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 주기(週期)로 볼때 상승세는 계속된다
전세시장 주기(週期)로 볼때 상승세는 계속된다
  • 신대성 전문기자
  • 승인 2016.09.0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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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주택공급물량이 쏟아져나온다면 전세가격은 하락 
반대로 주택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수요층 몰려 상승

‘주기(週期)’라는 것이 있다. 어떤 일이 반복될 경우에 처음 시작했던 지점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하는데, 대부분의 현상에는 이런 ‘주기’가 존재한다. 주식시장에서도 주기는 늘 투자자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한없이 오를 것만 같던 주가가 어느 순간 곤두박질치며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는다.

그래서 이런 주기는 투자자들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주택가격도 마찬가지다. 주택공급량이 부족하고 수요자는 많을 때 정부정책은 부동산에 관대하고,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이 이익이 난다고 생각할 때 부동산시장은 과열현상을 나타낸다. 이런 시기의 직전에 나타나는 현상은 “이 참에 나도 내집 마련?”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기며, 그 다음은 “지금이 아니면 늦겠다”라는 아찔함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 온다.

수요는 공급을 불러온다. 한정된 땅이어서 생산이 제한돼 있다던 집지을 땅은 어디서 나오는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온다. 수요자들은 돈을 벌 기회는 ‘바로 지금’이라도 되듯 환호를 지르며 청약에 열을 올린다. 공급은 많아지는데, 수요는 점점 지쳐가는 것이다. 날로 치솟는 프리미엄은 어느 순간 더 이상 오르지 않는, 그래서 정점을 찍었다는 말들이 새어 나온다.

그리고 끝도 없이 오를 것 같던 부동산 가격은 어느 순간 주춤하면서 하향곡선을 긋기 시작한다. 바로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주기’가 오고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전세가격에 대한 주기는 언제 어떻게 오는 것일까.

2011년 이후 서울 수도권의 전세가격은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주기’는 끝과 끝이 동일한 모습을 보인다. 아파트도 비슷하다. 처음 입주할 때 전세가격은 생각 외로 낮다. 그것은 입주량이 한 순간에 몰려 상대적으로 전세가격이 낮게 책정돼 공급되는 것이다. 주택의 수명이 다하는 즉, 재건축의 시점이 오면 다시 전세가격은 떨어진다. 오래되고 낡아 살면서 불편함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전세의 ‘주기’다. 이런 주기는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입주 이후 꾸준히 전세가격은 오르다가 아파트를 지은지 10여년이 넘어가는 순간부터 전세가격은 다시 하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2010년까지의 순리적 전세가격의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2011년 이후의 전세가격 움직임은 주택공급량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지난 6월 이후 한 없이 오르던 서울 송파구와 강동구의 전세가격은 수천만원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바로 위례신도시의 입주가 도래했기 때문인데, 수천가구의 입주물량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송파와 강동지역 전세입자들이 위례신도시로 거주지를 옮겼다.

이런 현상을 두고 전세의 주기가 도래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이것은 공급량의 일시적 폭증으로 인해 나타난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서울 구도심, 그리고 경기지역 구도심 등 인근에서 대규모 주택공급이 불가능한 지역은 여전히 전세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의 평균 전세가율은 75%에 육박하고 있다. 과거 2002년 전세가율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도 60%를 갓 넘은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70%를 훌쩍 넘기고 있으며, 성북구는 84%에 이른다. 일부 지역의 아파트는 전세가율이 93%를 넘기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5억원이라면 전세가 4억5천만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속칭 ‘갭’ 투자라는 것이 활개를 친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눈치 빠른 사람은 알아차리는 것이 있다. 바로 주변에 대량의 주택공급이 이뤄지는 곳은 전세가격이 하락할 수 있으며, 반대로 주변지역에 주택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전세가격은 정상적 수요에 따라 꾸준히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프1>은 서울시 강동구 명일동에 위치한 삼익그린11차아파트 전용면적 84㎡의 10여년 동안 매매가 변동그래프다. 그림에서 보듯 지난 2004년 7월경 이 아파트는 상한가 기준으로 4억4천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상한가란 아파트 로얄층의 시세로 로얄층이란 4층 이상부터 탑(꼭대기)층 바로 아래층까지의 아파트를 말한다. 예를 들어 25층 아파트라면, 4층부터 24층까지가 로얄층으로 구분되며 가격이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동일한 수준 대를 유지하게 된다.

앞서 설명한 ‘주기’라는 현상이 잘 표현된 아파트의 가격 변동표라 할 수 있다(이것은 필자가 글을 정리하면서 끼워 맞추려고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2004년 시세가 4억4천만원이었지만 10여년이 지난 후의 이 아파트 가격은 4억8천만원 선을 나타내고 있다. 10년을 주기로 본다면 4천만원이 상승한 셈이지만 만약 이 사이 아무런 일이 없었다면 이 아파트를 샀던 수요자는 당시 대출받았던 대출이자와 원금을 갚느라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에는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그 사이 이 아파트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래프1>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이 아파트는 4억4천만원이라는 박스권을 2006년 5월경까지 유지하면서 별다른 상승이나 하락의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2006년 7~8월경 일순간에 6억2천만원으로 무려 2억원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후 대부분의 현상이 그렇듯 주춤하면서 하락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아파트는 급기야 2014년 5월경까지는 10년 전 가격보다 더 떨어진 4억3천500만원까지 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6년 7~8월에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것은 누군가 샀던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때 이 아파트를 매수한 수요자는 오랫동안 어쩌면 지금까지도 가격하락에 시달리고 또 은행부채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세가격은 과연 위에서 보는 매매가격 그래프와 같이 움직였을까가 최대의 궁금증이 될 것이다. 매매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은 분명 주택공급량과 연관이 있고, 전세가도 주변의 주택공급이 많아지면 그 영향으로 내려야 맞다. 만약 이런데도 전세가격이 오른다면 이것은 이상현상이며,‘주기’에서 보듯 오르고 내려야 만이 그 현상의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한데, 과연 그랬을까.

<그래프2>의 그래프는 앞서 설명한 아파트의 동일 면적형(전용 84㎡)의 전세가 변동 그래프다. 2004년 7월경 이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1억8천500만원으로 역시 2006년 7월경까지 높낮이가 많지 않은 박스권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전세를 사는 입장으로서는 안정된 가격 수준이라 할 수 있다. 2년이 지나도 2년 전 전세가로 그대로 살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행복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한데, 이상한 점은 2016년 7월 현재 전세가는 4억500만원으로 약 2억2천500만원이 올랐다. 그 사이 오르고 내리길 반복하다, 최근에만 크게 오른 것일까. 이 아파트는 2008년까지 별다른 전세가 상승이 없었던 곳이다. 이 시기 매매가격은 요동을 쳤지만 전세가격은 비교적 평온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잠시 하락하기도 했지만 이 시기는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등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그래서 일시적 하락현상이 일었던 시기로 그 이후 곧 정상화됐고, 가격은 해를 거듭할수록 오르는 현상, 과하게 표현하면 한번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올랐던 전세가격의 모습을 보였다.

이 시기 전세를 살고 있었던 전세입자는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2년이 지난 이후의 전세가격에 화들짝 놀라야만 했던, 그래서 “이젠 어디로 이사가야 하나”하고 끙끙 앓아야만 했던 시기였다.

2004년 3월 이곳의 전세시세는 1억8천500만원이었다. 2년후인 2006년 3월은 1억9천500만원으로 불과 1천만원이 오른데 그쳤다. 다시 2년 후인 2008년 3월에는 2억원으로 또 2년 후에는 2억2천500만원으로, 여기까지는 비교적 이해할 만한 수준의 전세가 상승이라 할 수 있다. 해를 지나면서 1천만~2천만원의 상승은 과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데, 문제는 그 다음의 전세계약 시즌부터 일어나고 있다. 2012년 3월에는 2억9천만원으로 6천500만원이 올랐다. 사실 서민이 이 정도 전세가를 2년 새 올려주기에는 대출을 받지 않고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이 시기 전세대출은 흔하지 않은 대출상품으로 대출이자 또한 높았다. 지금은 4억원을 훌쩍 넘기고 있다. 이곳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82.65%다. 서울 평균 75%를 훨씬 넘기고 있는 셈으로 이 아파트는 1986년 5월에 완공돼 지은지 31년째가 되는 매우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다. 일반적으로 오래되고 낡으면 살기에 불편하다는 것 때문에 전세가격이 떨어져야 정상이지만 이곳은 여전히 높은 전세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비단 이 아파트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제‘전세가격은 떨어질까’라는 표제에 대한 질문을 이해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가격, 분명 떨어져야 하지만 그래프는 그 반대를 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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