는 등 도시환경의 악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인구과밀과 그로 인한 심각한 교통난도 유발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높은 분담금 때문에 원주민이 재정착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그 외에 환경문제, 자원낭비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를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공동주택 사업을 주거환경 개선이 목적이 아닌 재테크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평형을 선호하는 이유도 평형이 커질수록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인식 부족이 가져온 폐단이면서 정책부재로 이어지는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결국 줄다리기의 승자는 리모델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구감소로 소형주택 선호도가 증가하고, 주택에 대한 가치관 변화로 임대주택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는 현상 등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아직까지 리모델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는 물론 민간에서도 마찬가지로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이해를 넓혀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리모델링에 대한 목적과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민간은 리모델링에 대한 의식전환을 통해 다가오는 리모델링 시대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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